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철도파업을 이끌었던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4월9일 구속수감됐다가 6월22일 집행유예로 풀려나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7월 한달 내내 쉬지 않고 현장을 돌았다. 그리고 지난 26일 대의원대회에서 하반기 투쟁 방향과 산별전환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는 하반기에 산별 전환과 함께 “엉터리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대의원 대회에서 하반기 투쟁과 관련된 결의가 있었는데, 쟁점이 무엇인가.
“임금투쟁과 함께 철도 공공성 강화와 구조조정 저지가 과제다. 임금요구안을 확정했고 특히 총리실 산하 철도경영개선 TFT가 안을 마련해 하반기 정기국회에 예산을 반영토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적자선 폐지, 인력감축 등이 구조조정의 주요 내용으로 나올 듯하다. 철도요금 인상, 구조조정 공세 등 철도상업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대국회 투쟁을 전개할 생각이다. 또 조직적 과제로는 산별전환에 대한 문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같은 변화된 조건에 맞는 조직형태 변경이 있다. 이들이 핵심 사업이다.”

- 임금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하반기 임금협상은 공사로 전환된 뒤 첫 번째다. 조합원들 기대가 큰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다. 공사로 전환하면서 합의한 임금합의안의 이행을 요구할 계획이다. 합의안은 공사 전환 뒤 공무원 승진 때 삭감됐던 호봉을 재획정키로 했고 다른 공사와 임금 격차를 보전하고 공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후소득인 공무원 연금에 대한 불이익 부분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임금 인상분은 총액임금 대비 3%를 요구하고 있다. 물가인상률보다 밑도는 정부 통제를 돌파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다다익선의 관점이 아니다. 임금투쟁은 단기적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조합원에게 구호만 높게 올리는 모험주의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철도공사가 징계를 계속하고 조직개편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출소하자마자 징계문제가 발등에 떨어졌다. 단순하게 해고자 숫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일반 조합원까지 징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본사 인력에 대한 징계 외에도 지역본부 지사에도 징계를 예고했다. 4월1일 합의 때 징계최소화를 약속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앞으로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임금협상 전에 징계는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쪽에서는 징계가 계속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 임금교섭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8월15일 하계대수송 기간이 끝난 뒤 중순에 시작될 임금교섭 전까지 일단락 지어야 한다.

- 철도공사의 조직운영혁신 방안을 보면 외주위탁 확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나.
“2단계 사유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운영주체는 공공부문으로 두되 대부분 업무를 떼어내 자본의 논리, 시장·경쟁의 논리를 침투시키고 있다. 이게 외주화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본 등 철도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외주화가 철도 안전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알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안전을 도외시하고 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일체형 조직에서 중앙집중식 통제가 약화되면서 내부거래 비용이 늘어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철도 경영에도 도움이 안된다. 외주화를 확대하면 이윤이 늘고 비용이 감소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공공부문 인력을 줄이기 위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엉터리 구조조정이다. 민영화돼도 안전하다고 선전하던 일본 철도는 서일본철도 열차전복 탈선 사고로 117명의 사상자가 났다. 사철(私鐵)과 무한 속도경쟁을 벌이다가 벌어진 사고다.
시설보수의 70%를 외주화한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안전과 직접 연관이 돼 있다. 외주를 주고 출혈경쟁이 이어지면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영국의 대형사고 교훈이 있는데도 경영정상화 미명아래 이런 것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아이러니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안전망이 약한 나라에서 공공부문이 시장경쟁에 노출되면 사회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 외주화에는 KTX 승무원 문제도 걸려 있다. 불법파견 재조사 등에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나.
“노동부가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도급이라고 판단한 것은 넌센스다. 정치적 판단일 뿐이다. 업무의 직접적 연관성으로 판단하면 팀장은 안전만, 승무원은 서비스만 할 수 없다. 최고 서비스는 안전이다. 둘을 분리할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직원과 열차팀장이 원활한 업무협조 없이 각자 따로 일하는 것은 파견법을 떠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불법파견을 입증해 KTX 승무원들 당사자의 문제도 해결하고 확대되는 공공부문의 외주화도 멈추게 해야 한다. 공공노동자들이 답답한 게 형식적 교섭당사자는 사측인데 실질적인 사용주는 정부라는 것이다. KTX 승무원 문제도 이철 사장이 결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가 방침을 수정해야 한다. 기예처가 예산결정권부터 사장해임건의안까지 가지고 있다. 인력하나 늘리는 것도 완벽하게 통제를 받고 있다. 기예처가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부문 대책으로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당정협의를 통해서 상시업무는 정규직화하겠다고 정했다. 당연히 KTX 승무원은 완전하게 상시업무를 해왔다. 불법파견임을 입증하면 공공부문 외주화, 민간위탁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증을 위한 최대의 노력을 할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최대한 공정하게 정치적 고려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조사인 만큼 노동부가 입장을 가지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 최근 경영평가 결과 철도공사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진단해달라.
“이번 경영평가는 기예처의 도발이다.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수치조작에 다름없다. 상업주의적 잣대로 공공부문을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계량평가에서는 우수한 성적이었는데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는 비계량 부문에서 최악으로 만들었다.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는 경영평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 공공부문 기업이 이익 내더라도 전체 사회비용이 증가했다면 그 기업은 존재이유가 없다. 돈을 구조조정의 지렛대로 삼는 것은 천박한 발상이다. 철도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한 것일 뿐이다. 투쟁의 시발점은 임금투쟁이 될 것이다.”

- 대의원대회에서 산별전환을 결의했는데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산별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과 생존의 문제다. 위기의 한국 노동운동을 전환시킬 수 있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별이 유일한 길이라는 만능주의와 형식적 산별론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철도노조도 올해 11월에 산별전환투표를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하반기는 노동운동의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다. 이시기에 민주철도를 만들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간부들이 기득권을 놓고 더큰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제2 공투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올해 전반기에 금속노조가 앞장섰다면 하반기는 철도노조를 비롯한 운수노동자들이 산별의 전망을 열어갈 것이다. 교육사업과 현장순회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산별의 정신과 노동자 정신을 가지고 하반기 투쟁을 하면 전환투표 가결, 부결을 넘어 의미 있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결과는 부차적으로 따라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운수산별의 디딤돌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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