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안과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한 각종 법률 개정안이 오는 정기국회에서 다뤄진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법안이 발의되지만,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찬반 의견이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노사관계 로드맵, 특수고용직 보호법안과 함께 노사정위에서 논의 중인 산재보험법개정안에 대한 노동운동가, 학자, 변호사 등의 의견을 연재한다. 이 기고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측으로부터 모두 받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헌법은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부정한 적이 없다. 헌법 제33조 제2항은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노동기본권을 가진다고 하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방기하다가 2004년말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법률에 정한다는 것은 일반노조법에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도 일반노조법 제5조 단서인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은 ILO 협약과 권고 등의 국제노동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공무원 당사자의 반대 의사를 무시한 채 제정된 법으로 많은 독소조항들을 가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준을 고려하여 공무원노사관계 규율에 대한 특례를 신설하는 등 일반법 개정을 통해 충분히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별법을 만든 것은 일반노조법에 비해 너무나 많은 제약들을 두기 위한 것이다.

교섭도 불가능하지 않나

노동자는 국가나 사용자로부터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 또는 가입할 수 있는 권리, 단결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국회, 법원, 행정부, 자치구 등으로 노조 설립 최소단위를 제한하고 있어 1천명이 넘는 건설교통부 노조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다. 또한 노조 가입범위를 5급 이하로 획일적으로 제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6급 대부분을 사용자로 보고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올해 3월말 ILO 이사회는 한국 정부에게 ‘5급 이상의 공무원에게도 단결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단체교섭은 노사 자치주의에 입각하여 상호간 교섭사항과 절차를 합의하고 교섭의 결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노조법에서는 법령 등에 의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은 근무조건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으면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여 금지교섭대상을 명시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 이를 더 자세하게 규율하고 있다. 즉, 공무원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해도 사안에 따라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노조법은 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여도 법령·조례 또는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은 효력 자체를 부정하고, 단지 사용자가 성실히 이행하면 된다고 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조건이 법정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단체교섭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관련하여 이미 설립신고를 한 공무원노동조합들이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를 상대로 교섭 요구를 하였지만 ‘관련 노조’ 모두가 교섭창구를 단일화 해야 하기에 교섭단 구성과 교섭안 통일에서 노노간 갈등을 불러오고 있어 실질적인 교섭 진행을 못하고 있다. 

공익수준의 단체행동권 제한은 수용 가능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공복리’를 염두하여 쟁의행위의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공공업무의 연속이라는 공익과 공무원의 기본권 사이에 규범을 조화시켜야 하나 공무원의 단체행동권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ILO는 ‘파업권에 대한 어떠한 제약도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한 공무원노조법은 구청장 등 사용자가 부당하게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손발을 묶는 특별법이다.

ILO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반영하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은 이렇게 많은 문제를 가진 공무원노조법 대신, 일반노조법에서 공무원 노사관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공익사업에 준하는 수준의 단체행동권 행사의 제한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반 노조법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에 있어 직급제한과 최소설립단위 규정을 철폐하고 금지교섭대상을 삭제해야 한다. 단체협약의 내용이 법령 등과 충돌할 경우 정부의 입법안 제출의무 등의 특례를 신설하며, 단체행동권의 원칙적인 인정 등의 내용으로 공무원노사관계를 규율하면 된다.

지난 7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공무원 및 교사, 교수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실무회의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여 공무원노조는 행자부의 탄압을 중단한 상태에서의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행자부는 논의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였다. 노조를 대화의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지난 수년 동안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적법하게 노조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던 것을 강제폐쇄하라는 지침을 시달하고 조합비 자동이체(CMS)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명령하고 있다.

1996년 OECD 가입 이래 정부는 ‘국제수준에 맞추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누차 약속해 왔다. 공무원노조는 전면적인 파업권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특별법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쟁취는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활동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 국민들에게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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