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조가 30일 파업을 또다시 유보하고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공공부문노조 연대기구인 `공공연대'가 이날 오후 서울역 집회를 취소함에 따라 앞으로 노동계의 동계투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노조가 오는 12월 3일까지 조정기간을 연장, 파업을 유보하고 공공부문 연대가 서울역집회를 취소한 것은 앞으로 노동계의 동투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전노조의 두번에 걸친 파업유보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 동력은 현저히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올해 동투는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양대노총이 정부나 노사정위가 독자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제출할 경우 이에 맞춰 총파업을 감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으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은거의 없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한전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한전노조가 이날 파업에 돌입하고 공공연대가 서울역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여세를 몰아 12월 5일 민주노총과 시한부 공동파업 및 이후 8일께 양노총 공동 전면 총파업을 감행,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었다.

이어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조는 12월 1일 국회앞에서 집회를 갖고 당일 오후엔 시한부파업을 벌이며 다음날인 2일엔 전국사무금융노련이 국회앞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근로기준법 개악저지 노동자대회'를 가져 노동계의 동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기업 구조조정에 맞선 싸움에서 선두에 섰던 한전노조가 파업을 또다시 유보하고 공공연대도 서울역집회를 취소한 것은 결과적으로 노동계의 이같은 투쟁계획에 김을 빼는 격이 됐으며 다른 노조의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 한전노조의 두차례에 걸친 파업유보 결정이 향후 노동계의 동투 일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 올해 공기업 구조조정에 맞서 가장 강력한 대열을 갖춘 한전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유보한 것은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와 우리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여론에 일반조합원이 흔들리는 바람에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 이에 따라 한전노조가 앞으로 전면파업에 돌입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설사 파업을 감행해도 부분파업 수준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이같은 사정은 올해 공기업 투쟁의 양대축인 철도노조도 비슷해 올해 노동계의 동투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강성 기조인 민주노총의 경우 산하에 공기업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이 거의 없는데다 지난 5월 총파업 과정에서 동력을 소진, 한노총과 함께 12월 시한부 공동파업을 벌이더라도 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노동계 주변에서는 있어왔다.

한편 근로시간 단축관련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폐회 후 금년말이나 내년초 임시국회에 제출될 경우 양대 노총은 또다시 총파업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나 이미 상당한 냉각기를 거친 연후여서 추진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미지수라는게 노동계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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