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1조5,000억 가량 흑자를 기록하면서 보장성이 대폭 확대됐다. 물론 2006년도 건강보험료도 3.9% 올랐다. 하지만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조취에 따라 의료이용률도 대폭 늘어나 올해 건강보험 급여비지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1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급여비지출로 건강보험 재정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그 부담을 가입자에게만 전가하려 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고지원 규모는 줄이고

지난 11월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 및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를 현행보다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지역가입자 총재정의 50%를 국고지원을 통해 담당했다면 이번 개정안에서는 국고지원 규모가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정부의 몫이 크게 줄었다. 올해를 기준으로 종전 방식을 적용하면 국고지원 규모는 4조982억원이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하면 3조6,807억원으로 4,175억원이 축소된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단 한 번도 지역가입자 총재정의 50%라는 법정 국고지원 규모를 단 한번도 지키지 않아 지난 4년간 미지급된 누적금액이 1조5,722억원에 이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개정안에서 명시하고 있는 20% 국고지원 규모도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스럽다.

담배값 인상 ‘불똥’까지

더구나 정부는 국고지원 20% 가운데 6%는 담배부담금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24일 보건복지위에서 부결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복지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 중 담뱃값 인상을 가정해 책정된 기금사업비는 7,664억원.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불발에 그치자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건강보험료 1.5% 가량을 인상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건강보험 가입자단체는 “담뱃값 인상은 애초부터 야당의 강한 반대로 국회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보건복지부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보장성 확대 규모 줄이고
감기환자 본인부담은 늘이고

28일 오후4시부터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당초 9.21%로 제출된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폭은 줄이는 대신 감기 등 가벼운 질환 에 대한 보험료 부담은 늘이는 방안을 타진한다는 방침이 알려졌다.

즉 건강보험료가 예상보다 낮게 인상될 경우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는 낮추고 본인부담금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그동안 감기 등 경증질환의 경우 진료비가 1만5000원 이상이면 진료비의 30%, 1만5,000원 미만이면 3,000원이던 본인부담금과 약값 1,500원을 내던 것을 바꿔 환자 본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

또한 내년부터 실시 예정인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중점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던 각종 중증 질환의 수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지부 “보험료를 7% 올리더라도 당장 내년에 6천1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위해 당초 계획된 지출규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가입자단체들은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 보험료와 수가인상을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는 안된다”다며 “진료비 지출체계 개선을 통해 재정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정심은 28일 전체회의를 거쳐 29일 내년도 건강보험료와 수가 인상폭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같은 내부 진통은 1주일 더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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