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가 본격적으로 열림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정심 회의 첫날인 지난 17일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없이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9.21%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측은 “지난해 환자부담을 덜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추진과 함께 직장가입자의 임금상승률 둔화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졌다”면서 “이번 연말에는 당기수지가 1,813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누적수지도 1조732억원 흑자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과연 올해 건강보험 재정추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경실련 등이 소속되어 있는 보건의료단체인 의료연대회의는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도 지출에서는 과대추계되고 수입에서는 과소추계된 바 있어 정부의 재정추계를 믿기 힘들 뿐 아니라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른 재정절감효과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조차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 약속대로 지켜졌나?

의료연대회의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내부자료(2006)를 활용해 추계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환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약속한 지출계획도 못 지킨 것으로 드러난다. 정부는 당초 지난 6월1일부터 병원 식대와 PET(양전자단층촬영 - 유용한 암 진단검사의 일종)에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약속하면서 9,700억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시기가 3개월 늦어지면서 올해 이와 관련한 지출은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4,7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2005년부터 시행된 MRI 건강보험 적용도 이와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당초 연간 2,2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집행된 액수는 2005년 506억, 올해도 584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재정 대비 실적률이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암 등 중증고액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지출계획도 연간 6,100억원을 예상했지만 지난해에는 2,033억원이 소요됐으며 올해도 2,852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처럼 MRI, 식대, 중증질환 등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해 2005년 65%, 2006년에는 보장성이 68%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1.8%로 2004년에 비해 0.5%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의료연대회의는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추계가 지출부분에서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부정책조차 반영되지 않은 재정추계

이뿐 아니다. 내년도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추계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9월 안명옥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표 참조>에 따르면 내년도 보험급여비지출총액은 24조4,265억원이다. 하지만 의료연대회의는 여기에 ‘약제비 절감방안 효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약제에 선별등재방식을 적용해 내년부터 건강보험 약값 비중을 1%씩 감축해 약 3,372억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비 절감방안이 한미FTA 협상에서 진통을 겪자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추계에서 이 부분을 아예 빼버렸다.

민주노동당이 추진 중인 무상의료 8대법안에서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예방접종 무상화 방안’도 정부 예산안에는 내년 6월부터 적용토록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신규사업으로 책정한 국가예방접종관리사업의 예산은 올해 212억원보다 468억원 증가한 680억. 복지부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관련 시행지침 등 실무적 준비로 내년 6월에서야 시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에서 정해진 정부부담금조차 축소해 반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 15조에 따라 정부는 매년 지역재정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법 시행(2002년) 이후 한번도 이를 준수한 적이 없다. 지난 2002년 정부지원금(담배부담금+국고지원금)은 3조5,262억원이어야 하지만 정부는 이보다 5,123억원 줄은 3조139억원만 지원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정부지원금 차액만 1조5,722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담배에 부과된 건강증진기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만 정부는 지난 2004년 일반회계 지출비중을 40%에서 35%로 줄이면서 대신 담배부담금 비중을 15%로 높여 오히려 건강보험재정 추계를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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