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수행 중 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고생해오다 자살했다면 이 역시 ‘공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7일 서울행정법원은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아무개 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의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의 한 경찰서 경비계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2004년 8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술에 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치여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김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기억력이 감퇴되고 후각과 미각, 청각 등의 오감이 급격히 떨어지는가 하면 급기야 정신적 불안증세와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

결국 김씨는 사고 발생 1년 만인 지난해 8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이에 김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이 공무중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 측은 "개인의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라며 공무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뇌를 다친 환자가 정신적, 감정 장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일반인에 비해 자살하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 뇌손상과 자살 시도와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다"며 "김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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