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데 메이어 ILO 노사관계 전문위원은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말은 조심스러웠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대단히 적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나는, 현재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는 진전의 과정에 있으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가지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두번째로는, 엄정한 법질서 구현이 노사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번째로, ILO는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번째 말의 경우, 지난 6월 진위 공방이 있었던 ‘ILO 직접개입’이 뭔지, 그런 말을 했는지 그만 따질 때 아니냐는, 일종의 충고이기도 했다.

27일 열린, 민주노총-ILO 공무원노동기본권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메이어 전문위원은 노동부와 양대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등을 방문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인터뷰는 그의 출국을 몇시간 앞둔 28일 오후에 1시간 동안 이뤄졌다.

“현행법, 기본조건 충족되지 못했다”


-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는 갈등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해외 여러 사례를 봤을 때, 한국이 가진 이슈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정부도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ILO가 정한 기준으로 봤을 때, 정부가 고용한 사람도 ‘대상화’돼선 안 되며 파트너로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렇지 못하고, 그러기에 현재의 상황은 문제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의 경우 공공의 이해관계와 직업상의 이해관계 사이에 작동 가능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그 균형을 찾는 기본 조건이 충족돼 있지 못하다. ILO 헌장에 비출 때, 그 조건을 찾기 위해선 결사의 자유, 특정한 조건 하에서의 단체교섭, 일시적으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파업권) 등의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 지난 3월말 ILO가 공무원 및 소방공무원의 단결권 확보와 단체행동권의 보장을 권고했다. 이후에 한국정부는 반발했다. 한국의 현행법(공무원노조특별법)은 ILO의 기준에서 보면 어떤가.
“한국의 현재 상태는 과정에 있다. 현재의 체계는 완전하지 못하다. 지난 3월의 권고안이 완벽하지 못함의 반영이라고 본다. 공무원 문제는 오래된 이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몇번이나 권고를 해 왔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전 상태에 비해선 진전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단체행동권의 제약 수준은 ‘조화로운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방향’보다 더 나간 것이라고 본다. ILO는 정부와 노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찾을 자신이 있다. (한국의 정부와 노조) 모든 당사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내가 여기 와 있는 건 ‘직접개입’인가? 아닌가?”


이 즈음에서 질문은 ILO의 ‘직접개입’ 문제로 넘겼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초 ILO가 한국의 건설노동자 탄압과 공무원노동자 탄압 문제와 관련 ‘직접개입’ 하겠다고 언급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ILO가 ‘직접개입’을 말한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 진위 공방은 한동안 이어졌다. 메이어 전문위원에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의 답은 딱 부러지지 않았다.

“직접적인 사항은 모르고 있다. 그러나 격렬한 논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직접개입이 뭘 의미하는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가령 내가 여기 와 있는 것, 민주노총과 ILO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여는 것 등을 직접개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공무원 노사관계가 만족스런 결과를 찾을 때까지 ILO가 개입할 것이라는 점이다.
ILO는 ‘UN 평화유지군’과 같은 감시와 개입을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역할은 민감한 문제에 조언을 하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ILO에서는 한국을 빈곤 탈출에 대단한 성공을 거둔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지시’를 하기에 좋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노사정 관계가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원하며, 그에 따른 조언을 해 나갈 것이다.”

만약 ILO가 직접개입을 언급하지 않았을 경우.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는 국민과 자신들의 조합원에게 거짓을 밝힌 셈이 된다. 언급했다면, 한국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된다. 이 문제를 확인해 줄 수 있는 곳은 ILO 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민감한 쟁점인 만큼 ILO가 확인해 줄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직접개입이 뭔지 그에 대한 과학적인 기준은 없다. 물론 우리는 ‘평화유지군’과 같은 형태의 기능을 하는 기구가 없다. 그건 우리가 해 온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이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가) 대단히 중요한 이슈라는 점이다. 그리고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10년간 다뤄 왔다는 점이다. 상당한 자원과 인력이 투입됐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여해 왔고, 앞으로도 다룰 것이다. 대화를 지속할 것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직접개입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도 있다.”

“노사관계, 법으로만 해결 어렵다”

- 최근 한국의 행정자치부는 노조 사무실 폐쇄 지침을 내리는 등 전국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공무원노조와의 관계를 본다면 행자부는 사용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ILO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ILO는 사회적 대화를 상징하고 대변하는 조직이다. 사회적 대화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어느 정도 지저분하기도 한 과정이다. 여러 집단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말을 한다. 제 경험으로는, 또한 ILO는 한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의 이해관계를 위해 노사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법 적용이 가장 효과적이며,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한국 정부의 현재 태도는 법 중심의 접근이다. 노사관계로, 대화 중심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대화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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