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김주영)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발전대안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에는 관련 전문가와 국제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전력산업 자유화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에너지의 안정성과 공공성 확보, 에너지 국제연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먼저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 대표이기도 한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선 대안적 에너지 국제연대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노동조합 또한 이에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김 교수는 “전력산업의 공공성은 세계적인 자유화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제기됐지만 오히려 이들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난 10년간 전력산업의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후생은 궁극적으로 전력노동자의 이해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에너지와 전력산업의 공공성 투쟁은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서하고 세계적 차원의 공공성과 후생 증대를 위해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네트워크 구성을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전력산업 노동자들도 이에 대한 연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영화, 자유화, 규제완화가 구조개편의 대안인가?’라는 주제발제에 나선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한국처럼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는 공급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고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한국의 전력산업개편은 이같은 목표보다는 전력산업에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 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홍 교수는 “공기업 분할과 전력시장 개설이 지향하는 최종목표는 요금인하지만 구조개편이 시작된 지 5년이 경과한 현재 정책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제한경쟁적인 단일시장으로 이행한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고 더욱이 발전회사가 민영화된다면 국민의 부담만 높아지고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 목표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의 산업구조개편을 위해 △정부와 시장의 역할 재정립 △통합과 개방을 조화시킨 공급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개편 △사회적 원가주의 요금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조개편 실패한 미국 … 자유화 추진 중인 일본
외국에서도 전력산업 구조조정은 진행 중
외국에서도 전력산업 관련된 구조개편이 진행 중에 있다. 이날 전력노조 창립 60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미국과 일본, 태국, 대만, 러시아, 한국 등 6개 나라의 구조개편 추진 현황에 대한 발표들이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일본과 태국, 미국 등 세 나라의 구조개편 진행과정을 발췌했다.

◇ 전력산업 자유화 추진 중인 일본 = 일본은 지난 88년 이후 전력수요와 공급의 증가가 둔화, 공급비용 증가, 국내 물가와 국제 물가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 신규 전력산업 진출업체 등장의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같은 논의 끝에 전력산업 자유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증가시켜 전력산업의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객의 편익 증대, 공급안정성 보장, 네트워크 구성과 관리비용을 적정 부담, 에너지안보 확보, 환경보호, 원자력발전 증가, 자유화 촉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과 송전을 통합한 형태의 수직통합의 전력회사 유지와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원자력발전 의존도 증가 등이 일본의 전력산업 자유화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즈키 노부로 동경전력노조 위원장은 “일본전력총연맹은 일본식의 전력생산 모델을 확립하여 공급안정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자유화 정책이 도입되기 이전에 에너지안정과 환경보호, 필수공익사업의 특성 등을 중요 목표로 설정해 이를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 태국, 에너지와 물은 기본권 = 태국은 탁신 정부가 태국전력생산청의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사유화 반대투쟁이 시작됐다. 이에 지난 2004년 시리차이 마인감 발전노조 위원장은 태국소비자보호연맹과 함께 탁신수상을 최고행정법원에 고소, 2005년 3월 법원이 “발전청 민영화계획 자체가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시작된 노동조합들의 에너지와 수도 사유화 반대투쟁은 학자, 언론인, 시민단체들도 속속 참가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사유화 반대투쟁은 2005년 들어 ‘민주회복을 위한 민중동맹’으로까지 확대됐고, 이들은 부정부패에 물든 탁신정부를 비판하며 “공기업 사유화와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국민의 뜻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싸움을 전개했다.
마침내 올해 9월 군사쿠데타로 탁신정부가 물러나고 수라유트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정부도 ‘전력자유시장설립’을 목표로 ‘에너지 기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리차이 마인감 태국발전청노조 위원장은 “쿠데타 이후 태국전력생산청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하면서 새 이사진 선출이 노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회사 경영개선과 신뢰성 증대를 도모하는 한편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헌법 개정에 에너지와 물 사용을 기본권으로 명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요금도 못 내리고 공급도 실패한 미국 = 미국 전력관련 노조들은 미국의 구조개편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전기요금도 내리지 못했고 안정적 공급에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구조개편을 통해 공급의 의무가 없는 사람들도 발전소를 소유토록 허용했으나, 이들은 소비자의 효용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중간 매매상으로 발전소를 비싼 값에 되파는 역할만 했다. 그 결과 미국의 발전소 가격만 높아졌고 이를 인수한 사람들은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투자비를 회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골드만 삭스는 1998년 뉴욕, 펜실바니아, 오하이오의 발전소를 인수하여 바로 다음 해에 몽땅 되팔아서 10억 달러의 순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미 전력관련 노조들은 △시장중심의 전력산업을 원가중심으로 개편하고 △발전소의 정당한 가격조정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분산형전원,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제기하고 있다고 미국의 시민단체인 Public Citizen의 타이슨 스로컴 에너지담당국장은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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