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11시쯤 되거든요. 밥먹고 나면 바로 출근해야 합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들요? 만날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8년 동안 일했는데 월급은 120만원입니다.”

인천지하철에서 차량정비를 하는 황아무개 씨는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그가 하는 일은 경정비인데 철도차량의 실내나 옥상, 브레이크오일 등 교환품 정비를 한다. 어머니, 누이와 살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 급여수준을 물었더니 “회사가 우리를 우롱했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술마실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일해도 한달에 받는 돈은 120만원이고 야간작업을 해서 수당을 받아도 150만원이 안 된다며 하는 말이다.


전국시설관리노조 인천지역지부가 최근 인천지하철공사에서 일하는 차량정비부문 용역업체의 용역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조사했더니 이들의 평균임금이 117만원으로 나왔다. 황씨처럼 인천지하철에서 차량 정비 용역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54명. 그 가운데 53%는 매달 100만원의 월급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임금으로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이쯤되니 이직률이 높다. 황씨가 “5년 동안 100명이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다. 신입직원의 경우 급여는 100만원이고 세금을 떼고 나면 91만원 정도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저임금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인천지역지부는 이에 대해 최저가 낙찰제를 원흉으로 지목한다. 지난 7월 차량정비부문 용역입찰에 재입찰한 유진차량의 낙찰과정에서 최저가낙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교섭 과정에서 밝혀졌다.

지부는 “인천지하철공사 내 타 용역업체의 낙찰율은 대부분 조달청 기준인 87% 수준에서 이루어졌지만 유진의 용역낙찰률은 77.7%”라며 “다른 업체와 비교해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최저가낙찰제는 지난 8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기도 하다.

한편 유진차량 노사는 지난 8월부터 임금·단체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임금협상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에는 결국 조정신청을 했고 인천지노위는 오는 13일 최종 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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