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3일자 본지에 기고한 임성호 한국노총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의 ‘노동자들이여! 산재보험의 주인으로 나서자’란 글에 대해 민주노총이 반론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지난 13일자 <매일노동뉴스>에 기고(임성호 한국노총 국장)된 글을 보면 현재 노사정위원회 산하 산재보험발전위원회(산재특위)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 논의되고 있음에도 마치 민주노총이 악의적으로 개정논의를 개악논의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배제된 과정은 왜 공개 안하나

한국노총은 정부의 산재법 개정 추진과정을 나열하면서 현재 산재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산재특위 이전에 노동부 등 정부부처, 경총과 중기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구성된 ‘산재보험제도개선협의회’(협의회)에 민주노총이 참가하고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런데 협의회는 노사가 노동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들러리로 전락 될 수 있다던가 또는 논의의 책임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산재특위로 산재법 개정 논의를 이관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산재법 개정논의가 협의회에서 산재특위로 이관하게 된 경과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지난 4월5일 협의회 1차 회의에서 협의회 운영과 구성 그리고 논의 의제 등에 대해 대략의 합의(민주노총은 산재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재노동자의 참가를 보장해야 함을 주장했지만, 이 부분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함)가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고, 5월4일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산재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가가 운영주체를 담당했던 논의기구가 내부 논의나 또는 운영주체의 어떠한 해명도 없이 공중분해 된 것이다. 그리고 산재법 개정논의는 산재특위로 이관됐다.

민주노총은 즉시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산재법 개정논의가 협의회에서 산재특위로 이관된 이유를 확인했다. 그런데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그 배경에는 한국노총과 노동부의 합의가 있었다. 즉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합의해 어렵게 구성된 협의회를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산재법 개정논의 하자, 한국노총도 책임

한국노총은 협의회에서 산재특위로 이관시킨 것에 대해서 위에 언급한대로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타당한지에 대해서 논하는 것보다 더욱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모든 사업, 특히 국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결과가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을 추진한 경과가 민주적이고 공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재법 개정논의는 근본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이고 그 책임의 한 축에 한국노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한국노총은 기고문에서 ‘민주노총의 조직적 사정으로 (산재특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숨기면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결의사항으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결코 숨기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음은 민주노총이 개악(안) 이라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 한국노총이 반론을 제기한 주장과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자.

민주노총은 단지 민주노총이 산재특위에 참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재특위의 논의 내용이 무조건 개악(안)이라고 호도하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있는 글 5가지를 인용해 반론을 제기하면서 “실질적 노사참여방안, 충분히 논의”라는 머리글을 달았다.

휴업급여 지급제한 여전히 논의 중

한국노총의 반론에 대하여 일일이 재반론을 하는 것은 지면관계상 충분하지 않아 몇 가지로 정리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하겠다.

첫째, 한국노총은 휴업급여지급제한, 부분휴업급여제도 등은 논의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2월11일자 항의성명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라고 했는데 노사정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산재특위는 현재도 운영 중이지만 홈페이지에는 11월14일 현재, 9월27일 논의결과까지만 공개돼 있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9월18일 ‘산재보험제도 발전을 위한 포럼’에 제출된 발제문(산업재해보상보험 발전위원회 주요쟁점과 논의 현황)을 보면 여전히 휴업급여 지급제한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며, 부분 휴업급여제도는 '부분취업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한국노총에서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홈페이지만 검토하면 바로 확인이 되는 부분이니 더 이상 논하지 않도록 하겠다.

둘째, 요양연기제도의 폐지와 관련해서 의원급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병원급도 근로복지공단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치의의 적극적인 진료계획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산재환자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요양의 보장이 어렵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개선방안이 논의돼야 하는데 구체적인 대안 없이 요양연기제도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개악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업주 이의신청권 산재법 근간 흔들어

셋째, 사업주의 이의신청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산재법은 제1조 목적에서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며 재해예방 기타 노동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행함으로써 노동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산재환자에 대한 권익향상과 전체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 바로 산재법인 것이다. 입법취지가 이러한데 사업주에게 이의신청권을 준다는 것은 산재법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이다. 그럼에도 산재특위에서는 여전히 이 부분이 논의되고 있다.

넷째, 민주노총이 업무상질병의 판정절차가 산재인정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 것은 IMF 이후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증가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등에 대해 직업병에서 제외시키고자 하는 경총의 주장이 여과 없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은 지난 2월10일 발표된 노동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서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연구용역 결과가 경총의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노총이 새롭고 강력한 논의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산재특위에서도 여전히 제어되지 못하고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산재특위 구체적인 논의경과는 비공개

한국노총은 위 기고문에서 사업주 날인제도의 폐지에 대해서도 언급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민주노총의 입장을 표명하도록 한다.

사업주 날인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노총에서 주장한 폐지의 이유면 충분하다. 즉시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단지 현재조건이 걸림돌이 있다는 이유로 우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걸림돌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재특위 운영과 관련해서 한 가지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산재특위는 11월말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돼있다. 당연히 현재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논의경과는 비공개이다. 만천하에 공표되어 있는 것은 논의 경과가 아니라 단지 노동계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내용일 뿐이다.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한국노총뿐만이 아니라 산재특위는 민주노총이 “산재특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재법 개정논의를 개악 논의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산재특위 스스로가 90가지 쟁점에 대한 논의 경과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기고문 서두에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자문위원들이 11월7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국노총의 입장은 이와 다르지 않다”라고 했다. 필자는 한국노총의 이 표현이 독자를 기만하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동의한다. 문제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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