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용허가제 2년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취업한 이주노동자 50여명이 직접 참석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유린 상황 등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채 안 돼 한국말이 서툰 그들의 이야기를 통역을 통해 전해 들으며,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침해되고,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데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3년을 순환주기로 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착오를 겪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가 좀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이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가지 중요한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 안으로 중국 동포 등 재외동포들에게 방문취업비자(H2)를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산업연수제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기 때문에, 지난 5월에 발족한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좀더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송출비리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실태조사나 이주노동자의 증언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이 송출비리이다. 이전의 연수제가 송출비리의 온상이기 때문에 고용허가제가 처음 도입될 때 송출비리 근절을 기대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민간에게 맡겨왔던 것을 국가 대 국가의 쌍무협정(MOU)을 통해 도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송출비리는 근절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입국 시에 사용된 경비는 각 나라마다 그리고 각 사람의 상이한 입국 경위로 인해 1백만원 미만(13.7%)부터 1천5백만원 이상(3.2%)까지 다양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입국비용을 대부분 빌려서 마련하였다. 송출비리를 근절하는 것이 장기체류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물론 송출비리는 우리나라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송출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송출비리가 극심하여 인력도입을 중지함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에 강력하게 우리 정부의지를 표명한 것처럼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게도 더욱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용허가제 22조는 외국인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열린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도 통제 및 관리 중심에서 인권 존중과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정책 기본방향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25조에 규정하고 있는 사업장 이동규정은 사실상 이주노동자의 자율적 사업장 변경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사업장 이동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은 온갖 인권유린을 당할 우려가 높게 마련이다. 이 점은 이주노동자가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신체적·언어적 폭행이라는 응답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러가지 국내 고용시장의 사정으로 인해 이러한 자유이동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동일업종에서의 사업장 이동은 허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한 연수생제도에서의 상황이 그대로 고용허가제에서도 이어져서 인권유린의 족쇄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사후관리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연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나? 고용허가제 도입된 후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올 때 취업교육을 받지만 이후 사후관리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생기는 문제들, 즉 임금체불, 음식과 주거문제, 계약서 위반 문제, 언어불소통 문제, 성폭행, 건강의료 문제 등 대부분의 노동권 위반이나 인권유린문제에 대해 관련 정부부처나 기관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대부분 상담소나 지원센터에 의존해서 해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담소나 지원센터에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정부는 이에 의존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본다. 현재처럼 정부에서 운영하는 지원센터를 몇 군데 설립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많다. 우리가 독일에 인력을 수출했을 때처럼, 각국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 노무관을 파송받아 그들로 하여금 자기 나라 노동자에 대한 사후관리에 협조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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