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공연된 한미FTA 상황극이 지나친 성적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남성의 성기를 표현하거나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노동운동 진영의 뿌리 깊은 가부장 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연맹 여성위원회는 22일 민주노총에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의 반여성적 상황극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여성위는 한미FTA와 관련한 제2 마당극과 관련, “민주노총이 그간 노동운동의 남성중심성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형식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뿌리 깊이 남아 있는 운동진영의 가부장성과 여성에 대한 성맹적 접근 태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날 마당극은 한미FTA를 야수로 표현하고 이 야수가 학생과 농민, 노동자를 쓰러뜨리려 하지만 결국 노동자 등이 단결해 괴물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재미를 주기 위한 대사와 행동이 극과는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성적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 야수의 꼬리는 성기로 표현됐고 꼬리를 이용한 행동과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극을 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끼게 했다고 여성위는 지적했다.

특히 여성위는 비단 11일 사건뿐만 아니라 상영물 등에서 이런 사례가 발견돼 수차례에 걸쳐 지적을 받았는데도 민주노총이 관련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위는 “전야제가 끝나고 10여일이 흐른 지금까지도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태도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공연맹 여성위는 “민주노총에서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며 “진상조사 결과를 전 조직에 알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포괄적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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