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이 인기다. 옆 방송사의 ‘대조영’, ‘연개소문’과 함께 고구려가 요즘 드라마의 화두다.

그러나 주몽은 역사 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 주몽이 남하해 졸본 땅에서 만난 소서노를 드라마에서는 남하 전 부여에서 처녀 총각 때 미리 만난 것으로 설정했다. 역사 속의 실존인물 소서노는 주몽보다 12살이나 많은 미망인이었고 아이 둘을 둔 채 32살에 주몽을 처음 만났다. 드라마에서 주몽과 소서노의 로맨스는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한 양념이라고 치자.

드라마 속 현토군은 철기병을 거느린 막강한 세력이다. 부여의 금와왕도 현토군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없다. 그러나 현토군은 한나라가 설치한 군현 중에서 가장 약했다. 낙랑군과 요동군 정도가 세력을 형성했다. 현토군은 원 고구려 세력들에게 밀려 이리저리 쫓겨 다니기에 급급했다. 또 주몽이 공격하는 진번과 임둔군은 이미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기 훨씬 전에 토착세력에 의해 축출돼 망했다.

역사학자 서영수 교수(단국대)는 지난 10일 동아일보에 <주몽이 동북공정 맞장구 치나>는 기고를 통해 MBC가 주몽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과거사 왜곡을 지적하는 서 교수의 주장은 정당하다.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주요 논거 중에 하나가 ‘현토군’이다. 중국은 고구려가 한나라가 세운 현토군 안에서 건국됐다며 고구려를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 주몽은 현토군 안에서 건국되는 동북공정 속의 고구려로 그리고 있다. 재미와 시청률을 위한 방편이라고 하기엔 왜곡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철도노조가 15일 68.37%로 운수노조 전환투표에 성공하면서 주춤하던 민주노총의 하반기 산별전환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보다 먼저 산별전환을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다. 이 조직은 지역과 업종(직능)을 씨줄과 날줄로 묶어세우며 강력한 산별 정지조직을 건설중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창립 1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1년만에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조직을 건설했고 의사, 교수, 종교인, 대학생 등의 직능별 조직도 세웠다. 올 연말까지는 전국의 230개 기초 자치단체에 뉴라이트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오늘도 서울의 지하철 상수역 앞엔 오는 28일 뉴라이트마포연합의 출범을 알리는 펼침막이 펄럭이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내년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해 정당이라는 외피를 쓴 조직이 할 수 없는 역동적인 전술을 구사할 유력한 조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미 지난 7월 재보선에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낸 주역이었다.

이런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지난 8일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금품을 지원하면서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전국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뉴라이트가 8개 대학교에서 총학 선거를 준비중인 학생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다며 관련자의 양심선언까지 소개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에서 빠진 채 부산권에만 방송됐다. 주요 일간지 중에서도 문화일보(8일자 8면) 경향신문(9일자 10면) 한겨레신문(9일자 31면) 등에만 소개됐다. 나머지 일간 신문들은 연일 뉴라이트 띄우기에 급급하다.

세계일보는 지난 8일자 2면에 이 조직의 1주년을 맞아 <뉴라이트 김진홍 위원장 “보수결집 범국민연대 창설”>이란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도 8일자에서 <창립1돌 뉴라이트연합 “내년 대선서 정권교체”>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6일자 10면에서 <‘불교 뉴라이트’ 오늘 출범>이란 안내 기사로 뉴라이트 조직의 세 불리기에 공조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6일자 12면 전면을 털어서 <“시대가 개혁적 보수 원해 회원 11만명 대중화 성공”>이란 축하 기사를 실었다.

뉴라이트의 화려한 앞면만 보도해 현재의 역사를 왜곡하는 보수신문들이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MBC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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