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가스산업구조개편 과정에서 천연가스 장기도입계약 불허, 국내업체간 경쟁유도 등을 통해 7년간 총 17조6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도시가스요금 인상과 함께 가스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올해에만 112만톤이 부족한 천연가스가 2012년에는 최고 753만톤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가스공사노조(위원장 신익수)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노조 주장은 최근 국회 산업자원위 김형주,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발표한 ‘정부의 가스산업 정책파행과 그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이다.

김형주 의원 등이 작성한 보고서는 “정부가 시장주의 원리를 추종해 가스산업구조개편 정책을 고집하면서 간접적으로는 수급불안 야기, 공익성 약화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17조9천억원의 손실을 야기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999년 11월 가스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천연가스 장기도입계약을 불허해 왔다. 장기계약을 추진할 경우에 구조개편 뒤 민간사업자가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장기부족물량이 발생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250만톤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물량부족이 추가로 예상되자 2004년 총 781만톤을 단기계약으로 다시 승인했다. 그래도 계속 물량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2005년까지 단기계약으로 총 1,143만톤을 추가로 투입했다. 결국 정부는 부족물량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자 가스산업구조개편을 이유로 미뤄왔던 장기계약을 2004년 6월에야 승인했다.

보고서는 “2003년 체결했던 중기계약을 현재 조건으로 연장한 기간만큼 장기계약으로 추진했다면 총 67억불(6조2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2004년에야 승인한 장기계약을 2002년에 20년간 체결했다면 총 22억2천만불(2조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2004년에 2008년부터 20년간 도입될 연 500만톤의 가스수요물량에 대해 가스공사와 한국전력발전 자회사 간 인위적 경쟁체제를 만든 결과, 한정된 해외 공급자를 상대로 한 국내 사업자간 과다경쟁으로 도입가격이 올라가는 등의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총 2조4천억원의 비용이 손실됐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정부는 장기도입계약 및 적정가스수요 예측 부재로 부족물량을 장기계약보다 최고 5배나 비싼 가격으로 현물시장에서 구입하면서 1조원을 낭비하는 등 총 17조6천억원에 달하는 국가적 비용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보고서 결론이다.

이처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부재로 해마다 만성적인 수급불안을 겪으면서 올해 동절기에 예상되는 부족가스물량 180만톤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2003년 체결된 중기계약을 연장(150만톤)하고, 2007년 이후 신규물량(210만톤)을 확보하더라도 절대부족물량이 속출해 수급대란이 예상된다. 8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잠정, 표참조)에 따르면 2007년 이후에는 부족물량이 계속 증가해 2012년에는 최고 753만톤의 가스가 부족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천연가스 도입권 단일화, 에너지 공기업 메이저화, 수급안정을 위한 통합적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는 공기업 지배구조개선을 가스산업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스공사노조는 “입증된 국가적 손실규모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고 구조개편 정책입안 및 집행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가스산업구조 개편, 경쟁도입, 사유화정책 정책 전면폐기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가스산업구조개편 과정
분할 방식에서 사기업 진입 허용으로
정부는 지난 1999년 11월 가스공사의 도입·도매 부분을 3개의 자회사로 분리한 뒤 이 중에서 2개사는 2004년말까지 민간매각하고 1개사는 그대로 자회사로 두는 내용으로 골자로 한 가스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2년 2월 가스, 철도, 발전노조의 ‘기산산업사유화 반대 총파업’ 투쟁 등 노동계, 사회단체의 반발과 국회에서의 논란 끝에 국회 회기 만료에 따라 가스산업구조개편 계획은 자동폐기됐다.


이후 정부는 2003년 3월부터 기존 분할 방식이 아닌, 사기업의 신규진입 방식으로 정책방향을 수정했다. 이어 2004년부터 포스코, 영국 에너지기업 BP와 SK(주)가 합작한 액화천연가스 업체 K-파워, 발전자회사, GS 등에 대해 액화천연가스 직도입을 추진하거나 이를 승인해 왔다.


김형주 의원과 조정식 의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지난 7년간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사기업의 가스직도입 논란은 적절한 시기에 장기적인 가스도입계약 추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 1999년 가스산업구조개편안을 만든 뒤 가스공사는 수차례에 걸쳐 장기도입 계약 체결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도입, 도매부분 3분할 민영화’라는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장기계약이 구조개편 추진에 장애가 되고, 차후 민간사업자가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을 계속 허가하지 않았다.


정부는 또 분할방식에 의한 가스산업구조개편에 실패한 뒤 민간사업자에게 가스도입을 허용하면서, 2004년말 연 500만톤의 장기계약 체결당시 가스공사가 협상을 위해 협상중인데도 발전회사의 도입 추진을 승인해 경쟁을 붙였다. 그 결과, 공급자 입지가 강화되면서 가격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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