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와 재정구조 혁신 등 조직혁신안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노총 내에 어떤 가맹산하조직도, 정파조직도 공식적으로 직선제를 반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쟁점이 됐던 선거인명부 기준에 대해 중집회의에서는 단일안까지 만들어 왔다.

하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규약개정을 위한 투표는 진행되지도 못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회의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거나, 직선제와 의무금 인상 등 조직혁신안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혁신 사업은 지난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민주노총 지도부 보궐선거에서부터는 혁신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고 그중에서도 직선제는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지도부 선거에 나온 3팀의 후보 가운데 2팀은 직선제 실시를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6월 집행부가 선거인단제 방안을 내 놓았지만 얼마 안 가 직선제로 방향을 전환할 정도로 민주노총 내에서 직선제를 반대한다는 것은 곧 ‘반(反) 혁신’이었다. 오히려 ‘혁신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

“직선제가 혁신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자위하는 이들도 있다. 직선제는 좀더 준비를 해서 다음에 하면 된다 치더라도 의무금 인상과 정률제 도입 등은 간부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각 지역본부 강화를 포함해 민주노총의 전략적 기능, 위상강화와 직결된 문제였다. 직선제 도입이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적은 의미의 혁신이었다면, 지역본부 위상강화는 보다 큰 의미의 혁신이다.

이런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이유야 어떻든 그토록 직선제와 조직혁신을 부르짖었던 민주노총과 각 정파의 상급지도부, 활동가들이 대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직선제와 의무금 인상을 설득할 자신도 없으면서 주장만 내세웠던가, 아니면 애초부터 설득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대의원들을 불러 모으지도 못했다. 그토록 직선제와 혁신이 중요했다면 의사정족수 519명에서 고작 9명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를 정도의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설득을 안하거나 하지도 못하면서 ‘혁신’은 ‘정쟁’의 대상만 된 것이다. 가깝게는 지난 1월부터, 멀게는 지난해 1월부터 ‘입만 아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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