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위원회에는 2명의 국회 위원장이 있다. 홍준표 환노위원장과 이강래 예결산특위 위원장이 그들이다. 환노위 정수는 16명인데 비해 예결특위 정수는 50명이다. 위원 수로만 보면 예결특위 위원은 환노위에 비해 3배가 넘는다.

그러나 예결특위는 상임위가 아니다. 정부 예산안과 결산, 기금운용계획안과 기금결산을 심사하는 상설특별위원회이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예결위원도 겸임한다. 환노위원 가운데 우원식(열린우리당), 이경재 안홍준 신상진 정진섭(이상 한나라당) 의원도 예결위원이다. 이강래 위원장까지 포함하면 현재 환노위원 15명 가운데 1/3이 넘는 무려 6명이 예결위원인 셈이다.

예결위는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점점 바빠진다. 11월 말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는 정부 예결산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 관행상 기한을 지킨 적이 별로 없었다.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서 12월 말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처리되는 것이 '상식'처럼 굳어져있다. 기한이 다가올수록 예결위는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가며 심의에 매달린다.

“정기국회 동안은 예결위원장 역할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을 28일 국회 본청 예결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정동영 계열의 ‘브레인’

이 의원은 정동영 계열로 알려진 ‘바른정치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가까운 계열인 ‘국민정치연구회’ 쪽과 경쟁 관계로 불리기도 한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바른정치모임 소속이다. 이 의원은 이 계열의 ‘두뇌’로 통한다.

재선 의원인 이 의원은 자신이 환노위에 배정된 것도 ‘친구’인 김한길 원내대표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전반기 건교위원이었던 이 의원은 “재경위 배정을 원했고, 정 안되면 농해수위에 배정해 달라”고 했는데, 김 대표가 상임위 배정 막판에 “농해수위도 다 찼다. 환노위로 가라”고 해서, 엉겁결에 배정됐단다.

‘자의반 타의반’ 환노위에 배정됐지만 이 의원은 “오히려 잘 됐다”고 했다.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려면 전공분야인 행정학 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노동분야에 대한 식견도 쌓아야 하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구인 전북 남원·순창은 백두대간의 끝인 지리산 자락이다. 노동분야는 지역구와 딱히 연관이 없지만 환경분야는 지역구와 관련이 깊었다. 이는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예결위원장이다.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이 예결산이다. 그래서 이 의원은 과연 환노위원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기국회 동안은 예결위원장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임위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할 것이다. 원 구성 직후 첫날 환노위 회의에 들어가 보니 참 좋았다. 전반기 건교위에 있을 때 할 말은 많았는데 위원 수가 많아 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환노위는 위원들이 적은 반면 이슈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력
1953 전북 남원 출생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실행위원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제16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제17대 국회의원
국회 건설교통위 위원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장
막판에 환노위 배정

그런데 환노위는 시간이 많아 할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첨예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이 더 부족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곳이 환노위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이런 것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오래 정치를 해 봐서 정치적으로 부딪힐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시각차가 있을 수는 있다. 첫 날 회의에서 위원들의 면면을 쭉 봤더니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의 경우에는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고 민주노총과의 연관성을 가진 특수한 상황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의원들도 의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당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문제는 87년 이후에 많은 부분이 정리돼 왔다. 비정규직법이나 노사관계선진화 법안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골격에서는 대체로 정리됐다.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시각차 있어도 토론 가능”

이 의원은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 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3·30 부동산 대책의 골격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데 한편으로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은 세금 정책만 담긴 것이 아니다. 대규모 신도시도 건설해야 하고 때로는 주택을 짓기 위해 그린벨트도 풀어야 한다. ‘개발’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 2004년 11월 기업도시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환경단체들은 토지를 개발하는데 환경관련 규제를 두지 않은 기업도시법을 ‘반환경악법’이라고 규탄했다. 그런 그가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환노위원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회가 점점 다원성을 띠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점차 전문화돼 가면서 국회의 각 상임위들도 상임위별로 독특한 문화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6대 때는 행정자치위원이었다. 17대 전반기에는 건교위원이었고 이제 환노위로 왔다. 건교위에 있을 때는 환경분야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특히 나는 기업도시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관광레저 분야는 환경분야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 기업도시법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반대 시각에서 보면 전부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된다. 개발과 상당부분 연관된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쪽에서는 보는 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환노위원으로 있는 이상 환경 쪽 시각에 충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노동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관련 상임위에서 보는 것과 다른 시각일 수 밖에 없다. 환노위의 ‘고객’ 자체가 노동자이다. 당연히 ‘노동’쪽 시각에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쪽 시각에서 견제도 하면서, 그런 각도에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국회가 다원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환노위는 환노위의 고유 영역을 충실하게 다루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 조직은 조화롭게 굴러간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 의원은 ‘환경’과 ‘노동’쪽의 시각에서 의정활동을 펴겠다고 했다.

기업도시법 발의한 환노위원

이 의원은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통합론에 대해서는 찬성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또 노동부는 산자부 등 경제관련 부처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행정학 박사이자 예전부터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해 왔던 인물이어서, 그의 주장은 그만큼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민의정부 시절에 정부조직개편 실무를 맡았다. 정무수석 때도 이것에 관심이 많았다. 건설교통부에서 교통부문을 떼어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건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환경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 현재 물 관리정책에서 보면 물의 양 관리는 건교부가 맡고,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교부와 환경부가 통합되면, 환경분야가 축소되고 결국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다른 환노위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이에 비하면 이 의원의 의견은 이례적인 편에 속한다. 통합운영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의원의 반론을 더 들어보자.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건설 분야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이제 건설의 역사가 끝나가고 있다. 10년 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대상이 별로 없다. 고속도로 건설만 봐도 국토의 종축(세로축) 건설은 다 됐고 횡축(가로축)만 남았다. 그런데 횡축은 타당성 조사를 해 보면 건설 타당성이 낮다고 나온다. 또 주택보급률도 평균 100%가 넘었다. 수도권은 예외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120%에 도달하기까지 15년도 안 걸릴 것이다. 공항이나 철도 분야도 호남고속철도 개통하고 나면 할 것이 거의 없다. 최근 수해가 나니까 댐을 추가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실 여건상 추가 건설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수자원 정책도 소규모 단위로 할 수 밖에 없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제 별로 없다는 말이다.

건설은 ‘지금 당장’ 급한 분야이고 환경은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분야이다. 급한 쪽이 이긴다는 생각 때문에 건설 쪽에 환경이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 SOC가 끝점에 이르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이제 건설과 환경을 같이 사고할 때이다.”

“건설부 환경부 통합 바람직”

이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동분야도 경제분야와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노동문제는 경제문제와 같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70~8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이 소외되고, 노동쪽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과 불리한 구조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87년 이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노사 균형축이 역으로 깨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파업이나 포항건설노조 문제를 보면 국민들의 불신이나 우려가 대단한 수준에 와 있다. 균형 잡히게 보려면 노동 자체를 전문적으로 봐야겠지만, 경제분야와 같이 결합해서 보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노동과 경제를 같이 보는 장도 필요한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통합적 시각은 노동부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려는 계획에 대한 의견으로까지 이어진다.

“노동부의 주요 정책이 고용 쪽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간 노동부는 가능한 노사관계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 있던 노동자 입장에서 봐 왔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기업이나 사용자 쪽을 규제하자는 입장이었다. 대체적으로는 중재하고 조정한다고 했지만 큰 틀에서는 약자인 노동자 편에 서 왔다는 말이다.

그런데 노사관계가 이제는 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무조건 노동자가 불리하고 사용자가 유리한 측면은 탈피했다. 이제 노사관계는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실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고용쪽에 많은 비중을 둔다고 해도, 노사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균형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 사용자적 관점 또는 기업 쪽 관점에서도 노사문제를 봐야 한다.”

그는 ‘균형’을 강조했다. 하나하나의 개별조직들은 자신의 조직 문제에 충실해야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었다.

“노동과 경제도 통합적으로 접근”

피감기관과 관련된 의견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현안 문제로 넘어가 보자.

지난 2년 동안 노사정 사이에 최대의 논란거리로 부상했던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이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특히 현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재논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어떤 입장일까.

우선 이 의원은 비정규직법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노사관계로드맵 등 구체적인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만 그는 비정규직법안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던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하겠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시했다.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기업들이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기존의 정규직을 기간제나 파견제로 교체해서 사용하는 등 비정규직이 남용돼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악화됐다. 특히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저임금과 차별대우에 방치돼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노동시장에서 차별과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고,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고서는 경제 활성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비정규직 입법이 늦어질수록 노동자의 고통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사회적 충돌을 부른다. 그래서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오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재논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다소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민주노동당이 다시 수정안을 내는 것은 그동안의 합의나 대화과정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법안이 법사위에 가 있는데 다시 환노위로 되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재논의를 하더라도 소모적 논쟁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는 “행여 전반기 환노위 논의과정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재논의도 검토해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소모적 논쟁은 하지 않겠지만, 재검토를 해 볼 의향은 있다는 말이었다.

“비정규직법 정기국회서 처리해야”

특히 이 의원은 최근 당정협의를 거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다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98년도에 정부 조직개편 작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상당부분 행정개혁 추진과정에서 파생됐다.

당시 상시적인 업무이기는 하지만 단순반복 업무나 공공성보다는 기업적 성격이 강한 업무들을 중심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거나 계약직으로 돌렸다. 이는 행정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부 운영면에서 행정의 효율이나 혁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여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환 규모나 예산은 아직 미정이며, 종합대책은 8월 초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등에서는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정규직 우선 전환 규모를 8만여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상시직이라고 할지라도 핵심업무를 맡는 노동자가 아니라면 비정규직이나 외주위탁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공공 비정규직 행정 효율성 따져야”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서 이 의원은 “현재는 자세한 검토를 해 보지 못해서 뚜렷한 입장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시정돼야 하는데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크다는 것도 노동자들이 이해해야 한다.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통해서 차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며,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잘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입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이런 논의 틀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특히 노사정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97년 말 IMF가 왔을 때 1기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 내는 등 상당한 역할을 했다. 국민의정부 시절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서구에서처럼 사회적 대타협 방식의 노사정 협약을 만드는 장으로서 노사정위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아서 그렇다.”

“노사정위 제구실 못해”

그는 사회적 분위기 성숙의 전제 조건으로 노조의 대표성 문제를 거론했다.

“노조 내부의 문화나 관성을 보면, 노조가 타협하는 것 자체를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노조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하나의 정치과정이다. 노조 내부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강성파의 주장이 먹혀든다. 노사정위가 제 구실을 하려면 노조의 대표성과 내부에서의 확고한 권위가 확립돼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노조 지도부가 결단을 해야 진정한 의미의 대타협이 가능하다. 그런데 노조 집행부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참여해서 논의하려 들면, 그 정신까지 내부 권력획득 과정에서 훼절된다. 참여하고 타협하는 것이 노조의 지위를 약화시킨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한, 노사정위를 통한 대타협을 추구하는 것도 잘 될 수 없다.”

이런 의견의 연장선에서 이 의원은 노사관계로드맵 또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사관계 선진화논의도 노사정위 틀 속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이 아닌가 한다. 논의의 틀이 더 중요하다. 노사정위를 억지로 복원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못 풀게 하거나 더 어렵게 만들었다. 로드맵 논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국회는 정치적 불신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민주노총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민주노동당도 국회 안에 들어와 있다. 한국노총 쪽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므로 굳이 노사정위라는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가 사회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돼 자칫하면 마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회가 힘들어지겠지만,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을 될 것처럼 하는 것은 더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노사정위를 폐지하자는 말은 아니다. 노사정위를 폐지하자는 것은 사회적 타협 자체를 무시하자는 말이다. 노사정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 사회적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시간만 끄는 것 보다는 국회에서 주도하는 과정을 통해서 노사정위 역할이나 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에 따라 노동계 내부에도 새로운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가 쟁점 입법 주도해야”

이 의원은 주로 노동계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노동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것일까.

“노동계는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꺽으려 든다. 타협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견을 절충하려는 자세에서부터 출발한다. 협상력을 높여서 문제를 풀려고 들어야지, 무리하게 강요하게 힘을 앞세워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동운동의 내부를 보면 자신들의 대표를 뽑아 놓고도, 그들이 사용자와 절충을 하고 오면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유지하려 들기보다는 자꾸 뒤엎으려 든다. 타협 자체를 불신하고, 새로운 권력을 만드려 드는 문화가 상존해 있다. 노동계는 대화와 타협, 토론의 문화에 보다 익숙해 져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노조들은 사용자들이 대화와 타협에 인색하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사문제가 경색된다는 논리를 편다.

“노사, 상대방 인정부터”

이 의원은 경영계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노동계를 대등한 관계로 인식해서 상호공생하고 공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노사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지금도 노조가 경제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여론이 확산되도록 지나치게 강조하고 조장하고 편승해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경영계도 역지사지의 태도로 접근해야 노동계와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해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편집자 주> 6월부터 후반기 17대 국회가 시작됐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구성도 대폭 바뀌었습니다. 우선 위원장이 새로 선출됐습니다. 16명의 위원 가운데 6명만 전반기에 이어 환노위원을 맡았습니다. 국회는 환노위 정원 16명 가운데 15명만 우선 배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9명이 ‘새 인물’들입니다.

환노위원들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좌진 역할을 조정하는 등 내부 정비에 바쁩니다. 특히 환노위가 처음인 의원과 보좌진들은 생소한 노동과 환경 분야를 공부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15명의 환노위원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도 하고, 후반기 국회를 맞이하는 다짐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는 7월24일자에 홍준표 위원장부터 시작해 약 3주 동안 무순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