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환노위 배정을 희망한 의원은 2명이다. 1,2,3 지망 모두 환노위를 지원한 배일도 의원과 더불어 정진섭 의원도 환노위 배정을 스스로 원했다. 인기가 별로 없는 환노위를 지원한다는 것은, 지원하는 순간 상임위 배정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정 의원은 자연스럽게 환노위에 배정됐다.

노동계에서는 정 의원을 잘 모른다.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기도 하지만, 노동계와 딱히 인연을 맺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 지역 노동계에서는 정 의원을 잘 안다. 특히 한국노총 경기본부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비례대표 2번에 이용선 한국노총 경기본부 부의장을 공천했다.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 의원은 최근 ‘수해 골프파동’으로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제명된 후 도당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유신반대 시위를 하다가 두 번이나 퇴학을 당했다. 사법시험 2차까지 합격했다가 시위 전력이 문제가 돼 3차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전형적인 7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정 의원은 얼마 전 공천헌금 사건으로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던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또 재보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지만, 주요당직인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에 임명될 정도로 한나라당 내 ‘파워그룹’에 속한다.

15대와 17대 경기 안양에서 2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도 했고, 택시운전을 하면서 밑바닥 정서를 체험하기도 했던 정 의원을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유신 반대’ 두 번 퇴학

정 의원이 환노위를 1순위로 신청한 이유는 지역의 환경 문제 때문이었다.

“팔당호가 위치한 경기 광주 지역은 환경문제, 특히 수질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래서 환경부를 관장하는 환노위를 희망했다.”

비인기 상임위로 분류되는 환노위를 선뜻 지망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정 의원은 환노위를 비인기 상임위라고 부르는 것조차 동의하지 않았다.

“특별하게 환노위가 비인기 상임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인기 있는 상임위가 아니라는데는 동의한다. 인기가 높은 상임위는 건교위나 통외통위 같은 곳이다. 굳이 인기도로 따진다면 다른 상임위들도 다 비슷비슷하다.”

정 의원에게도 다른 의원들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환노위는 이질적인 ‘환경’과 ‘노동’을 모두 다뤄야 하는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 둘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환경과 노동을 갈라놓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있으므로 분리하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전문성도 있어야겠지만, 국회의원은 한 분야에 대해서만 일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여러 분야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경과 노동을 분리하건 붙여 놓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환노위 비인기 동의 못해”

다른 상임위도 그렇지만 환노위는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임위이다. 더구나 대부분 상임위가 경제나 정치분야 등 사회의 주류 쪽에 가깝다면, 환노위는 이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의제들을 많이 다룬다. 개발논리의 대척점에 환경보전이 놓여 있고,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규제완화 요구의 반대편에는 노동권 보장과 확대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상존한다. 이들은 늘 대치하고 갈등을 빚는다.

지역문제인 환경분야를 보고 환노위를 선택했다는 정 의원은 그럼 노동분야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요량일까. “전문성 확보는 본인의 의지가 달린 문제이다.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답이 생각보다 짧다. ‘우문현답’ 같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 어떤 ‘왕도’가 있지 않다.

정 의원은 노동분야에서 자신의 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노동분야에 취약하다. 환노위에 자원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에서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집권하겠다는 당이 1천만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집권할 수 있겠는가. 집권당이 노동자 애환에 대해 알고 있지 않으면 어떡하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노동분야를 공부하고 접근할 생각이다.”

약력
1952년 경기 광주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15대 총선 출마 
(경기 안양동안 을, 신한국당)
한나라당 부대변인
제17대 총선 출마
(경기 안양동안 갑,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운영본부장
2006년 10월 재보선(경기 광주) 당선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행정자치위원, 환경노동위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노동자 애환 모르고 집권할 수 있나”

정 의원은 노동부의 ‘고용노동부’ 개칭 추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굳이 명칭까지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와 더불어 자칫 노동부가 고유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동부가 고용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조력할 생각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동부여야 한다. 환경부도 그렇지만 개발과 생산이 중시되는 시대에 그로 인한 부작용을 슬기롭게 제어하자는 의미에서 환경부와 노동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노동부나 환경부가 생산과 개발을 잘 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부처가 아니다. 특히 노동부는 노사가 대립하는 속에서 약한 쪽인 노동계가 사용자쪽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균형을 맞춰주자는 의미에서 설립된 부처이다.

그런데 명칭을 바꾸려는 것은 자칫 노동부의 본래의 존재 목적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반대한다. 노동부는 일단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서 출발해서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로 개칭하려는 의도에는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려는 것 아닌가 하느 우려가 든다. 고용을 중시하다보면 노동권을 제약하자는 논리로 비약될 수도 있다. 노동부가 그래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산자부 등과 힘 겨루기를 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부처이다. 두 부처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국무총리실이 조정한다. 그래서 총리실을 두는 것이다. 명칭 변경 추진은 노동부가 스스로 약해지는 길로 가는 것이다.”

정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노동부는 ‘노동’쪽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을 펴고, 산자부는 ‘사용자’ 쪽을 돕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부처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가 ‘고용’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이 의지가 지나쳐 명칭까지 바꾸다보면 자칫 산자부의 영역까지 침해하고 노동권을 제약하는 정책까지 포괄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이는 노동부 스스로 존재 기반을 깎아내리는 것이므로, 정 의원은 ‘고용노동부’로의 개칭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스스로 약화되는 길”

현안 문제로 넘어가 봤다.

정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비정규직법 재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민감한 문제”라며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지역구인 광주시에서 시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시청 이전을 재검토하자는 건의가 있었다. 그 때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국회의원 1명 바뀌었다고 그간 논의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 전반기 환노위원들이 비정규직법을 어떻게 다뤘는지는 자세하게 모르지만,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서 다뤘을 것이다. 일단 시행한 후에 문제가 있다면 그 때가서 재논의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재논의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시행도 되기 전에 재논의를 주장했다. 사학법은 되고 비정규직법은 안된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누구든 주장은 할 수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절차적 적정성을 밟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시행도 하기 전에 재개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는다. 비정규직법을 재논의하자는 주장은 존중하지만, 늘 최상의 법이라는 것은 없다. 법은 현실과 역사를 뒤따라가는 것이다.”

사학법을 연동시키면 논쟁적 인터뷰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슈에 대한 논쟁을 붙이려는 의도에서 진행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환노위원들의 소신이나 생각을 최대한 담아내고 소개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비정규직법 일단 시행부터”

그래서 다른 현안으로 넘어갔다.

하반기 환노위 최대과제라고 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문제와 노사관계로드맵, 그리고 노동계가 최근 중시하는 한-미FTA에 대한 의견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정 의원은 먼저 특수고용직 문제는 직종과 고용형태에 따라 다른 보호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맨홀 뚜껑이 열려 있어서 다쳤다고 치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개인보험에 들어있다면 보험에서 처리해 주겠지만, 보험에 들어있지 않다면 대체로 맨홀을 관리하는 자지체가 보상을 해 준다. 이 사람이 다친 것은 지자체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지만, 보다 큰 여력을 가진 공공기관이 피해를 구제해 줘야 한다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다. 특수고용직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현재 거론되는 직종이 모두 달라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근로자성이 강하다. 학습지 교사는 스스로 벌어서 수입을 유지하는 자영업 성격이 강하다. 레미콘 기사는 피고용인, 즉 근로자 성격이 강하고, 같은 운송업이지만 개별화물 기사는 사용자 성격이 강하다. 보험설계사도 사용자 성격이 강하다.

근로자성이 강한 직종 종사자는 법적 근로자로 인정해도 되지만, 스스로 수입 창출을 할 수 있는 직종 종사자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 이들을 독립사업자로 인정하더라도 남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화물운송을 독립사업자로 인정하면, 이들 개인들과 화주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하면 화주가 불안해진다. 그래서 사회공익적 측면과 노동권 보호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사회변화를 선도하지 않는다. 사회가 먼저 변하고 법이 뒤따라간다. 한 번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사회가 변하는 만큼 법도 뒤따라가면서 바꾸면 된다. 정부가 법안을 내는 것에 찬성하며, 국회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종·형태 따라 달리 접근”

내년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일까.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으므로 거부할 수 없다. 시대의 추세가 노조도 독점은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 노동자에게 더 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경쟁을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 혼란을 겪을 것이다. 걱정이 앞선다.”

복수노조 허용의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동계에서 지혜를 발휘해 줘야 한다. 협력의 미덕을 보여줘야 한다. 시행초기에 노사간 갈등이 대단할 것이다. 민주화로 가는 길에서 복수노조를 거부할 명분은 없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허용 시기를 좀 더 미뤘으면 좋겠다. 노사간 협상도 잘 안되고, 정부도 깔끔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좀 더 유예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더구나 단협을 할 때 복수노조 가운데 누가 교섭권한을 가지는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노노 갈등이 빚어지고, 선명성 경쟁까지 일어나면 협상이 불가능한 구조가 될 수 도 있다. 이런 악순환 구조로 갈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시기까지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우리 노사가 이 제도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보고, 아니라고 판단되면 수용할 수 있다고 여겨질 때까지 유예하자는 말이다. 무작정 유예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사간 성숙한 협상이 가능해지고, 정부의 중재 경험이 축적되고 경륜을 갖출 때까지만 유예하자는 말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노동분야는 아직 구조가 취약하지 않나.”

“복수노조 허용 유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 그는 단계적 축소방안을 제시했다.

“전임자 임금지급은 우리의 문화가 됐다. 전임자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투쟁기금은 노조 스스로 모으고, 조합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고용이 유일한 보험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전임자 임금을 하루아침에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규모 사업장부터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금지 대상을 점차적으로 중소사업장으로까지 넓혀가자는 말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단계적 축소”

정 의원은 한-미FTA 문제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FTA 이전의 국제무역협정 경과부터 시작해 한참 동안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한나라당이 한-미FTA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한-미FTA에 관한 칼럼도 썼다. 이 칼럼에서 한나라당이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팍스아메리카’로 끌어들이는 도구로 FTA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현재 미국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협상국으로 삼았다. 미국은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어 그는 “FTA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맺느냐, 낮은 수준의 제한적 FTA를 맺는냐 하는 사이에서 수많은 조합이 존재한다. 또 한-미FTA가 우리나라에 이익이나 아니냐,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 해야 하는가 안 하는게 좋은가 등 다양한 이견과 쟁점들이 있다. 나는 한-미FTA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급자족 국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개방에 물결에 밀려가는 것 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한미FTA는 한미동맹이라는 경제외적 요소도 있다. 이 또한 도외시할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운명이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것이니 만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일단 정 의원은 한미FTA에 찬성한다. 소극적 표현의 찬성이 아니라 그는 적극적 의미에서 찬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한-미 FTA, 이왕 시작했으니 적극적으로”

“노 대통령이 그간 미국을 대해왔던 태도를 생각해보면, 요즘 한-미FTA를 추진하는 모습이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방향을 잘 잡고 가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미FTA는 무한정 협상을 할 수 없다. 시한이 정해져 있다. 미국은 협상권이 의회에 있다. 지금은 의회가 미정부에게 협상권을 위임한 상태이지만, 내년 일정 시점이 지나면 미 의회가 FTA 협상에 개입한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 출신 의원들의 자신들 지역의 요구를 모조리 쏟아낼 것이다. 이 주문들을 협상에 다 담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협상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미의회가 유예해 준 기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한을 넘기면 사실상 자동으로 협상이 안 된다. 기한 안에 최선을 다해서 협상해야 한다.”

조속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시간에 쫒기더라도 ‘졸속’은 안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우리가 국익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진짜 어려운 것은 협상보다 국내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산업간 이해득실을 조정하는 것이다. FTA를 하면 관세장벽이 많이 없어진다. 국내 산업간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는 쪽은 국가가 손해를 보전해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또 이익을 보는 쪽에서 손해를 보는 쪽에 사회적으로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가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 FTA가 졸속 추진된다고 하는 것은, 협상 자체가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사회적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다. 이익을 얻는 쪽은 한껏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손해를 보는 쪽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협상 주체인 노무현 정권은 절망감에 빠진 이들에게 어떤 희망이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FTA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에 대해서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칼을 빼들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협상 자체가 ‘졸속’이 아니라 협상에 대비한 국내 준비가 덜 돼 있어서 ‘졸속’이라는 말이었다. 이는 현 정권이 책임져야 할 몫인데,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사회적 준비 덜 돼 ‘졸속’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권이 한미FTA를 정치에 활용하려 든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으로서, 그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재 한미FTA는 사회적 불만세력을 양산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FTA 찬성 입장에 서면, 반대 세력과 각을 세우게 된다.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염려되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라서 자세히 말하기 힘들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진실이 이긴다. 지금 국민들은 당황하고 있다. 국민적인 이해나 공감대가 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 정권이 느닷없이 한미FTA 카드를 꺼냈다. 협상이 계속되고 시간이 흐르면 현재 반대하는 쪽도 ‘내 입장에서는 반대이지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차 넓혀질 것으로 본다. 필요하다면 한나라당이 이런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은 협상에서 절대 내 줘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양보할 수 없는 것까지 양보하면 안 될 것이다.”

“정치적 활용 우려, 경계”

노동계는 한-미FTA 관련 논의내용 중 투자 부문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제소하는 방식을 통해서 노동법을 바꾸라고 하는 등, 노동권이 제약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의 반수 이상이 소위 그린필드, 즉 생산과 관련된 투자가 아니다. 생산과 관련된 투자 중에서도 직접 투자는 극히 적다. 직접생산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투자 의지를 가지고 국내에 들어오는 투자자들인데, 이들은 대체로 한국 노조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노조가 강성이라는 것이 이들의 기본 의식이다. 이런 의식을 깨기 위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노동계와 함께 투자유치를 하러 다니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화수 한국노총 경기본부장이 이에 동의해서 같이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실질 투자자들은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노조에 관한 막연한 공포감을 더 가지고 있었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이다. 노동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미국이 국제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임위가 열리면 집중적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

이를 요약하면 노동계가 우려하는 정부제소를 통한 노동권 제약은 조심스러운 판단이기는 하지만 ‘기우’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국제기준에 벗어나는 요구를 하기 힘들 것이고, 실제 투자자들은 국내 제도에 대한 문제는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 노동운동이 강성이라서 투자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었다.

“강성노조 이미지가 투자 기피 요인”

그는 “경기도지사와 한국노총 경기본부가 손잡고 해외 투자 유치를 하고 다니는 사례가 확대돼서, 이제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나갔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는 우리 노동계가 선진화 쪽으로 한 걸음 나간 것이고, 한발짝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모습이 정착되고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강한 ‘투쟁’만 하지 말고, 해외 투자유치 등 ‘협력’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노동계 문화는 정부가 바꿀 수 없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양대노총이 노동문화를 바꿔가는 데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강한 노조만이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고용이 최고의 복지이다. 노조도 대승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미 그런 행보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사용자단체에 대해 그는 노조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유지되는 것은 법이나 힘에 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사람이 먼저 베풀고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조쪽이 베풀기도 해야겠지만 사용자 쪽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 일부 사용자는 양보하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생각도 접어야 한다. 외부의 변화가 노조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가 변하면 ‘노’도 변할 수 있다. 사가 한걸음 더 양보하는 자세가 선진화로 가는 구체적 실천의 첫걸음이다.”

“사용자 먼저 양보해야”

정 의원은 학생운동을 했지만, 노동계 쪽으로는 특별한 인맥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면서 한국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들과 만난 정도가 접촉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환노위에 있는 이상 사용자 편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조건 노동자 쪽에 서지도 않겠다고 했다. 과도하고 무리한 주장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말이다. “같은 문제라도 하면 노동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정 의원이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으로서, 환노위원으로서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 지 지켜보자.


<편집자 주> 6월부터 후반기 17대 국회가 시작됐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구성도 대폭 바뀌었습니다. 우선 위원장이 새로 선출됐습니다. 16명의 위원 가운데 6명만 전반기에 이어 환노위원을 맡았습니다. 국회는 환노위 정원 16명 가운데 15명만 우선 배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9명이 ‘새 인물’들입니다.

환노위원들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좌진 역할을 조정하는 등 내부 정비에 바쁩니다. 특히 환노위가 처음인 의원과 보좌진들은 생소한 노동과 환경 분야를 공부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15명의 환노위원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도 하고, 후반기 국회를 맞이하는 다짐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는 7월24일자에 홍준표 위원장부터 시작해 약 3주 동안 무순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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