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1981년 미국의 항공관제사 파업 현장으로 돌아 가보자.

연봉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항공관제사 1만3,000명이 파업에 돌입하자 당시 미 대통령이던 레이건은 이들에게 48시간 내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틀 후. 미 항공관제사노조 ‘팻코(Patco)’가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에 참여한 1만3000명의 관제사 중 복귀명령을 따른 1,650명을 제외한 전원을 파면하고 재취업을 금지시키는 전대미문의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노조 지도부는 투옥됐고 파면된 관제사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다시는 그 일을 하지 못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81년 이후 미국의 관제사 파업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은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다. 공공기간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파업이 발생할 경우 대체고용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미국의 노동운동은 힘을 잃어갔다.

이 같은 미국 관제사파업 사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신규채용을 통한 대체근로 허용’ 때문이다. 미국은 1938년 연방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파업기간 동안의' 대체고용은 물론 '영구적' 대체고용도 인정하고 있다. 1981년 관제사들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경제파업 시 파업참가 근로자를 영구대체하는 신규채용이 있으면, 그 후 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파업참가 근로자를 복직시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법리에 의해 자신의 일자리에서 영원히 추방된 것이다. 1995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적 파업시 영구적 대체근로를 행하는 사업주에 대하여 연방정부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대통령령 제12954호를 발하였지만 콜롬비아 연방항소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판단, 상소를 포기한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결국 사문화됐다.

점점 확대되는 대체근로 허용 범위

노동법에서 대체근로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노조법에서는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노동법 개정 이전까지는 ‘쟁의기간 중 쟁의에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였으니, 대체근로 범위가 ‘(해당 사업장)조합원’에서 ‘종업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에는 정부가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파견은 제외)하는 입법안을 예고함에 따라, 대체근로 금지의 빗장이 벗겨질 상황에 처했다. 특히 이번에는 ‘필수공익사업장’에 국한됐지만 대체근로의 허용범위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제출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며, 대체근로 제한조항의 타당성에 관해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원론적으로 노사대등의 원칙에 따라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근로자의 쟁의권 보호도 중요한 가치이므로 외국의 사례, 대체근로 허용시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노사관계 선진화위원회는 공익사업장까지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파업 무력화, 적극적 조합원 색출의 일거양득”
…기로 선 필수공익사업장 노조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등 필수공익사업장 노조들은 “대체근로가 허용될 경우 파업과 동시에 심각한 고용불안에 휩싸이게 되므로 사실상 파업에 대한 원천봉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의 직권중재보다 더 악랄한 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권중재 제도에서는 ‘불법파업’을 진행한다 해도 지도부에 대한 구속과 해고만 있을 뿐 조합원에게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대체근로가 신규채용으로까지 허용된다면, 사용자들은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집단해고’를 무기로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신규 채용된 대체근로자는 쟁의행위기간 동안의 임시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논의는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주호 실장의 주장처럼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신규채용 등을 통한 대체근로의 허용이 또 다른 극한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때문에 보건의료노조는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관련 전문인력송출회사가 대대적으로 늘어나고, 사용자는 전면적으로 대체근로를 준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파업이 끝나도 사측에서 파업참가자들의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대체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사용자가 대체근로를 악용해 적극적인 조합원을 축출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 같은 노동계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체근로 허용은 미국 항공관제사 파업에서와 같이 결과적으로 노동운동의 약화로 직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체근로 허용의 경제적 효과는?
"파업 장기화되고 타결임금인상률은 낮아져"
‘대체근로 허용’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파업무력화’나 ‘조합원 색출’과 같은 노동계의 우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의 ‘파업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경제모형’의 논문에 따르면 대체근로 전략은 파업 발생빈도를 높이고 파업기간을 장기화하며 타결임금인상률은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용자의 대체근로 전략이 노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수록 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훈 교수는 “사용자는 대체근로자를 고용함으로써 파업 및 파업의 장기화로부터 발생되는 비용과 갈등을 절감되는 효과를 얻는다”면서 “이에 따라 파업발생 빈도나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용자의 대체근로 전략은 대체근로에 따른 비용을 유발해 노동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파업비용을 합한 전체파업비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노조의 임금양보와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비숙련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파업에의 참여도도 매우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하나의 논리적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ILO는 “파업이 금지될 수 있는 엄격한 의미의 필수부문으로 간주될 수 없는 부문에서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행위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못박고 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담긴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와 ILO의 ‘엄격한 의미의 필수부분’의 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본지 10월12일자 ‘노동기본권 발 묶은 필수업무유지’ 기사 참조>


예를 들어 ILO는 “운송회사 및 철도와 같은 서비스 또는 기업에서의 업무중단의 경우 공동체의 정상적인 생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서비스의 중단이 긴박한 국가적 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따라서 그러한 종류의 서비스에서의 분쟁시에 대체근로는 근로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ILO는 “전화서비스와 같은 필수적 공공서비스가 ‘불법파업’에 의해 중단되는 경우 군인 또는 다른 자들을 요청해 사업장 구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취를 취할 수 있다”며 파업의 형태와 대체노동력의 성격에 대해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할까?
대체근로 허용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연방노동관계법(NLRA)은 근로자의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고, 파업권 행사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의 경우 사용자는 파업자를 대체하기 위해 영구적으로 대체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1938년 연방대법원에 의해 확립됐다. 그러나 사용자가 법에 위반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행함으로써 파업을 야기하거나 연장시키는 경우 영구적 대체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이러한 분쟁 시 대체인력을 고용한다 해도 파업참가자의 복직권이 우선된다.


프랑스의 경우 파업에 의해 계약직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체결 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법에 의해 금지된다. 그러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해 정규근로자를 채용하는 행위까지는 금지되지 않으며, 다만 파업이 종료된 후 파업근로자들이 복귀하게 되면 대체근로자들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가 인정된다. 노동조합에 의한 파업 중이라도 사용자는 관리직과 비조합원을 동원해 조업을 계속할 수 있고, 조업계속을 위한 대체근로자 채용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당성이 있는 피켓팅으로 취로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을 통해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경우, 단협 위반의 책임(손해배상청구 또는 위반행위금지청구)을 물을 수 있지만 대체근로를 실력으로 저지할 수는 없다.


연재순서
1. 죽기도 전에 환생한 직권중재
2. 필수공익사업장 확대, 노조가 술렁인다
3. 노동기본권 발 묶은 최소업무유지
4. 대체근로 전면허용…파업 무력화, 조합원 색출 일거양득

지난달 11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3자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합의했다. 바로 며칠 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 관련 법안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를 거쳐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호언도 나온다.

절차는 진행되지만 노동계는 분란을 겪고 있다. 비단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라는 큰 이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필수공익사업장 확대와 필수업무유지제도 등으로 파업권 자체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나 늘어난 필수공익사업에 긴급조정제도를 유지하면서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한 것은 노동자들의 팔다리를 묶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4회에 걸쳐 공공부문에서 닥칠 영향을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