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특수고용직 보호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수고용직의 중간자적 위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특별법’으로 입법체계를 완성하자는 제안이 제기된 것이 뒤늦게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노동부 홍보관리관이기도 한 장의성 박사는 지난해말 고려대 대학원(법학과)에서 ‘우리나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법적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 - 입법정책적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같이 제기했다.

“특고, 노동법적 보호 사각지대”

장의성 박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이러한 확대추세가 국제적으로도 일반화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은 추세의 원인은 생산품목의 다양화와 유연성 확보에 유리하고 인건비 절감효과가 있다는 기업측 사정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입장에서도 일반근로자에 비해 활동의 자유가 있고 사회보험 가입에 강제당하지 않으며 때에 따라 고소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각종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나 사업주는 비용부담과 집단행동이 우려스러워 이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

법적으로는 갈등의 주 원인은 현행 법체계가 노동법의 적용 전제조건으로서 근로자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법원 판례가 근로자성을 지속적으로 부인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 박사는 “학자들도 이런 판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의견과 학설을 제시해 보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현실은 결과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법적 보호를 위해서는 더 이상 해석론이나 판례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법률개정 등을 통해 입법론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제시했다.

독일 ‘유사근로자’ 상당부분 노동법 적용

그러면서 장 박사가 제시한 것인 ‘유사근로자’ 개념이다. 장 박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ILO와 유럽각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장 박사는 “ILO는 한국에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다 넓은 범주의 개념인 이른바 ‘계약노동(Contract Labour)’이란 범주에서 지난 95년 이래 관련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계약노동자(Contract Worker)’가 반드시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재화시장의 중간영역에서 기능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보호도 각각 시장영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LO는 지속적인 논의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의 반대, 노사간 입장차이, 각국정부간 입장차이 등으로 ‘권고안’이나 ‘협약안’도 채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예도 들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유사근로자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개별적 노동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해 왔다”며 “근로자, 유사근로자, 자영인 등 이른바 3원주의 방식에 의해 구분해 놓고 유사근로자에 대한 노동법상 보호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흑백논리적 방식이 아닌 부분적 보호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독일은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특정사업주에 대해 근로관계와 동일한 관계에 서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사근로자에게는 연방휴가법, 단체협약법, 노동보호법, 성희롱방지법, 미성년근로자보호법, 노령연금법, 가내노동법 등의 적용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사용자가 특수고용직 입증해야’

또, 장 박사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경우 특수형태근종사자를 △자영인에 가까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외관자영인)과 △근로자에 가까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유사근로자)를 동시에 상정하고 있다. 유사근로자의 경우 노동법적 보호범주를 각 개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외관자영인의 경우 사용자가 이들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거부하려면 ‘사용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장 박사는 “이같은 입법태도는 종전 근로자종사 직업군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영역으로 전환해 노동법 영역으로부터 도피를 시도해왔던 우리나라 몇몇 사례에 비춰볼 때 많은 참고가 되는 입법례”라고 소개했다.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신고제’를 도입하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업군에 속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추정규정을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유형별로 보호 필요성에 입각해 보호의 내용을 달리 규정하는 개별적 접근방안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태에 상응하는 실효적 보호를 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규율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직업군별로 근로자 여부를 확정짓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표적 직업군에 대해 명문규정으로 입법화하면서 동시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일반규정을 병렬적으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례 중심 미국, 문제 많아 … 한국과 유사”

영국의 경우는 판례의 태도가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즉 영국 법원은 근로계약 아니면 자유노무공급계약 두 가지 계약종류로 나눠 △통제권 △자기계산의 업무 △통합테스트 △불일치성 △다양한 기준 테스트 등 여러 가지 방법과 기준을 개별사례와 연관시켜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으나, 법원 판결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해 ‘상식에 따른 절충적 접근방법’으로 비판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박사는 “영국의 제정법 가운데 그 입법목적에 의거해 고용개념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을 보완하고 있다”며 “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통일적·전체적 보호가 아니라 개별법 차원에서 입법목적상 부분적 보호를 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영국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당사자의 의사가 간접정화가증거로서 역할을 하고 당사자의 의사가 불분명할 경우 추정규정을 둬 해결하는 문제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판례에 의해 근로자라고 판명된 경우에만 노동법 보호를 받고 있다. 장 박사는 “이같은 판례가 예측을 곤란하게 하고 기업주가 보통법 테스트의 기준에 대응해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조작하기가 쉽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판례 중심의 문제 해결이 현행 미국 사례의 문제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입법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근로자 도입 ‘특별법(안)’으로 입법”

이같은 사례에 따라 장 박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라는 제3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 보호의 정도는 중간적 보호수준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의 경우 ‘특별법’ 형식의 입법체계가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에서는 특별법(안) 명칭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법적지위및보호에관한특별법(안)’으로 하고 법의 목적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헌법 제32조 근로의 권리를 가진 국민임을 확인하고 법적 지위와 계약조건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으로 두자고 제안했다.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도 아님을 분명히 하고 중간적 영역의 지위를 갖는다고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법(안)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의 범위와 정도를 확정시켜 줌으로써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업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심의위원회’라는 판단 주체를 노동부에 두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토록 함으로써 법원의 판결 이전 상태에서 오는 법적 불안정성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서는 신고·등록제를 운영하고 신고·등록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되는 규정을 두어 사업주의 탈법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안)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개별적 계약관계 규정은 △서면계약 체결·교부 의무부과 △계약해지 등의 제한 △보수지급원칙 보호 △연차무급휴가(12일) △산전후휴가 등 임신부 보호 △육아휴직 △성희롱 예방·구제 △산업안전보호 △재해보상 등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권·협약체결권 등 집단활동 인정 필요”

또한 특별법(안)에는 집단활동규정을 두어 조직권·교섭권·협약체결권을 부여하되 단체행동은 금지하는 규정을 두자고 제시했다. ‘노무제공자로서의 취업자성격’이 있어서 단순히 조직권만을 가진 일반 결사체와는 다르게 특별히 ‘교섭권 내지 협약체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박사는 “이러한 내용들이 보호방안의 예시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의 문제는 더이상 방치돼선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 박사는 “우리 노사관계 실정에 맞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을 마련해 성공적인 제도정착을 이룬다면 ‘노사관계 제도 수출국’ 내지 ‘벤치마킹 대상국’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법적 보호방안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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