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경쟁을 뚫고(?) 무난하게 남았다.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은 기피하지만 민주노동당 안에서 환노위의 인기는 단연 ‘짱’이다.

2004년 총선 직후 상임위 배정을 논의할 때 대부분 의원들은 '환노위행'을 원했다. 민주노동당의 ‘얼굴’로 알려진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출신이다. 천영세 의원도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다. 전노협 결성의 주역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YH노조를 이끌었던 최순영 의원도 노동운동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인물이다.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도 민주노조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들이다.

당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모두 노동문제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환노위가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단병호 의원은 이같은 당내 경쟁(?)을 뚫고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환노위에 배정됐다. 천영세, 최순영,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에 비하면 노동운동 경력은 짧은 편이지만, 그는 87년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 “밖에 있던 시간보다 감옥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동운동에 열심이었다.

‘의원’이라는 호칭보다 ‘위원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는 단병호 의원. ‘노동자 국회의원’이라고 자칭하는 그는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산증인으로 불릴 정도이다. 현재도 민주노총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단 의원은 늘 그렇듯이 잠바 차림이었다.

그는 환노위 재배정에 대해 “비정규직법안이나 특수고용직 문제, 노사관계 로드맵, 산업재해 등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연속성을 가지고 산적한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노위에 남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법 기억 남아

단 의원은 전반기 2년의 의정활동 가운데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을 두고 그와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환노위와 법사위를 수차례 점거했다. 지난 2년 동안 국회 안팎은 회기 때마다 긴장이 넘쳤다. 그는 늘 그 긴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인터뷰를 하다가도 그는 비정규직 법안 대목에 이르자 목청이 높아졌다.

“비정규직 법안은 반드시 재논의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환노위나 법사위에서 국회 일정에 항의한 것은 비정규직 법안 처리 시기를 지연시키자는 것이 아니었다. 내용에 문제가 많으니 그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어렵더라도 재논의를 해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을 막는 제대로 된 법을 입법해야 한다.”

이는 그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여야 정치권에게 줄기차게 주장해 온 내용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재논의 요구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두 당은 공히 법 내용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소 미비하거나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입법 후에 내용을 보완해서 재개정을 추진하자는 의견에서도 두 당 모두 유사하다.

특히, 두 당은 재논의를 통한 입법은 국회 절차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한 수정안 형태로 환노위를 통과했으며, 법사위 자구심사와 본회의 처리만 남은 상태에서 법안을 재심의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약력
1949  경북 포항 출생
1967  포항 동지상고 중퇴
1987  동아건설 창동공장 초대노조위원장
1989  서울지하철파업 관련 1차 구속
1990  전노협 1~4대 위원장
1990  전노협 관련 2차 구속
1995  현총련 파업 관련 3차 구속
1996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1998  민주노총 투쟁관련 4차 구속
1999  민주노총 3,4대 위원장
2001  노동운동 관련 수감 (형집행정지)
2001  출소 앞두고 5차 구속
2004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현실적으로도 가능”

단 의원은 두 당의 이런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우선 내용적 측면에서 그의 반박을 들어보자. 그는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든다고 했지만,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 내용으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정규직의 양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실제 비정규직 차별이 해소된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실질적 근거를 단 한번도 제시한 적이 없다. 정부는 확신도 없이 막연한 희망과 기대만 가진 채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자고 우기고 있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은 이 법안대로 시행되더라도 차별시정 효과가 없고, 오히려 고용불안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조차도 현재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 내용이 아니라 다른 보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인권위 권고까지도 무시하고 법안을 밀어붙였다.”

그렇다면 단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실질적으로 보호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물론 그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용을 허용하는 ‘사용 사유제한’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사용 사유제한’이라는 말을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이 ‘사유제한 도입’을 재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는 인상을 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전제 조건은 없지만, 실질적인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재논의를 한다는 것은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추호의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용 사유제한 등을 담지 않으면 재논의 또한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 사안”이라며 “비정규직법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을 막아, 보호의 측면이 가시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정도로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입법 절차 등 형식상 문제에 대한 그의 반박은 더욱 분명하다.

단 의원은 “법안이 비록 법사위에 가 있더라도, 여야가 재논의와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만 하면 법사위가 환노위로 환부할 수 있다”며 “이는 국회법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어렵다면 법사위에서 수정하는 방법도 있고,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내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며 “재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가 하는 의지의 문제이지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렇기는 하다. 최근 개그코너 유행어처럼 대한민국(국회)에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국회 안에서도 이와 유사한 유행어가 있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남자와 여자를 바꾸는 일 빼고는 다 할 수 있다.”

그렇다. 단 의원의 지적처럼 문제는 ‘의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을 재개정하자는 데 동의하는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태도로 봐서는 거의 희박하다. 이들이 내세우는 절차상의 문제는 어쩌면 ‘핑계’일 뿐이다.

이는 사학법 재개정 논란을 반추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국회를 마비시키고 엄동설한에 장외투쟁까지 펼치며 싸운 재개정 투쟁은, 결국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은 의석이 9석뿐인 소수정당이다. 더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를 상대로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 제3당인 민주당도 재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재논의를 주장하지만 한국노총은 ‘일단 입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재논의와 재개정까지 이르러야 할 길은 이처럼 ‘첩첩산중’이다. 결국 ‘쪽수’ 싸움이자 ‘힘’ 관계만 남는다.

“의지의 문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해 민주노동당과 비정규직법 논란이 한창일 때 민주노동당을 거칠게 비난했다.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당’이라거나 ‘소수의 입장만 대변하는 사이비 진보정당’이라는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1년 내내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현실적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한다”는 말이다.

단 의원은 이런 비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늘 대안을 제시해 왔다. 도리어 민주노동당의 대안을 인정하지 않고 수용하지 않으려 하는 자세가 문제다.”

이렇게 말하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대안이라는 것은 현실성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냐.”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단 의원은 ‘기본 철학’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떤 현실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대안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령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루면서 기업이나 자본쪽 입장과 조건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면, 정부여당이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그런 대안밖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중심에 두거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다면 당연히 다른 대안이 도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두고 자기 주장은 옳고 남의 대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논법 자체가 독선적이고 편향된 것이다.”

단 의원은 ‘세계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등 소위 보수여야와 민주노동당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고, 그러니 해법도 당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관점에서 비정규직법안을 만들었다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 같은 내용은 애당초 나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말이었다.

따라서 단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 문제를 두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안을 보는 시각과 평가도 상이하게 나오고 있다. 전반기에 다뤘던 법안 내용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결코 해결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재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점이 다르니 해법도 달라”

비정규직 법안을 제외하고는 어떤 법안이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단 의원은 주저하지 않고 최저임금법 개정을 꼽았다.

경비원 같은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하청이나 하도급업체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원청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내용이 개정의 핵심이다. 단 의원은 “이는 최하위 노동자 계층의 권리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 의원은 얼마 전 환노위에서 간사 아닌 간사 노릇을 경험했다. 6월 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는 간사회의에 참석했던 것이다.

간사회의에는 일반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즉 국회의석 20석 이상의 교섭단체에서 추천하는 간사와 상임위원장이 참석한다. 민주노동당은 국회법상 애당초 간사회의 참석권이 없었다. 그런데 홍준표 환노위원장의 주도로 간사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다. 홍 위원장은 앞으로도 단 의원을 간사회의에 참석시켜, 법안이나 상임위 운영에 관한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고 해소하겠다는 홍 위원장의 상임위 운영 기조이기도 하다.

단 의원은 이같은 운영 기조를 반기며 “소수정당의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 의원은 환노위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생존 조건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가는 역할을 맡는 고유업무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안이나 정책을 추진하도록 추동하는 역할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중시한다. 단 의원은 “개발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발을 도모하고, 그 가운데서 환경이 보존될 수 있는 정책을 펴도록 환노위가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노위 간사는 3명?

국회는 정부에 대응하는 조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피감기관과 관련된 질문도 던져봤다.

단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환경위원회와 노동위원회 분리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과 노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건교부와 환경부의 통합설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환경부와 건교부가 통합되면 언뜻 생각하기에 환경과 건설이 조화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빚어질 것이다. 개발론에 환경보전론이 함몰될 것이다. 지금도 정부부처 안에서 환경부의 입지가 약한 편인데, 통합되면 건교부나 재경부의 힘과 논리에 압도돼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 의원의 우려이자 경고다.

고용노동부로 개칭 추진에 대해서는 “고용분야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명칭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고용은 단순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안정적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은 중소 영세사업장에 널리 확산돼 있다. 이들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조차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질의 일자리와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한 ‘고용창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실질적인 노동기본권 신장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단 의원은 ‘고용노동부’ 개칭이라는 발상의 배경에 더 주목했다. “고용노동부 개칭 발상의 이면에는 ‘이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법률적이나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보장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인식 속에서 이제는 고용분야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논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현재도 중소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법률적 미비와 행정집행 과정에서 법조항이 사문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고용분야에 집중한다고 하면, 자칫 노동기본권과 산업안전 문제 등이 간과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단 의원은 “부처 이름을 바꾸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내용적 측면을 어떻게 강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통합돼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전체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이 대상은 보건복지부 영역과도 겹치거나 연동돼 있다”며 “노동과 복지를 묶어서 노동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복지제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이 개편되는 것이 옳다”고 제안했다.

“노동권 감독기능 간과할라”

그럼 이제 하반기 환노위 쟁점 과제로 넘어가 보자.

단 의원은 이미 2004년 7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두고 있다.

단 의원이 대표발의 한 노조법 개정안과 근기법 개정안의 뼈대는 이렇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보도록 했고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또 △근로자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도급·위탁계약 등을 해지한 것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도록 했으며 △상습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노조법과 근기법을 개정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단 의원은 “일반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가장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일반법으로만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반법으로 하든 특별법으로 하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릇’보다는 담긴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단 의원은 “필요하다면 민주노총이나 비정규노조 등과 협의해서 법안을 다시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강조한 단 의원이지만,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주장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새로운 특이 직종이나 직업이 만들어지더라도 일반적인 원칙은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개별 업종의 특성에 따른 준용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경제법으로 규정하자는 것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되면 상당한 파장이 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특수고용직은 노동자”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단 의원은 ‘노사자율’을 강조했다. 창구단일화 자체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이 없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폈다.

“복수노조가 되더라도 교섭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 자율교섭을 보장한다고 해서 한 사업장에서 3~4개의 노조가 교섭하자고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조율 조정해서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창구단일화를 제도로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작용이 크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도 역시 ‘노사자율론’을 폈다. 그는 “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 우리만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 자체가 문제이다. 노사자율에 맡기라는 입장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노사자율’에 맡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복수노조는 노조법 부칙에 의해 올해말까지 한해 금지돼 있다. 따라서 노조법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만 삭제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내년부터 기업별 복수노조 설립도 허용되고, 전임자 임금 또한 사업장별로 노사 자율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노사정 대표들은 현재 이 시각에도 이런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 문제들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단 의원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아는데, 어렵더라도 거기에서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도 노사정대표회의를 형식적 절차로 여겨서는 안된다. 그렇게 보면 이 문제는 비정규직법안 갈등 때보다 더 큰 노정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단 의원은 이렇게 주문했다.

그렇지만, 과거에 경험에 비춰 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한도 정해져 있다.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논의 경과를 간추려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단 의원은 “미합의 상태에서 정부가 법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답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절차만 거치는 식으로 해서, 법안을 국회에 던지는 식으로 하는 상당한 사회적 파장이 일겠지만, 내용에 따라서 파장이 달라질 것”이라며 “일단 내용을 보고 나서 판단을 해야, 민주노동당도 그에 따른 대응 기조나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 의원은 두가지 쟁점을 다시 유예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단 의원은 “입법이 급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니, 정 여의치 않으면 몇달이라도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노사정이 합의하는 것이 방안도 있다”면서 “법안 논의 결과나 경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처럼 팽팽한 갈등 관계가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부칙을 개정해서 시행일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수노조는 자율에 맡겨야”

화제를 바꿨다.

전노협 초대 의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단 의원은 지금의 노동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양대노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주문을 해 달라는 질문에 단 의원은 잠시 웃으며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단 의원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비정규직 법안 국면에서 껄끄러운 관계가 된 한국노총에 대한 심경을 일단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시각과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이 한국노총이 말대로 노동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거나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거나 정치적 논리 때문에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그렇게 대응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한국노총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말하듯 대안도 없이 원칙만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한국노총에서도 나왔다. 다른 데는 몰라도 한국노총까지 그렇게 이야기해서야 되겠는가. 차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다 같이 노동자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는 조직인 만큼, 서로 긴밀하게 조율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과 정책적 조율이 되고 있어서 한국노총 같은 문제는 별로 없다”면서 “비정규직 관련 문제에 더욱 집중하고, 더 많은 사업을 펼쳐줬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 같이 가자”

경영계에 대해서는 ‘노조관’ 또는 ‘노동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말로는 노사관계가 대등하고 노조가 필요한 조직이라고 하지만,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현장에서는 노조를 부담스러운 존재라거나 없으면 좋다고 보고, 노조 활동 자체를 ‘골치 아픈 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노동관’을 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 의원은 최근 크게 문제가 된 ‘포스코 사태’에서도 경영계의 이런 ‘전근대적’인 노동관을 보았다고 했다. 포항건설노조에서 토목부문 노조를 만들었는데, 사용자가 이 노조와 교섭을 기피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사용자의 교섭 해태와 불성실한 태도는 노조의 파업을 부르는 기폭제가 됐고, 파업 중에 불법으로 대체근로를 투입한 게 직접적 발단이 돼서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 단 의원이 살펴 본 포스코 사태의 요약본이다.

그는 “단협 내용에 대해서 조건을 달거나 내용을 두고 씨름하는 것은 좋지만, 법적으로 부과된 의무인 교섭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사용자들의 노조관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그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사회양극화 해소와 관련해서 기업, 특히 대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크다”며 “대기업이 중소영세기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80%가 중소영세기업에서 일하는데,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30대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연관업체라는 게 이유였다. 대기업이 나서서 중소영세기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양극화 해소에 나서면, 노동자의 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경영계 노조관 바꿔라”

노동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노동부에 대해서 단 의원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부처가 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말하듯 노동부가 노사의 균형점을 찾아서 정책을 입안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궤변”이라며 “그럼 재경부나 산자부, 건교부가 자신들의 정책을 입안할 때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임금, 복지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의견을 경청하고 있냐”고 따졌다.

그런 점에서 단 의원은 권기홍 전 노동부장관이 말한 노동부의 위상을 높이 샀다. 단 의원은 “노동부는 노동자를 위한 부처라고 한 권 전 장관의 표현은 정확한 지적”이라며 “권 전 장관은 노동부를 그런 조직으로 끌고 가려 했는데 다른 부처와 부딪히면서 한계도 느끼고, 장관직을 더 하다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 장관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홍 전 장관 표현이 정확”

그는 노·사·정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이번 포스코 사태 보도 태도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럼 잠시 ‘언론비평가 단병호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모든 일에는 결과만 있는게 아니라 과정과 이유가 있는데, 언론들은 포스코 사태를 과정과 이유는 사장시키고 선정적인 현상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포스코의 불법 다단계가 근본원인이고, 이를 근절하고 단속해야 하는 정부는 오히려 방조하고 묵인했는데 언론에 이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평’했다.

또 파업의 이유는 사용자들의 교섭해태와 불성실이었고, 점거농성의 직접 계기도 포스코의 불법적인 대체근로 투입이었는데, 언론은 이에 대해서도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그랬다. 대부분 신문과 방송은 원인이나 과정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노동자들이 아무 상관도 없는 회사 건물을 ‘불법 점거’ 해서 공권력을 무시하고 경제난을 가중시켰다며 ‘과격한 집단’으로 묘사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언론은 점거농성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노동자들까지 ‘확인 사살’했다. 단 의원은 “대부분 언론들이 ‘백기 투항’이라는 천편일률적 제목을 달았다”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조는 조합원들의 동요가 계속되자 농성 대오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고, 이후 충돌에 따른 조합원의 안전과 희생 우려 등을 고려해 ‘결사항전’ 하겠다는 조합원 300~400명을 일일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조직적으로 퇴각했다”며 “그런데 언론들은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지시를 어기고 이탈한 것처럼 묘사하고, 그 결과 결국 노조가 백기 투항했다는 식으로 묘사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는 “언론들은 포항시민 1만명이 파업 반대 시위를 했다고 크게 보도했는데, 참석자들은 대부분 포스코 직원들과 가족들”이라며 “언론은 반대시위만 보도했지, 시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균형 잃은 언론 ‘분통’

언론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꾸 반복되면서 이제는 새로운 사실도, 놀라운 일도, 크게 분노할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길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단 의원은 <매일노동뉴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노동문제를 주요하게 다뤄온 전문지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고, 정보공유와 정책방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올해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대중들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의 기획물이 실린 적이 있는데, 그런 보도를 할 때는 보다 객관적이고 사실 위주로 보도하기 위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편집자 주> 6월부터 후반기 17대 국회가 시작됐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구성도 대폭 바뀌었습니다. 우선 위원장이 새로 선출됐습니다. 16명의 위원 가운데 6명만 전반기에 이어 환노위원을 맡았습니다. 국회는 환노위 정원 16명 가운데 15명만 우선 배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9명이 ‘새 인물’들입니다.

환노위원들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좌진 역할을 조정하는 등 내부 정비에 바쁩니다. 특히 환노위가 처음인 의원과 보좌진들은 생소한 노동과 환경 분야를 공부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15명의 환노위원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도 하고, 후반기 국회를 맞이하는 다짐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는 7월24일자에 홍준표 위원장부터 시작해 약 3주 동안 무순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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