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룹 안의 동종사업을 하는 2개 계열사가 인적·물적 설비를 공동 사용하는 등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경영상 필요에 따라 동시에 정리해고해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해직자 54명이 두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행위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룹 내 양 법인이 동종의 사업을 경영해 경영, 해당 업종이 처한 경기상황에 동시 반응하고 인적·물적 설비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지 않으며 노동조합도 단일 노조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두 법인의 경영상황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들 회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행한 정리해고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별개의 법인으로 설립돼 있으나 인사교류, 자재구입, 단일노조, 대표이사 겸직 등의 측면에서 사실상 한 회사로 운영돼 왔고 경영악화가 화학섬유 업종의 사양화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경영상황은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 2001년 10월 회사측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해고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노동자 54명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정리해고는 무효이며 회사측이 해고를 막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법인격을 달리하는 두 법인이 공동으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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