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료(raw-data) 분석방법 차이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규모 증감추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이제 구조화(또는 고착화) 양상을 띤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계청의 올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자.

31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2003년 784명에서 2006년 845만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부터 매년 55.4%, 55.9%, 56.1%, 55.0%로 55~56% 안팎에서 구조화되고 있다.

임금도 그렇다.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 월 평균임금은 2003년 51.0, 2006년 51.3이고, 시간당 임금 역시 각각 53.1, 52.4였다. 해가 바뀌어도 그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위 10%와 하위 10% 간 임금격차를 나타내는 임금불평등도 마찬가지다.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할 때 2003년 5.1배에서 2005년 5.4배로 증가한 뒤 2006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2005년 4.5배)보다 더 심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나마 올 8월 조사에서 눈에 띠는 대목은 정부부문인 공공행정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늘었다는 점이다. 2003년 15만명(20.4%)에서 2006년 20만명(25.0%)으로 규모, 비율이 모두 늘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 대책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했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올해로 7회째인 부가조사에서 처음 실시된 취업의 자발성 여부와 교육훈련 수혜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다.

교육훈련, 기업을 매개고리로 정규직에 편중

김유선 소장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교육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정규직이 41.8%로 비정규직(16.7%)보다 2.5배 많다. 그리 새삼스런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비용부담 주체별로 보면 국가가 오히려 교육훈련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먼저 본인부담 교육훈련은 정규직(2.5%)과 비정규직(2.6%)으로 거의 같았고, 회사부담 교육훈련은 정규직(27.0%)이 비정규직(12.2%)의 2.2배였다.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격차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기관이 부담하는 교육훈련 격차가 7.2배에 달했다는 점이다. 정규직이 12.2%인 반면 비정규직은 1.7%에 그쳤다.

이를 두고 김유선 소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교육훈련 격차는 상당부분 기업이나 국가기관이 실시(또는 지원)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노동자 개인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기업을 매개고리로 해 정규직에 편중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특히 “국가기관부담 교육훈련에서 7배가 넘는 격차가 생긴 것은 국가기관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더 조장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비판했다.

‘목구멍이 포도청’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가사·육아와 노동을 병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파트타임 같은 비정규직을 택하는 여성노동자가 많은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엔 어쩔 수 없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취업의 자발성 여부가 '수치'로 드러났다.

정규직은 현재 일자리에 자발적으로 취업한 경우가 93.0%였지만 비정규직은 48.1%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51.9%가 비자발적 취업자인 셈이다. 비자발적으로 취업한 사유는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34.0%),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8.8%) 순이었다. ‘안정된 일자리’(44.3%)와 ‘근로조건 만족’(42.0%)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경우와 대별된다.

고용형태별로는 호출근로(91.7%)에서 비자발적 취업자가 가장 많았고, 가내근로(65.3%), 장기임시근로(55.5%), 용역근로(53.3%), 시간제근로(53.0%), 특수고용(48.5%), 기간제근로(48.2%), 파견근로(41.5%) 등의 순이었다. 

<상자기사①> 비정규직 별도 통계조사 2000년8월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별도 통계조사를 실시한 것은 지난 2000년 8월의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정규직(임시직 + 일용직) 규모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51.7%나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듬해부터 기존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더해 부가조사를 실시했다. 비정규직 규모와 정규직과 비교한 비정규직의 근로실태를 알아보자는 차원이었다.


고용형태별 조직률은 5.4%로 가장 높은 파견근로에 이어 용역근로(4.8%), 기간제근로(4.2%) 등의 순이었고, 장기임시근로(1.5%), 특수고용형태(0.8%), 시간제근로(0.4%)의 조직률은 미미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가 모집단 내의 일부만을 조사해 전체를 추정하는 표본조사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넓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형태의 경우, 2004년 5만4천명에 달하던 조합원 수가 2년 만에 10% 수준인 5천명으로 줄었는데, 그 이유가 명쾌히 해석되지 않는다. 또한 화물운송기사들로 조직된 화물연대 조합원 수(노조 자체집계, 2005년 12월말 현재)만도 9,704명이고, 레미콘운송기사와 덤프트럭기사들로 조직된 건설운송노조와 덤프연대 조합원이 각각 1,300명, 1만4,000명(노조 자체집계, 올 10월 현재)인 점에서 볼 때 조직률 통계를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편 분석결과, 올 8월 현재 전체 조합원 수는 173만명으로 지난해(176만명)보다 3만명 줄었고, 조직률 역시 11.8%에서 11.3%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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