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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동강
  • 박경 목원대학교 교수·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
  • 승인 2006.08.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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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조선왕조 단종 임금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장릉,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의 묘에 조성해 놓은 김삿갓공원, 고씨동굴 등 며칠을 머물러도 돌아오기가 아쉬운 곳이다. 그중에서도 동강은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180도로 휘돌아가는 물줄기와 강 옆에 기운 듯이 서 있는 절벽이 빚어내는 어라연의 비경은 선인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이 오히려 무색하다. 정정용 시인은 “굽이마다 봉우리 올려 생명이 숨쉬는 곳, 질펀한 강바닥엔 푸른 가슴이 시려, 순간의 물보라가 무지개를 비껴쓰고, (중략) 정다운 우리 산하 장대한 이백리 길, 들어가 함께 있으면 어느새 강이 된다”라고 노래 불렀다.

박경 목원대교수·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
이번 방문은 2000년도 동강댐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이후 6년만이었다. 운좋게도 주천이 고향이며 동강보전본부의 대표를 하는 김준식씨(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관장)가 함께 하였다. 그새 동강지역은 많이 변해 있었다. 한창 동강댐이 이슈가 될 때는 내놓으라 하는 전국 환경단체가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다 떠나고 영월, 평창, 정선이 고향인 사람들과 현지 뜻있는 주민이 동강보전본부를 만들어 동강을 지키고 있었다. 대신에 휴가철을 맞아 몰려드는 래프팅 인파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민박업소와 펜션으로 동강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색색의 래프팅 보트들이 강을 가득 매우고 내려오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지만 연간 7만명이 넘는 관갱객과 영업중인 80여개의 래프팅 업체로 동강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환경부가 나서 2002년부터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민박업소의 난립을 규제하고 래프팅 인구도 하루 7,000명으로 제한했지만 동강의 수질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금년초 보도에 따르면 동강 수질이 2급수로 전락하였으며 상류에 폐쇄된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중금속과 고농약을 쓰는 고랭지 채소밭의 확대, 도암댐 수질 악화가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동강 수질보전을 위해 185억원이나 들여 수변지역의 토지를 사들이는 데 썼으나 정작 주 오염원인 상류의 폐광, 고랭지 채소밭의 확대는 막지 못했다. 현지 주민들은 환경부나 지자체가 동강의 생태보전과 주민소득 증진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산을 깎고 다리를 놓고 포장길을 내고 전망대니, 생태보전센터니, 민물고기 전시관이니 짓겠다고 한다고 불만이 높다. 보전과 개발의 장기 비전이 없는 가운데 이런 사업들이 외지 투기꾼이나 펜션업자만 살찌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강지역에서 현지 주민 스스로 지역을 내생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영월읍 문당1, 2리에서 유기농과 농촌녹색체험관광을 결합하여 생태적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새농어촌건설사업이나 산촌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타 지역에서 보이는 자생적인 농촌마을 가꾸기의 모범 사례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 가면 동강은 특수지역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개발과 보전의 치열한 갈등을 경험하였고 보상의 기대와 그 이후의 좌절이 주민 공동체를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지인에 대해 경계심이 높다.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주차장 예정부지 5,200평을 매입해 젊은 직원 한사람이 가족을 데리고 귀농하였지만 아직 현지 주민과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동강보전본부가 한드미 마을 등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의 견학을 통해 주민의식을 제고하고 주민자녀를 중심으로 생태보전 학습에 노력하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진보진영에서 그동안 성장-복지-보전이 앞으로의 대안적 발전모델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현지에 가보면 이런 발전모델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 금방 깨닫는다. 우리가 구체적인 현장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이슈를 가지고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해 왔는가 다시 한번 자성하게 된다. 민노당도 계급계층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변신을 꾀한다고 하지만 4년 동안 손놓고 있다가 지방선거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지고, 시민단체도 이슈가 사라지면 철새처럼 떠나는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대안적 지역발전 모델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지역발전은 현지 주민의 주체적 노력이 우선이다. 그러나 낙후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돕는 정책적 혁신도 병행되어야 한다. 동강과 같이 환경보전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을 위해 영국의 환경민간지역 직접지불제와 같은 주민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정책이나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큰 담론에 매여 이런 구체적인 대안에는 소홀히 하였다.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동강의 비경을 뒤로 하면서 우리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박경 목원대학교 교수·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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