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거센 반대의 물결 속에서 막을 내렸다. 한미간엔 의견의 일치를 보이거나 팽팽한 접전을 보인 부분도 있다. 여태까진 서로의 입장과 전략을 ‘탐색’하는 수준이었다면 오는 9월로 예정된 3차 협상이 진짜 고삐를 죄는 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FTA ‘노동챕터’ 협상은 비교적 무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챕터는 한미FTA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무관할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다. 더 거센 압력의 시장개방으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노동자의 생존권은 풍전등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챕터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정철균 노동부 국제협력국장을 만나봤다. 

“노동자 반발 이해하지만 취약계층 보호에 주력”

- 정부의 한미FTA 추진은 ‘성급하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알다시피 정부는 지난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미국, EU, 중국 등의 국가들과 FTA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담겨져 있었다. 3년 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지금 시기를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 노동부는 ‘노동챕터’ 협상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부의 관여는 어디까지인가?
“노동부의 관여부분은 직·간접 부분으로 나뉜다. 직접부분은 노동챕터 협상을 우리가 담당하는 것이고 간접부분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간접부분의 경우 일차적 해당부처가 산업 규모 종사자 등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FTA로 인해 노동시장의 교란이 우려된다면 고용정책적 차원에서 우리가 개입·조정해야 한다.”

- 지금 노동계는 한미FTA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FTA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FTA로 인해 혜택자도 있고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 산업과 근로자도 다 마찬가지다. 노동계가 모두 피해를 봐서 반대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전 산업과 근로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FTA를 통해 발전하고 생산성이 증대하는 한편 피해를 볼 수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는 고용보험시스템과 무역조정지원법 등으로 가능하다.”

- 노동계는 한미FTA 협정 체결에 따른 산업·고용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업에서 미국의 투자는 신규투자보다 인수합병(M&A) 형태로 나타나 고용창출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부는 한미FTA에 따른 일자리 변동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갖고 있는가.
“FTA에 따라 일자리도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인용하는 대외경제연구소 분석 자료를 보면, 일자리가 단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10만개 정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총괄적으로 생산성 증가를 감안하면 5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도 피해 근로자는 힘들다. 그건 부분에서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이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과 개방이 가능케했던 것인데 개방을 마다하자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다만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 지금 말씀으로는 노동부의 ‘분석’이 미흡한 것 같다.
“노동부도 노동시장 전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자리가 늘고 줄고는 ‘가정’을 전제한 것이라서 안 맞는 게 많다. 총량적으로 봐서 이 정도면 우리 시스템이 견딜 수 있다 정도에서 협상에 임하는 게 맞다. 또한 고용보험시스템의 경험이 축적돼 있는 등 충분히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다.” 

“‘FTA=양극화’ 공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공교롭게도 한미FTA는 한국 노동자만이 아니라 미국 노동자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한미FTA가 양국의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물론 한미FTA에 대해 양국의 노동계가 같이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 중 피해를 보는 부분도 이익을 보는 부분도 있다. 양국의 노동자는 FTA가 체결되면 시장권력이 강화되므로 사회에서 경쟁원리가 강화되고 규제는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생산된 부를 사회안전망 강화로 보호하면 전체적으로 선순환 될 것으로 본다. 국가의 존재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게 된다. 세계화가 대세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 나중에 주변 여건에 의해 변화를 강요당할 지도 모른다.”

- 마치 근대화 시기 ‘개방’이냐 ‘쇄국’이냐 논리를 보는 듯 하다. 지금 일본은 미국과의 FTA에 적극적이지 않다.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일본은 전략적인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 조만간 태동이 있을 것이다. 시기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 그렇다면 한국도 굳이 지금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아닌가.
“주변이 이미 다 해버린 상황이면 한국의 입지는 좁아들 수밖에 없다. FTA를 먼저 한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시장을 선점의 측면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니면 한쪽은 기술력으로 한쪽은 코스트로 우릴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 한미FTA는 공공성 훼손, 비정규직 증가, 양극화 극대화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나프타(NAFTA)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미국-캐나다 FTA를 비교해보니 노동시장에서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증가 비중이 1.5% 정도라고 하더라. 이것이 FTA 효과인지 외생변수가 작용한 결과인지 분명치는 않다. 그러나 (이 정도 수치는) 비정규직 증가로 FTA는 안된다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나프타는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현재가 안 좋으니까 FTA 때문이라고 하나의 변수로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이 인적자원 축적과 노하우 면에서 무작정 비정규직을 늘리진 않을 것이다.”

-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는?
“미국과 FTA를 하게 되면 가장 유리한 것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섬유, 의류, 가죽, 신발 등은 중소기업의 대표적 업종이다. 바로 중소기업이 수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의 활로를 찾고 고용창출을 할 수 있게 되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성장의 과실을 통해 사회안전망에 투자한다면 사회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FTA=양극화’ 논리는 비약이다.” 

“미국 준비 치밀하다…우리도 뒤지진 않아”

- 한미FTA가 졸속으로 추진되다보니 협상 준비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높다. 노동챕터 역시 한국측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일례로 미국측 노동대표단은 협상 개시 전 한국 노사정을 방문해 준비를 철저히 하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측은 그런 준비가 없었다.
= 미국은 10년이란 FTA 추진 경험이 있다. 그만큼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2000년 들어서야 시작하다보니 인프라가 미국보다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칠레 등 3개국과 FTA 협정을 맺은 상태다.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췄다는 의미다.
FTA는 문제를 알고 치르는 오픈북 테스트와 같다. 우리가 제대로 노력해서 상대방 제도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꼭 미국에 뒤지진 않을 것이다.”

- 노동챕터 협상단은 어떤가. 준비는 잘 돼 있는가.
“노동부 내에선 관련실국 공무원, 외부전문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FTA 대책단’이 운영돼 왔으며 한미FTA의 파급이 크니까 홍보정책본부장을 단장으로 별도로 확대개편했다. FTA 대책단은 협상 분과, 노동시장 분과, 이해당사자 협의분과 등으로 나눠 노동내 협상 대책 등을 논의한다.
한국측 협상단은 1차 협상기간 중 미국 노동부, 전국노사관계위(NLRB), 미상의, AFL-CIO 등 관련기관을 방문해 의견을 들었다. 미국은 노동기준, 시스템이 다른 분야보다 높지 않더라. 미국이 모든 면에서 최강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측이 한국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방한했다는 점은 저도 치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런 점을 참고해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 노동챕터 협상진행 경과를 소개해 달라.
“기본적으로 노동챕터는 아주 단순하다. 우선 국제적 인정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준수여부에 대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모니터링 시스템의 경우 퍼블릭 커뮤니케이션(공중의견제출제도) 도입 여부, 분쟁해결절차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내노동법의 기 보호 저하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에는 장애인 의무고용 적용배제, 주휴무급화, 전문업종 파견허용 등 약간의 특례를 두고 있다. 미국측은 이를 두고 국내노동법상 기 보호 수준의 저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측은 국제적 노동기준 저하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국제기준에 비해 과보호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회·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문제는 이미 현행법상 융통성을 보이고 있는 문제로 결정적 쟁점과 이견으로 남을 것 같진 않다.” 

‘퍼블릭 커뮤니케이션’·‘분쟁해결 도입절차’ 쟁점

-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노동법상 기 보호 수준의 저하가 앞으로 양국간 노동분쟁의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가.
“무역·투자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사안은 양국의 노력사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쟁해결 절차의 대상이 아니다.”

- 퍼블릭 커뮤니케이션, 분쟁해결 도입절차 도입 여부가 쟁점이라고 했는데.
“흔히들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을 ‘공적대화기구’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예컨대 관계자들이 모이는 기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양 당사국이 국제노동기준을 미준수할 경우 노동계 등 일반대중이 양국정부를 상대로 의견을 제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분쟁해결절차는 일방당사국이 지속적으로 노동법을 미집행할 때 상대국 정부가 3인의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패널’에 회부하고 패널 결정에 따라 최대한 1,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다만 이 같은 제도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어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의 경우 그동안 34건이 제소됐으나 벌금까지 간 예는 없다.”

- 34건에 대해 벌금을 문 예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FTA가 노동권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FTA 협정은 ILO 조약과 관련해 부속으로 FTA 노동챕터에 기재되는 게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투자자 권리보호 뿐 아닌가. 노동챕터가 들어간다고 노동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노동권 약화’로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높다.
“비록 벌금까지 간 예는 없지만 일단 한쪽에서 법위반이 제기되면 다른 한쪽은 상당히 부담을 안게 된다. ILO가 하는 역할을 양국간 감시감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벌금도 위반국가의 노동조건 개선에 쓰이도록 하고 있다. 노동챕터는 법률적으로 노동기본권을 확실히 보호한다. 다만 법률 이외의 다른 조건, 즉 고용 등은 시장조건에 따라 달리 움직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고려하도록 하겠다.”

- 노동챕터는 통합협정문을 작성했다. 지난 협상의 평가와 앞으로의 전략은?
“통합협정문(Combined Draft)을 작성했다는 것은 초안을 비교표를 만들어 묶었다는 의미 이상도 아니다. 그러니까 협상이 완료됐다든지 진전됐다든지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체 17개 챕터 중 14개가 통합협정문을 작성했다.
지난 1차 협상은 기본적으로 상대국 입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고 2차 협상에선 상대방 전략을 파악하고 우리의 전략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협상은 마지막 단계까지 가봐야 안다. 전체 협상이 타결돼야 하니까 노동챕터를 비롯해 각 챕터도 동시에 막판 타결될 것이다.”

- 앞서 한미FTA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했다. 노동부는 한미FTA에 대비해 자국 노동자의 생존권과 질 높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중단기적 그림(플랜)을 갖추고 있는가.
“현재 노동부에선 한미FTA에 대한 두가지 연구용역을 맡겼다. 협상전략에 관한 연구(한국노동연구원)와 한미FTA 피해근로자 보호방안(대외경제연구소, 한국노동연구원)이 그것이다.
FTA는 노동시장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역투자와 서비스개방을 통해 부의 창출의 효과를 가져오려는 것이다. 노동시장과 무역시장간 시차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노동부는 어려운 단기적 실업발생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통한 보호대책, FTA 피해근로자에 대해 특화된 전직·재취업 지원 방안 마련 중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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