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옥죄고 강제합병 위한 수순밟기"…7.11 금융 노·정합의 정면배치 반발 예상

정부가 추가 공적자금 투입 대상 금융기관이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조의 동의서를 포함한 경영개선 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금융권은 노조 옥죄기는 물론, 나아가 강제합병을 위한 수순밟기 아니냐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진통 끝에 노조의 동의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대우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원인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기업의 운명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상황논리로 노조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한편, 정부 자신은 한발짝 물러서 책임을 피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 지원을 미끼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한편, 해당 은행이 '위기'로 몰리는 상황에서 증폭될 비난여론을 노조에 쏠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노조가 수용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제시해, 역으로 노조의 동의서 제출을 봉쇄하고 퇴출이 불가피한 쪽으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9월 경영개선계획서와 함께 노조 동의서를 제출했던 기존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다시금 압박하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우량은행과의 사실상 강제 합병인 자산부채계약이전(P&A)방식을 추진하기 위한 수순밟기일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 재경부장관은 28일 국회 답변에서 "부실은행을 자산매각 방식으로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도 "공적자금을 받지 못한 은행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될 처지에 놓이게 되면 P&A가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지금껏 추진해 온 지주회사 방식보다 자산매각에 의한 합병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강제적 합병은 않는다"는 지난 7.11금융 노·정합의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부의 '노조 동의서' 요구가 전 금융권에 해당하는 것과 관련, 제2금융권 노조도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사무금융연맹의 한 관계자는 "'노조 동의서 요구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해고를 위한 '백지 위임장'을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금융정책 실패의 책임과 공적자금 낭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술책인 만큼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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