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은 지난 2004년 11월 정부가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한지 2년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정규직법 제개정 논의는 약 5년 전인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정부와 노동계 등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결과 노사정위는 2001년 7월 비정규특위를 설치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사는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논의기한을 넘겼다. 노사정위는 2003년 5월 공익위원안을 정부에 이송했고, 이제부터 정부가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2004년 9월 정부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파견제 업종을 현행 포지티브(파견가능업종만 열거)에서 네가티브(파견금지업종만 열거) 형태로 바꿔 대상을 확대한다는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노동계가 거세게 항의했다. 열린우리당도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2004년 정기국회는 노동계의 반대와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부담, 4대법 국면에서의 민주노동당과의 공조 등을 염두에 둔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계산 등으로 인해 비정규직법 처리를 유보했다.

2005년에도 열린우리당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비정규직법 처리를 지연시켰다. 2월에는 민주노동당의 환노위 점거를 이유로 법안 심의를 포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 참가를 두고 내부 이견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중시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에 참여하기를 기다려서, 노사 합의를 통해 처리하려던 계산이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 민주노총을 사회적 교섭의 장으로 견인도 하는 ‘일석이조’를 노렸다.

열린우리당의 기대대로 민주노총은 몇 차례 내부 진통 끝에 사회적 교섭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난해 4월 노사정 교섭이 열렸다. 결과는 결렬이었다. 열린우리당은 6월에 다시 노사정 교섭을 주선했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법안에 별 관심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강하게 반대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또 연기됐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연내처리를 강조하며 ‘최종안’을 던지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나라당도 한국노총의 강경한 태도에 멈칫했다. 법안 심사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초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국회가 공전되고 비정규직법도 공전했다.

올해 2월 환노위는 법안심사를 재개했다. 민주노동당도 법안심사에 참여해서 ‘사유제한’ 등을 요구했다. 2월 27일 환노위는 민주노동당의 반대 속에 질서유지권을 발동, 법안을 전격 처리했다. 민주노동당은 곧바로 법사위를 점거했다.

올해 4월과 6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의 표를 의식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비정규직법은 표류했다. 올해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건을 두고 대치했다. 민주노동당 표가 아쉬운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법 처리에 반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11월28일 전효숙 지명건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노동당이 법안의 길목인 법사위를 점거하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임채정 의장이 수용했다. 법안은 11월30일 본회의에서 20분만에 처리됐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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