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노사정대표자회의 특수고용직 실무회의’(특고실무회의)에 대해 특수고용직 노조 대표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특고실무회의의 의제를 ‘2000년’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수고용직 노조 대표자들은 “6년간 정부 주도로 진행된 특수고용직 관련 논의가 점점 후퇴돼 왔다”며 “노조법 적용을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근기법 적용을 논의하던 2000년도 수준으로 ‘논의의 틀’을 완전히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경영계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00년도 10월 정부가 ‘비정형근로자 대책방안’을 발표하며 본격화된 특수고용직 보호 방안 논의는 2006년 8월 현재까지 어떠한 과정을 밟아 온 것일까. 또, 노동계가 ‘현재까지의 논의는 명백한 후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특수고용 논의 6년

특수고용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정부는 지난 2000년 10월 경제정책조정회의 안건으로 논의된 ‘비정형근로자 대책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특수고용직을 ‘노조법의 적용을 받으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의 ‘준근로자’로 보고, △단결권 인정 △해고 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의 내용이 담긴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이같은 방안은 ‘노동3권 인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반발 외에도, ‘독립된 사업자에 노동법을 적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특수고용직 관련 논의는 2001년 7월 발족된 노사정위 비정규직근로자대책 특별위원회(노사정위 비정규특위)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당시는 학습지노조, 레미콘노조 등이 파업을 벌이던 시기로, 특수고용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전면화 되던 시점이었다.

이같은 시점에 노사정위 비정규특위가 1년 가까이 논의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2002년 5월 발표한 ‘제1차 기본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1차 합의는 ‘특수형태근로를 의미하는 ‘독립도급’을 취약근로자로 분류해 통계를 개선한다’, ‘업무상 재해로 인해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방안을 강구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담아, 구체적인 보호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했던 노동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1차 합의 발표 1년 뒤인 2003년 5월,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공익위원은 2년여의 논의 결과를 정리하며 소위 ‘유사근로자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특수고용직과 관련해 개별적 근로관계법, 집단적 노사관계법, 특별법 제정방안 및 경제법적 보호방안, 사회보험법상 보호방안 등의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피 하다”며 “‘유사근로자’를 보호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시 공익위원 보고서는 ‘유사근로자’를 “근기법 및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유사근로자들에게 단체조직권, 교섭권 및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의 등장에 대해 “노조법의 적용마저 제외하자는 후퇴된 안”이라며 “향후 근로자와 유사근로자를 구별하는 문제가 새로운 논쟁 꺼리로 등장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경영계 역시 “별도의 입법조치 없이 현행의 경제법적 보호방안만으로 충분하다”며 반대했다.

한편, 2003년 7월 마무리된 노사정위 비정규특위의 특수고용직 관련 논의는 그해 9월 노사정위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특위(노사정위 특고특위)로 넘겨졌다. 그러나 노사정위 특고특위에서 노사정의 의견 조율은 끝내 불발됐고, 공익위원들은 2004년 6월 검토의견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11월에서야 내용이 공개된 공익위원 검토의견은 △4개 직군별로 근기법 및 노조법 적용 여부 검토 △근기법 및 노조법의 준용을 배제하되, 별도의 보호방안 마련 △노조법을 준용하되, 노조법 준용에 대한 특례 검토 등 모두 세 가지 안을 담고 있다.

이 안이 공개되자 노동계는 “노조 결성조차 불허하는 것이 보호방안이냐”며 반발했다. 경영계는 당시 특별한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도 ‘노동자성 인정 여부는 법원의 개별 판례에 맡기되 보호가 필요하다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시정하는 경제법적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대규 “특수고용직 노조 와해 직전…이래도 후퇴 아닌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지난 6년간의 논의과정에 대해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원장은 “‘사람’을 가리켜, ‘사람’이라고 했다가,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하다’고 했다가, 급기야 ‘동물이다’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경영계는 ‘특수고용직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법 적용도 안된다’는 기존 입장도 모자라, ‘임의단체가 조직적으로 교섭을 벌이고 협약을 맺는 것이 공정거래법 등에 위배된다’며 ‘노동법은 물론 경제법적 단결도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발표될 정부의 입장은 ‘경제법으로 집단적 문제를 풀어내는’ 수준에서 봉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들의 노조가 잇달아 설립됐지만, ‘유사근로자’ 등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위의 노조들이 임단협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만 놓고 봐도 6년간의 논의는 명백한 후퇴이며, 현재의 논의 틀을 2000년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의 임승순 서기관은 “특수고용직 사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근로자다 아니다’를 나누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노동계의 주장대로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으나,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 서기관은 “현재 진행 중인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합의점이 도출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부가 노동계의 주장처럼 후퇴된 안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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