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일이다. 상임위원장을 지냈던 의원이 같은 상임위의 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그 쉽지 않은 일을 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후반기에는 그냥 ‘위원’이 됐다.

특히 이 의원은 전반기 환노위원장 시절 언론의 주목을 받은 굵직한 일을 주도했다. 지난 2월27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비정규직법안을 처리했던 것.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날치기’ 또는 ‘강행처리’라고 비난했고, 다른 쪽에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어쨌든 이 일을 주도했던 이 의원은 후반기에는 건설교통위 배정을 희망했다. 그러나 당 내 사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건교위 같은 ‘인기상임위’에는 수도권 출신 의원을 일단 배제하고, 당선횟수가 적은 의원을 중심으로 배정하는 기준을 정했다. 인천 서구 강화군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인 이 의원은 인기상임위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이 의원은 내심 환경노동위 배정도 희망했다. 지역구인 인천 서구 검단에는 수도권매립지가 있어 지역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환경문제였고, 갯벌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강화도 또한 환경문제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앞으로 2년 동안 환경분야와 노동분야에 대한 식견을 더욱 많이 쌓고 싶어 환노위에 남기로 했다는 이 의원을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위원장에서 위원으로

앞서 말했듯 이 의원과 비정규직법안 처리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환노위 법안처리를 계기로, 싫든 좋든 2004년 9월부터 본격화된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법안은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에서는 재논의를 주장하는 등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의원은 비정규직법을 다루던 지난 1년 반을 ‘씨름’이라고 표현했다. “전반기 상임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정규직법안 처리 문제였다. 최대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위원장이 되면서부터 이 문제가 제기돼 1년 반 정도 씨름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청와대 공보수석까지 지낸 3선 의원이지만, 그에게도 비정규직법안 처리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씨름하는 동안 경제단체들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자, 실무진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중재하고 절충하면서 노사문제의 쟁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나름대로의 결실도 있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도 ‘노동’쪽의 경력이 전무했고, 국회 입성 후에도 노동분야를 다루는 상임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의원으로서는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복잡미묘한 입장이나 처신 등을 비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를 한 셈이다.

약력
1964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967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980 신군부 언론인 강제해직
1984 동아일보 복직
          (논설위원, 정치부장)
1993 대통령 공보수석·청와대 대변인,
          공보처 차관
15,16,17대 국회의원 
 환경노동위원장
복잡한 비정규직법

그는 법사위에 계류된 비정규직법안이 수많은 대화와 중재 끝에 나온 ‘최대공약수’였다고 강조했다.

“환노위에서 협상을 주도하면서 ‘여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떻게든 노사간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최대공약수를 거의 찾았다.”

그런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반발이 거셌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법안 처리가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이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동원했다.

“어쩔 수 없이 발동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완전하게 합의가 이뤄졌으면 웃으면서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러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 일을 내가 했다는 보람도 있다. 일각에서는 ‘날치기’ 또는 ‘강행처리’라고 하는데 그 말은 맞지 않다. 일반적으로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수당이 강행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정규직법안은 국회 교섭단체 여야가 합의해 처리했다. 극소수 의원이 반대했을 뿐이다. 또 외형적으로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쳤지만, 그것은 노사의 특성상 완전히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경영계나 한국노총은 외형적으로 반대하는 것처럼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대체로 수긍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데다 주요 노사단체들이 내심 동의한 상태에서 법안을 처리했으므로, 강행처리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현재 제기하는 재논의 주장을 그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재논의 주장의 배경에 깔린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었다.

“그동안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과 수 없이 많은 얘기를 했다. 막판에는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으로 협상할 것이 없어졌다. 마지막에는 ‘사용 사유제한’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만 남았다.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직장이나 직업이 다양화되고 있다. 근래 1년 사이에도 사라지는 직종도 있고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다. 직장이나 직업의 내용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데 어떤 것은 비정규직을 써도 되고 어떤 것은 안 되고 하는 식으로 사유를 제한하면, 동맥경화에 걸린다.

만약 어떤 일은 비정규직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해 두면, 모조리 정규직을 써야 한다는 말인데, 우리 현실에서 그렇게 하면 정규직이 늘어나기보다 비정규직을 몰아내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결국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사유제한을 하자면서 재논의를 하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정규직 사유제한을 도입하면 실업자가 양산된다는 논리는 열린우리당의 주장과 흡사하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사유제한으로 논란이 증폭되자 ‘실업자 양산’ 논리로 민주노동과 민주노총의 논리에 대응했다. 사유제한을 도입하면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영세사업장에서도 당장 정규직만을 고용해야 하고, 이들 사업장들은 아예 소수 정규직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기왕에 고용하던 비정규직마저 내 보낸다는 논리였다. 또한 일부 기업은 정규직 고용에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과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보태졌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사유제한 도입 = 비정규직 양산’이었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논리를 이 의원도 똑같이 말하고 있었다. 인식의 일치였다.

재논의 주장 수용 불가

다시 그날, 그러니까 비정규직법이 환노위에서 처리된 2월27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날 처리 직후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그날 아니면 처리에 협조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날과 같은 날이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처리 직후 ‘최연희 구하기’와 비정규직법 처리의 상관관계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노회찬 의원과 이목희 의원의 발언이 합쳐지면서, 언론들은 비정규직법과 최연희 성추행 사건과의 함수관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요지는 대강 이렇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을 강행처리해서 최연희 성추행 사건으로만 쏠릴 뻔한 언론의 관심을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으로 최연희 사건에 물을 탔다는 주장이었다.

이경재 의원은 이목희 의원의 발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목희 의원은 법안소위원장이었을 때부터 매번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강조해 온 의원이다. 정부여당이 처리를 강조했지만 나는 야당 의원이다. 야당 의원인데도 정부여당이 강조해 온 법안을 정치적 책임까지 감당해 가면서 처리한 것에 대해 고맙게 여기고 그래야 하는데…” 이 의원은 여기에서 말을 끊었다.

이어 그는 “처리가 끝나고 나서 (이목희 의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부의 비난을 상임위원장한테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이 있었던 없었던 간에 그날 당일에는 환노위원 전원이 처리에 찬성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게 애당초 한국노총 최종안 중 ‘불법파견 적발시 즉시 고용의무’와 ‘합법파견 2년 후 고용의제’을 각각 ‘불법파견 적발시 2년 고용 경과 시에만 고용의무’, ‘합법파견시 2년 후 고용의무’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바꿔야 이날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버텼다.

두 당 의원들은 오후 늦게까지 이를 두고 진통을 거듭하다가 결국 열린우리당이 ‘항복’했다. 두 당은 이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만들었다. 두 당 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법안을 전격 처리했다.

2월27일 무슨 일이 있었나

“협상 과정을 낱낱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이목희 의원은 한국노총과 협상해서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임위 처리 과정에서 한국노총 안이 100% 수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노총이 불만을 제기하니까 그 책임을 (상임위원장이나 한나라당에게) 떠넘기기 위해 그런 말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의원은 한국노총이 불만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법안 내용으로만 보면 애초 정부안에서 노동계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정부안에서 내용이 바뀐 부분은 대부분 노동계 요구안 쪽으로 됐다. 다만 파견법 관련해서 2개 조항만 사용자쪽의 요구를 우리(한나라당)가 수용했다. 바뀐 내용의 80% 정도는 노동계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모든 내용을 노동계 요구 쪽으로 해서는 곤란해서, 사측의 요구를 극히 일부만 들어준 것이다. 법이라는 것은 타협의 산물이다. 나중에 한국노총 위원장이 인터뷰하는 것을 봐도 ‘어떻게 100% 다 얻는가’라고 하더라.”

이 의원은 비정규직법안은 여야 타협의 산물이자, 최대공약수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80%는 노동계 요구 수용”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환노위에 이 의원은 또 남았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비인기’ 상임위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환노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특정 상임위의 인기는 보는 기준이나 사람마다 다르다. 사업을 하거나 지역에 무슨 큰 사업을 유치할 수 있다거나 그런 상임위를 인기 있는 상임위라고 부르고, 지역에 별 도움이 안되고 의원 개인의 의정활동에 물질적으로 도움이 별로 안 되는 곳을 비인기 상임위라고 부르는 것 같다. 또 뉴스의 초점이 되는가 여부도 인기 비인기를 가르는 기준인 것 같다. 통외통위가 통일 안보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환노위는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환노위가 다루는 분야가 모두 대립적인 집단들이다. 환경은 보전과 개발이 대립하고, 노동은 사용자와 피고용인 사이에 대립한다. 껄끄러운 일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정치의 본연 기능이 갈등을 조화시키고 조율하고 화해시키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환노위는 훌륭한 상임위이다.”

이 의원은 대립을 조율하고 갈등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환노위의 고유 역할이라고 말했다. 가령 홍수를 막기 위해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과 자연보호를 위해 반대하는 입장을 모두 최대한으로 수용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도록 돕는 곳이 환노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 환노위는 훌륭”

이 의원은 이런 환노위에서 올해 하반기에 2가지 큰 과제와 마주쳐야 한다. 하나는 특수고용직 관련입법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관계로드맵 관련법안이다. 어떻게 ‘조율’하고 ‘조화’시킬 것인지 들어봤다.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해서 그는 단계적 접근론을 폈다. “각 직종이나 직업마다 정도의 차이도 있고 성격이 다르다. 자기 자본이나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채 사실상 고용상태에 있다면 곧바로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을 수도 있고,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기 곤란한 집단도 있을 것이다. 인정하기 곤란한 집단은 우선 산재보험 같은 4대 보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기 차를 소유하고 있는 지입차주 같은 경우는 독립적으로 생산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거에 여러 법 해석이나 판례들이 있는데, 거기에 반해서 입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에게도 산재보험 혜택 같은 것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도 각 직종별 특성에 따라 구분해서 단계적으로 법안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

노사정위 공익위원 의견과 유사한 방식이다. 환노위원들은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해 대체로 이런 시각을 갖고 있었다.

“특고, 단계적 접근”

노사관계로드맵, 그 중에서도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서도 물었다. 우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다루는 이 사안의 합의 가능성을 이 의원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까.

“두 가지 문제는 노사간 입장차도 있겠지만 노-노 간에도 입장이 다를 것이다. 로드맵에 대해서는 합의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연내에 노사가 타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노사가 합의하면 좋겠지만 합의하지 못하면 비정규직법안 다뤘듯이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노사간에 완전합의라는 것은 힘들지 않나.”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문제는 국회가 떠안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용자가 자기를 압박하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다. 노조가 사용자의 돈을 받으면서 사용자를 향해 투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칙대로 가야 한다.” 이 의원이 말하는 원칙은 ‘지급 금지’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만 현실에서 시행하는데는 역설적이다. 대기업노조와 중소기업노조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자체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전임자 임금지급을 폐지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유예를 둬야하지 않을까 한다. 원칙은 있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장 규모나 조합원 규모에 따라 전임자 임금지급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재계가 걱정이 많다. 복수노조가 되면 노조들이 선명성 경쟁을 할 수 있다. 또 노조의 대표성을 누가 갖는가의 문제도 있다. 비례대표로 하는 방법도 있고 단일화해서 나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과반수 노조가 대표성을 갖고 나머지가 그 노조를 쫓아오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고, 공청회나 토론회도 봐가면서 검토해 보겠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문제는 좀 더 검토해 보겠다는 말이다.

“합의 못하면 국회가 처리”

현안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피감기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고용노동부’ 개칭 문제를 물었다. 단순히 노동부 이름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부의 위상이나 정체성, 역할 등에 대한 의원의 시각이 모두 묻어날 수 있는 질문이라고 판단, 이번 연쇄 인터뷰에 공통적으로 넣은 질문이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로 개칭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용 대비 효과’가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이란다.

“고용과 노동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노동부 입장에서는 노동, 노사 문제에서 적극적인 개념, 즉 포지티브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을 강조해서 고용노동부라고 개칭을 추진하는 거라 본다. 하지만 좋게 포장하려는 것까지는 좋지만, 명칭을 고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교육부가 학교교육을 담당하는 데서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현장에 연결시켜 주겠다는 뜻에서 교육인적자원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름을 바꾼 만큼 역할을 했나. 이름만 바꿨지 과거 교육부에서 한 치도 더 나가지 않았다. 이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고용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노동부 자체로서는 고용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고용은 산업정책이 잘 나오고 산업이 활성화돼야 창출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로 해서 노동부가 산자부나 재경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뭔가를 만들어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명칭 변경에 회의적이다. 좀 더 연구해 볼 문제이다.”

“비용 대비 효과 없다”

그는 이어 노동부의 고용정책을 잇달아 비판했다.

“지금 노동부가 만들어낸다는 일자리를 보면, 대부분이 비정규직 일자리이거나 임시직보다 더 임시직, 뭐랄까 아주 지극히 단순한 일자리 수준이다. 동정적인 시각에서 구체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다. 또 낭비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이는 특정 직업의 정신을 훼손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에서 고용노동부로 개칭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이 의원은 “노동부가 무슨 수로 일자리를 창출하냐”고 되물었다. 일자리는 기업과 투자가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은 산자부나 재경부가 정책으로 지원할 일이라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었다.

“노동부는 단순 일자리만 만들 뿐”

이 의원은 그런 측면에서 노조가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철강이나 자동차산업이 잘 나가고 있지만 이미 1등을 달리고 있는 도요타나 BMW는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임금을 5년째 동결했다. 그 결과 사업이 확장되고 고용도 늘어났다. 우리는 경쟁에서 따라가지도 못하는데 무조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파업한다. 파업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고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모집단이 무너진다. 모집단이 무너지면 근로자들에게도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 노조가 망하기 전에 챙길 것은 챙겨두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 같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고용도 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그는 강성노조의 투쟁 때문에 외국인이 투자도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노조가 불법파업을 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노동자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일자리는 위협받는다. 실업자도 늘어난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한국노총은 해외에 나가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민주노총의 파업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울산이나 포항에서 파업하는 것을 보면 마치 ‘해방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정치적 목적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신경질적인 노동운동을 하는 것 같다. 떼를 쓰고 폭력을 휘둘러도 나중에 합의만 하면 사법처리도 안 받고 보상은 보상대로 받는 노동운동은 87년 형태이다. 이제 그런 노동운동을 계속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한다. 포스코에서도 국민 정서와 정반대로 가서 외면 당한 것이다. 무리하게 불법적으로 몰고 가면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숭고하다고 해도 외면 당한다. 모택동이 ‘인민은 바다이고 우리는 물고기’라고 했다. 물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목표가 아무리 정당해도 국민들과 같이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참패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점점 더 지지를 잃어갈 것이다.”

“87년식 노동운동 그만해야”

민주노총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이 의원은 경영계에 대해서도 몇 가지 주문을 내놨다.

“과거에는 ‘우리가 너희들을 먹여 살리니, 고마워하라’는 가부장적 기업 운영 문화가 많았는데,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기업들도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아직 일부에서는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고쳐야 한다.

또 요즘 윤리경영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업은 내 것이 아니라, 내 아들 손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는 말이다. 이제 소유개념을 바꿔야 한다. 돈을 벌어서 국민에게,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그런 기업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기업이 기업윤리를 먼저 가져가면 노동자도 변할 수 있다. 환경이 돈을 뺏는 것이라는 과거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오히려 환경경영을 하는 것이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기업들은 윤리경영과 환경노동을 실천해야 한다.”


<편집자 주> 6월부터 후반기 17대 국회가 시작됐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구성도 대폭 바뀌었습니다. 우선 위원장이 새로 선출됐습니다. 16명의 위원 가운데 6명만 전반기에 이어 환노위원을 맡았습니다. 국회는 환노위 정원 16명 가운데 15명만 우선 배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9명이 ‘새 인물’들입니다.

환노위원들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좌진 역할을 조정하는 등 내부 정비에 바쁩니다. 특히 환노위가 처음인 의원과 보좌진들은 생소한 노동과 환경 분야를 공부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15명의 환노위원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도 하고, 후반기 국회를 맞이하는 다짐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는 7월24일자에 홍준표 위원장부터 시작해 약 3주 동안 무순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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