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앞장서 사회연대 차원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민주노동당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에 대한 노동계 토론회가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연금’이라는 노동계로서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를 다뤄서인지 다른 토론회에 비해 방청객이 적은 편이었다. 노동계 내부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어서인지 토론도 그다지 열기를 띠지 않았고, 내용도 원론적인 수준을 맴돌았다.

민주노동당은 토론회 하루 전인 20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회의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제안설명을 했고, 오는 27일에는 권 대표가 울산 현대자동차노조를 찾아 제안설명에 나설 예정이다. 아직 공론화가 덜 된 ‘제안’ 수준이다. 그래서 이날 토론회는 공론화를 원하는 민주노동당에 의해 기획됐고, 공론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요지를 지상중계한다.

 
 

◇ 발제 :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 = 연금보험료 지원방안은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중위임금 70%(91만원)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 423만명과 해당 기업, 영세 지역가입자 221만명(기초수급자 45만명, 차상위계층 100만명, 농어민 76만명)이다. 지원금액은 국민연금 보험료 9% 중 절반을 5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본인 부담을 면제하고 지역가입자는 본인부담의 절반을 감면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9% 중 7%를 지원한다.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노동자가 직접 참여한다. 저소득 노동자 지원액 8조5천억원을 마련하는 데 사업장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미래급여 일부를 인하해 3조원을 마련하고, 현재 연금보험료 상한소득인 360만원을 넘는 소득에 누진적 부가보험료를 노사에게 직접 적용한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이차 미보전액을 상환해서 기금에 보탠다.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저소득층은 5년 가입기간을 확보해서 국민연금 수급권 최소발생기간인 10년을 채우려는 자발적 인센티브가 생길 것이다. 이후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개선되고 2008년 이후 연금수급자들이 주변이 많이 배출돼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다소 완화되면 인센티브가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헌신적으로 사회공공성 활동을 전개해 왔지만 일면적 요구를 넘어서지 못함으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한계를 보여 왔다. 당은 이번 사업이 ‘일면적 요구’에서 ‘참여를 통한 요구’로의 전환을 통해 정책 생산과정에 능동적 개입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진보진영의 핵심가치인 사회연대성을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의 활발한 토론과 적극적 참여를 당부한다.

◇ 박병만 사회연대연금노조 수석부위원장 = 우리 노조는 기초연금제 도입과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적극 동의한다. 88년부터 시작된 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 지원방안이 노동계 내부의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공론화로 이어지도록 사회연대 활동에 우리 노조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당의 방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 조형일 IT연맹 정책실장 = 노조운동과 노동운동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점이 늘 고민이었는데, 당에서 이런 제안을 해서 반가웠다. 이 방안은 이제 노조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펴서 노조가 약사회나 의사회 같은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개혁의 주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이해관계가 아니라 노조운동의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하는가이다. 이는 교육과 토론 선전을 통해서 정리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연맹에서는 상집간부 내에서 기초토론을 했다.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당과 함께 사업을 같이 하자고 결의했다.

◇ 고윤남 사무금융연맹 정책기획국장 = 취지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2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보험료를 5년 지원한 뒤에도 지원을 받은 이들이 과연 연금제도 안에 머물러 있을까 하는 점이다. ‘자발적 인센티브’라고 표현했는데, 근거가 미약하고 너무 낙관적이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사회보험 편입을 기피한다. 임금수준이 낮아서이기도 하지만 가처분 소득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높은 임금과 기업복지가 잘 돼 있다. 반면 비정규직은 기업복지도 없고 임금도 낮다. 따라서 5년 뒤에도 이들을 연금틀 안에 남아있게 하려면 사회복지의 보편성 서비스를 받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에 저항이 거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원마련 방안인데, 더이상 문제 제기할 것이 없다.

◇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 = 노조에서는 전통적으로 금기시 해 온 단어가 ‘타협’, ‘양보’, ‘참여’이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법제도가 사회악이고, 자본가 정부가 문제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요구하고 투쟁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양보하고 따내자는 제안은, 우리의 척박한 노사관계 현실이나 사회복지 수준에서 보면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 운동의 전환이랄까, 변화의 시사점을 던지는 제안이다.

3가지 논점이 있다. 이런 시기에 사회연대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것일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면 그 의제가 국민연금이어야 하는가. 국민연금으로 한다면 미래급여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로 정리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20년 동안 엄청나게 요구한 것들 중에 ‘무상의료’가 가장 히트작이었다. ‘의료공공성 강화’는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는데, ‘무상의료’는 쉽게 다가갔다.

그런데 재원확보 방안에 이르니까 공감대가 옅어졌다. 기업과 노동자가 7대3으로 나눠서 내고, 국방비를 감축하고, 부유세를 도입하자고 하니까 국민들은 “무상의료보다 재원마련이 더 어렵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가구당 3만원씩 더 내서 12조원을 마련하면, ‘무상의료’ 기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호응이 좋았다. 호응이 무르익으면 정부나 자본에게 요구하고 더 큰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있고 구체적이다. 방식에 찬성한다.

국민연금은 불신도 높고 국민들이 무지하다. 그런데 왜 꼭 국민연금을 소재로 삼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더 발전시키거나 사회보장세를 신설하는 등 문제의식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정책적 수단이 있는지도 찾아봤으면 한다. 미래급여 인하론을 먼저 띄우는 방식도 논란 거리이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 제도 개선 투쟁 등과 같이 하지 않으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공유하기 힘들 것이다.


◇ 이정호 공공연맹 정책국장 = 당은 원래 국민연금을 이중체제로 바꾸는 큰 틀을 건드리는 안을 내놨다. 사각지대 해소는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일부분이다. 당 제안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5년 뒤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간 민주노동당이 많이 내 온 ‘원칙적이고 실현 가능하지 않는’ 안에 비하면 이 안은 보수정당들과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실현 가능성 높은 안이다.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흔쾌히 동의해서 받아들였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의석 9석인 민주노동당이 국회 안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00% 관철시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급여인하 하자니까 ‘어 그게 아닌데’ 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나 정부가 양보하라고 한 적 없다. 논쟁거리가 아니다. 분석하고 판단해서 우리가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폐기하면 된다. 수세적 양보가 아니다. 봉사활동도 아니다. 5년 동안 싸워서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노동시장을 바꿔나가겠다는 가정 속에서 설계한 제안이다. 5년 동안 싸웠는데도 안되면 다시 기한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제안대로 하다보면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00만명의 노동자를 유인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에게 ‘적선’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조직화의 장치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수세적으로 밀려서 월급 몇천원 깎이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양보해서 조직화한다면 사회임금도 기업임금도 더 따 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적극적으로 내부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 조직담당자 회의에서 논의할 결과 적극 추진 입장이 많았다.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조직적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사무는 미래급여 인하에 쉽게 공감한 반면 금속은 부정적인 의견이 강했다. 기존 노동자 책임론과 연계될 수 있고, 임금도 그 논리대로 하자는 역공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래 급여 인하도 하고 보험료도 누진하게 되면 고임금 노동자는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2개 중에 하나만 하면 어떤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제도 전체를 원칙적으로 전면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기업주 지원은 있는데 노동자는 부담하고 기업 부담이 없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3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