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하반기 투쟁이 25일 열렸던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중반을 넘어섰다. 대회를 끝마친 27일, 한국노총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7만여명의 조합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이후 최대 많은 조합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한국노총은 자체 집계했다.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평가다. 이날 집회장을 메운 조합원들은 ‘사회적 합의(9·11 로드맵 노사정 5자 합의) 관철,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노동운동’ 등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를 통해 한국노총은 조합원들에게 로드맵 노사정 합의와 새로운 노동운동 방향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한국노총은 하반기 대국회를 중심으로 한 투쟁을 더욱 바짝 죄어나간다는 방침이다.

◇ 대국회, 대민주노총 투쟁 =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는 안으로는 조합원 대중의 뜻을 한 곳에 모으자는 의미가 컸지만 밖으로는 사실상 국회와 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노동부)와 경총 등 사용자 단체와는 이미 노사정 합의를 통해 같은 길을 걷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입장에서 이제 '걸림돌'로 남은 것은 민주노총과 국회다. 한국노총은 목표는 민주노총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국회의 논란을 꺾고서라도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 사항’을 관철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이외로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이용득 위원장도 민주노총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보다는 책임 있는 노동운동, 변화하는 노동운동 등 한국노총의 노선에 무게를 두고 주장을 펼쳤다.

대신 한국노총은 ‘국회의장께 드리는 호소문’을 별도로 준비하는 등 국회를 향한 목소리는 높였다. ‘통과되지 않을 시 무기한 전면투쟁’이라는 경고도 보냈다. 아울러 ‘한국노총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에게는 정치후원금을 보내자’는 선전문을 조합원에게 돌리는 등 ‘당근’ 준비에도 나섰다. 이같은 한국노총의 국회를 향한 ‘강온전략’은 로드맵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대국회 투쟁, 한나라당이 문제 = 이후 한국노총의 대국회를 중심으로 한 투쟁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하는가가 내부적으로는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로드맵 5자 합의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한나라당은 공공연하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사정 합의 사항인 ‘노사정위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최근 한국노총은 두 차례에 걸쳐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사실상 ‘노사정위 개편방안’을 두고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이 ‘노사정 합의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전초전이 벌이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비정규 관련법에 대한 최종안을 제시한 이후 여야 3당을 모두 비판하며 이를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촉구해 왔지만, 직접적인 행동에서는 항의서한을 보내는 수준에서 머뭇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한국노총 최종안을 후퇴시켜 환노위를 통과시켰을 때, 내부에서 당사 점거 등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했다. 각 당과의 유연한 관계 맺기라는 흐름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제출되진 않았지만, 앞으로는 국회의 ‘노사정위 개편방안 논의’에 한국노총이 어떻게 개입하는가가 이후 한국노총의 대국회 전략을 먼저 판가름해 볼 수 있는 주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한국노총 어떤 길 걸을까 = 한동안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던 한국노총은 이번 노동자대회에서 나타났듯이 자연스럽게 이같은 목소리는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에 대한 입장차에서 시작돼 이용득 위원장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의 폭행사건으로 첨예하게 갈라선 양대노총이지만, 결국 이는 현실에 대한 인식 및 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선 경쟁의 정점에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3년 유예를 핵심으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가 있다.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는, 그 합의사항의 국회 통과여부가 단기적으로는 양대노총의 싸움에 승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대노총의 싸움도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연스럽게 국회 논의를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양대노총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부담이다. 노총 내부와 단위노조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여러 각도에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날 집회가 끝난 후 이소선 어머니는 한국노총의 유력한 한 산별위원장과의 통화에서 “한국노총이 집회에서 민주노총을 해체하라는 유인물을 뿌렸냐고”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전화를 받은 위원장은 실제 한국노총이 그런 유인물을 낸 적이 없기에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또한 이소선 어머니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양대노총이 힘을 합쳐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해야 한다”며 “양대노총 위원장이 힘을 합치지도 않고 노동자의 힘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것은 다 핑계”라고 탄식하는 등 노동계의 분열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8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