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 12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5일 경고 파업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4대 요구안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요구한 마지막 시한이 20일이다. 민주노총은 20일 중집회의를 열어 아직 결정되지 않은 29일 이후 투쟁계획을 포함해 향후 총파업 지침을 논의한다.

19일 현재, 정부의 성실한 답변이 없을 경우 22일 전면파업과 29일까지 연속 부분파업을 벌이겠다는 민주노총 계획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민주노총이 계획 수정을 검토할 만큼 노사관계 로드맵이나 비정규직 법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안에 대해 정치권이 본격적인 논쟁도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가맹산하조직에게 22일부터 28일까지의 파업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지한 상태이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20일까지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22일, 30일 국회 본회의와 이에 앞서 진행되는 22일, 29일 총파업 과정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2일과 29일을 꼭지점으로 하는 민주노총 투쟁 상황과 쟁점 법안들에 대한 국회 논의 방향에 따라 민주노총에게 돌아오는 결과물이 생길지, 아니면 힘이 소진할 때까지 투쟁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요구안 집중점 필요”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국회 안에서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요구안에 대한 집중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을 준비하는 민주노총 전술에 정확한 집중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막연하게 로드맵 분쇄라든지 8대 요구안 등 총론만 강조하다가 구체적인 대응도 못한 채 법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8대 요구만 강조하면서 전술 부족을 지적받았던 노사정대표자회의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급하고 가능성이 높은 요구안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민주노총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내에도 존재하고 있다.

총파업 전술을 확정했던 지난 9일, 민주노총은 “노동법 관련해서는 민주적 입법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의회 내 힘 관계를 고려해 쟁취 가능한 목표를 선정해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상당하게 형성돼 있다”고 중집위원들에게 보고했다. 이는 노사관계 로드맵 대체입법안 발의를 위해 열렸던 지난 3일 민주노총-민주노동당 간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나온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당시 정책협의회에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과 의원실 관계자들은 “국회 일정이 얼마 남지 않고,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으로 법안 통과 강행이 우려되는데도 민주노총 요구안이 너무 방만하다”며 “요구안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쉽게 수정안을 내거나 각 조직의 다양한 요구가 포함된 민주노총 내부 분위기와 8대 요구안 특성상, 요구안의 우선순위와 집중점을 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 아니다.

공공-보건 “개악안 저지” … 20일 공동의견 제출

이런 가운데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가 ‘총대’를 메고 나설 전망이다.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는 20일 중집회의에서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허용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투쟁과 교섭이 집중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장 확대와 대체근로 허용은 명백한 개악안으로 민간사업장까지 확대될 우려도 있다”며 “개악안이 포함된 상태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논의는 명분 없다는 점을 쟁점화 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킨 내용이 쟁점화 하기도 쉽고, 저지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가지 요구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운 만큼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문제, 이전보다도 개악된 필수공익사업장 문제, 부당해고, 정리해고 문제에 집중점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공공연맹 관계자도 “‘로드맵 반대’로 광범위한 요구를 하기 보다는 필수공익사업장 확대와 대체근로 허용 반대 기조로 분명히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언제든지 제안할 수 있고, 검토를 해볼 수 있다”면서도 “가맹산하 조직이 중점을 두는 요구안이 차이가 있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가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저지를 1차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23일 산별노조 완성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는 금속연맹 입장에서는 산별교섭제도 보장에 상대적인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일 중집회의에서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의 제안에 대해 쉽게 동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0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