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상을 요구하자마자 계약해지 당하는 금속산업 하청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 차원에서 신분보장 기금이 지급된다. 또 15만 금속산별노조 임원과 대의원, 중앙위원들 중 10%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다.

금속노조는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완성대의원대회를 열어 새로운 규약규정 개정안과 임원선거를 위한 선관위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규약규정 개정안도 모두 의결하지 못한 채 휴회했다. 하지만 보복성으로 계약해지된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신분보장기금 지급과 비정규 할당제 실시, 기업단위의 교섭권 위임 금지 등 주목할 만한 결정을 해 산별노조 완성까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는 평가다.

금속노조는 오는 12월1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노총 총파업과 겹치면서 대의원대회 속개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 신분보장기금 = 이날 금속노조는 규약상 “조합활동 과정에서 해고되거나 신분상, 신체상,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했을 때” 지급하게 돼 있는 신분보장기금에 대해 ‘보복성 계약해지’ 당했을 경우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수정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상을 요구하자마자 원청사로부터 계약해지돼 장기투쟁 중인 하이닉스-매그나칩지회나 기륭전자분회 등의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신분보장기금이 지급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히 이 때문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이 수월해져 미조직비정규조직화 사업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신분보장기금에 대한 금속노조 규약규정에는 해고자에 대해 통상임금 100%를 최장 1년 동안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해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분보장기금을 지급할지는 추후 중앙위에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 비정규직 할당제 = 금속노조는 “대의원, 중앙위원, 임원에 대해 여성 및 비정규직에게 각각 10%씩 할당하고 이후 이주노동자 등 소수할당제를 시행한다”고 결의했다. 한국 노조에서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할당제가 결정된 일은 처음이다. 민주노총도 올해 대의원, 중앙위원에 대한 비정규직 할당제 도입을 조직혁신안에 포함시켰지만 잇단 대회 무산으로 최종적으로 결의하지는 못했다.

◇ 기업단위 교섭권 위임 금지 = 현재 금속노조 규약에는 단체교섭권은 노조에 있고, 위원장이 산하조직에게 교섭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대회에서 “기업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는 항목을 추가해 기업별 교섭과 단협 체결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내에 한시적으로 기업단위지부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교섭권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업지부가 영구적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정정도 보완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금속연맹 관계자는 “현재 금속노조는 지금도 기업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하지는 않고 있지만, 대기업 사업장을 포함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교섭권 문제와 관련해 다시 한번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장조직위원회 = 지부나 지회 조합원 수의 10% 범위 내에서 현장 조직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 교섭, 파업, 인사 등을 중앙으로 집중하는 산별노조 특성상 현장이 약화될 우려에 따라 나온 방안이다. 본조-지부-지회 대의원들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어 현장조직위원들은 노동안전요원, 지역투쟁실천단, 정치실천단, 부당노동행위 방지,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등 의제별로 그 역할을 하게 된다.

◇ 노조 관료화 방지 = 노조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선출상근직의 경우 연임을 3회 이상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또 비선출 상근간부도 상근 상한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상근 사무처간부들의 경우 전문성과 선출직 간부들의 임원 지위와 역할, 임기 등을 고려해 관련 규정은 추후에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나머지 쟁점 =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 지역지부,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을 전제로 한 지역본부 안이 올라온 지부조직체계에 대한 규약과 규정은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예산배정도 지부조직체계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1사1노조를 원칙으로 원안에 상정된 비정규직과 사무직 조직편재에 대해서도 사업장 의사를 존중하자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해 장시간 논쟁이 예상된다. 금속연맹 관계자는 “기명투표와 활발한 토론에 따라 절대적인 시간이 늘어났을 뿐, 차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안 처리는 모두 처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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