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년째 중앙교섭을 진행한 금속노조. 그동안 손배가압류 철폐 및 주5일제 실시, 불법파견 확인 시 정규직화 등 유의미한 사회적 합의를 일궈왔다. 금속노조 조합원들 역시 4년간의 중앙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금속산업 최저임금,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주5일 근무제 합의 등을 꼽았다.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는 지난 8월20일부터 9월28일까지 조합원의 10%인 4천명을 대상으로 '2006년 상반기 투쟁평가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 이중 유효설문지 2,584부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4년간의 중앙교섭에서 가장 중요했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사용자단체 구성 등 교섭틀 마련 24.3% △금속산업 최저임금,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주5일근무제 등 계급적 요구 실현 50.2% △금속노조 단결투쟁력 강화 13% △통일된 협약을 만드는 기초 형성 12.5%로 답했다.<그래프2 참조>

권명숙 노조 정책국장은 “조합원들 대부분은 지난 4년 중앙교섭 요구를 쟁취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반면, 전·현직 간부들은 사용자단체 구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면서 조합원과 간부들의 의식에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4년간 중앙교섭, 계급적 요구 실현이 성과

실제로 조합원들의 50.6%가 금속산업 최저임금,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주5일제 등 계급적 요구 실현을 주요 성과로 꼽은 반면, 전·현직 간부들 87%는 사용자단체 구성 등 교섭틀 마련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반면,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가장 큰 한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노조에 포함된 곳만 적용돼, 적용대상이 많지 않음 17.7%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점검되고 있지 못함 14.3% △조합원의 관심이 높지 않음 22.5% △기업간의 지불능력, 조건의 편차가 큼 25% △대공장의 불참 12.5% △사용자들의 산별교섭에 대한 반대 7.8%로 답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높게 꼽은 기업간의 지불능력 차이가 말해주는 것처럼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 등 외형적으로 점차 산별노조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간 임금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등 산별노조의 내용을 채우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 올해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참여한 사업장은 88곳으로 중앙교섭 합의사항이 실제 190여개 지회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산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T(구 통일중공업) 등 금속노조 대공장지회들의 경우 계속해서 산별 중앙교섭에 불참하고 있는 상황.

응답자들은 이러한 4년간의 금속노조 중앙교섭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이후 중앙교섭에서 담아야 하는 요구에 대해 1순위로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각각의 항목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 41.4% △산업공동화 저지, 국내산업 정책 13.1% △조합활동 등 단체협약 8.4% △노동법 개정 등 제도개선 8.0% △임금 6.9% △노동강도 완하 등 노동건강권 확보 2.3% △최저임금, 양극화 해소 5.8% △비정규직 차별철폐 5.5% △원·하청 불공정거래 시정 1.7% △구조조정 대응, 고용안정 6.8%.

위 항목에서 향후 중앙교섭 요구로 무엇을 걸고 싸워야 하는지 중요한 순서대로 3가지를 더해 합산한 결과를 보면, 1순위로 구조조정 대응, 고용안정이 18.7%로 집계됐으며 뒤이어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가 16%, 비정규직 차별철폐가 14.3%로 나타났다. 특히 구조조정 대응, 고용안정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가장 절박한 요구로 확인됐다.

금속노조, 구조조정·사회복지가 해결 과제

올해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금속산업 최저임금 △구조조정 대책 강화(신계기술, 공장이전 등) △사내하청 처우개선(퇴직금, 유급휴가 동일적용) △조합활동 보장(감사위원, 선거관리위원) 이었으며 △임금과 관련, 기본급 대비 122,546원 인상을 내걸었다. 응답자들은 이중 구조조정 대책 강화가 가장 중요한 요구였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4년 구조조정 대책강화 항목에 대해 18.4%가 응답한 것에 비해 2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해 조합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그래프1 참조>

오는 11월23일 14만 금속노조 출범을 앞두고 4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산별전환 이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50.5%는 “노동운동이 발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산별투쟁과 민주주의 강화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답변했다. 또 “현장공동화와 상층 중심의 관료화가 우려된다”, “금속노조의 연대와 실천 정신, 원칙과 규율이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각각 15%, 7.7%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 73.2%가 산별노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노동운동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26.8%를 차지했다.<그래프 3 참조>

응답자들은 향후 금속노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현장조직력 강화를 각각 22.5%, 22.2%로 꼽았다. 이 외에도 노동강도 완화와 건강권 확보 15.2%, 지회조건이나 상태를 반영한 결정 14.8%, 비리척결 등 조직혁신 14.6%, 예산부족 6.4%, 정책생산 강화가 6.3%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중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34.2%의 응답자들이 “사회변혁 전망을 가진 대안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도덕성 훼손 등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29.6%에 달했으며, “조합원 및 당원들의 참여부족”과 “정책의 실현가능성 및 실천능력 부족”, “일상적인 정치실천 활동의 부족”, “후보군의 취약”이 각각 12.6%, 8.1%, 7.6%, 4.0%를 차지했다. “최선을 다했으며 패배하지 않았다”는 의견은 3.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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