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조가 30일로 예정됐던 파업을 유보하고 다음 달 3일까지 조정기간을 연장키로 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 위기를 일단 넘기고 한숨을 돌린 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위원장 임종률)의 중재역할이 돋보였다는 것이 후문이다.

실제 한전 조정회의를 주재했던 김원배 중노위 상임위원은 "보통 한번 연장해서 풀리지 않으면 직권중재로 갔는데, 이번처럼 두 번 연장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직권중재에 회부했을 때 벌어질 사태를 고려, 최대한 절충점을 찾기 위한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중노위 조정은 형식적인 선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조정에 실패하면 곧바로 중재에 회부돼, 불법 딱지를 단 노조파업으로 결국 파국을 맞게 됐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또 조정대상이 되지 않는 구조조정관련 사안이 다뤄진 것에 대해서도 노사정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노위가 보다 폭넓은 조정서비스 차원에서 막후 조정 기능을 발휘했다는데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으로 조정회의장에 해당부처인 산자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킨 것도 공공부문 사업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배려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앞으로 다른 공익사업장의 조정에서도 중노위가 법 테두리만을 강조할게 아니라 보다 유연한 자세로 폭넓은 조정서비스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례를 남겼다는데서 의미가 크다.

한편 1일 오후 1시30분부터는 역시 구조조정관련 철도노조의 조정신청에 대한 중노위의 조정회의가 잡혀 있어 이 역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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