지난 2년 동안 국회 안팎을 달궜던 비정규직법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4월에 이어 7개월만에 또 국회 법사위를 점거했다. 지난 2월 환노위를 전격 통과한 비정규직법은 과연 17대 국회를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사립학교법과 한 몸이 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건과 사실상 연계되기도 했던 비정규직법. 다사다난했던 이 법안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묶어봤다.

◇ 30일 본회의 직권상정? = 29일 법사위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30일 본회의 직권상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해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민주노동당은 법사위 회의장은 점거할 수 있지만 본회의장을 점거하거나 물리력을 동원해 막기는 힘들다. 회의장도 넓은 데다 9명의 의원만으로는 280명이 넘는 여야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열쇠는 과연 임채정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도 직권상정설이 떠돌았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당시 사학법으로 한나라당과 대치하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민주노동당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과 달리 30일 본회의에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의 힘을 빌려야 할 만한 절박한 사안들이 없다. 열린우리당이 강조해 온 국방개혁법안 등은 한나라당이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국방개혁법안도 국방위 의결을 거치면 법사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임 의장이 30일 직권상정을 결정하면 비정규직법과 국방개혁법 등을 일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 법사위 질서유지권 발동 = 법사위가 30일 본회의 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민주노동당 의원단을 강제로 내보내고 법안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상당한 물리적 충돌과 불상사가 우려된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이날 오후 열리는 본회의가 순탄하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사실상 정부법안인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해 환노위에 이어 두번이나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따라서 질서유지권 발동은 직권상정설에 비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 사실상 폐기 =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비정규직법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이다. 민주노동당의 점거가 장기화되고 법사위도 정기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열리지 않으면 17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서 조직을 정비해 온 정부로서는 폐기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폐기를 주도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다만 정국주도권을 사실상 상실한 열린우리당이 법안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고 한나라당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법안이 폐기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현실 불가능한 추론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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