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합의는 없는 게 아니고,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말하면 더 이상 이면합의가 아니지 않느냐? ” 노회한 정치판에서나 들을 만한 이런 선문답같은 수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의 말이다.

최근 노동분야 전문지인<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자신의 인터뷰 기사 내용에 대한 해명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이 위원장이 `지난 7월 금융총파업에서 노정간 이면합의가 있었다. 당시엔 부인했지만 정부가 또 다시 문제를 야기하면 터뜨릴 각오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그런 말을 했는지 특별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면합의의 존재 여부에 대한 물음에도 알쏭달쏭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 위원장의 말은 마치 이면합의가 분명히 있었지만 정부쪽에 부담을 줄 수있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금융노조 집행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7만여 조합원들의 공동이익에 합치되는 것이라면 이면에서 합의할 일이 아니라 공개해서 동의를 구해야 마땅하다.

금융노조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력감축 위주의 금융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진지한 자세로 정면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면합의를 폭로하겠다고 슬그머니 흘리는 방식으로는 노조 자신의 도덕성만 상처를 입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면합의는 없다'고 명쾌하게 말하고 있는데, 노조 위원장이 계속 우물쭈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분명하게 밝히고,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꾸미고 있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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