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25일 이상수 장관의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독일 등에서 이미 도입한 ‘유사근로자’ 개념과 이름만 같지, 내용은 천지 차이”라고 주장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우리나라의 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은, 외국의 특수고용직와 고용형태부터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성의 징표인 ‘인적 종속성’을 무시하면서까지 해당 노동자들을 자영인으로 위장해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외국은 ‘위장된 자영인’을 근로자의 범주로 인정하고 있으며, ‘유사근로자’, ‘독립노무제공자’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 집단법적 권리, 노동3권 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특수고용노동자의 성격

권 변호사는 “한국의 특수고용 문제는 위장 자영인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의 고용이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상의 권리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노동자성의 징표인 ‘인적 종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법원의 판례가 가지는 경직성과 판단기준의 불명확성, 이를 악용한 사용자들의 ‘탈법적 근로자성 회피’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의 피해과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원이 지휘명령성의 존재 여부를 고전적·정통적 의미에서 파악하거나, 사용자가 경제·사회적 우월성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는 판단을 내놓음으로써,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사회경제적 조건이 근로자와 유사한 자영업자도 노동법 적용"


‘유사노동자’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독일은 사회보장법은 물론, 노동법에서도 그 적용 대상을 근로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조건이 근로자와 유사한’ 자영업자에게까지 널리 확대해 왔다.

특히 지난 1974년 ‘단체협약법’을 개정, ‘유사근로자'란 개념을 법으로 설정해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그 판단이 불명확한 범주의 노동자에게 부분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하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사근로자의 요건’인데, ‘직업상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된 주문자에게 제공하는 용역으로부터 얻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독일의 유사근로자는 단체협약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으며, 소송 및 분규 노동법원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법전에 근로자 의제 규정 둬"


프랑스 역시 판례 법리에 의해 위장 자영인 그룹도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노동법전에 외무원, 대리인 외판원, 재택근무자 등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근로자로 의제하거나,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권 변호사는 “근로자로 의제되어 보호받고 있는 상업대리인의 요건을 보면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사용자를 위하여 일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바꿔 설명하면 ‘A’보험회사의 보험을 판매하는 모집인이 ‘B’보험회사의 보험을 팔고 다닐지라도, 이들에게 개별적 근로조건 보호법을 적용시키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독립노무제공자에게도 파업권 인정"


이탈리아는 전통적 의미의 근로자뿐 아니라, 법적으로는 독립사업자이지만 주문자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독립노무제공자’에게도 파업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독립노무제공자’의 범위에는 상업대리인을 포함, 일정한 보호가 필요한 자, 경제적으로 종속된 자, 유사 종속 노무제공자 등이 포함된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탈리아는 반종속 또는 유사노무제공자에게 파업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대해, ‘노무제공자가 약자이기 때문에 계약당사자 간의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이에 덧붙여 “전혀 다른 내용에 ‘이름만’ 동일하게 붙인다고 ‘대책안’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유사 근로자’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에 ‘노동자성이 일부 보장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나,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업주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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