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B에 인수된 이후 그동안 누적된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되면서, 장장환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10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당선된 현 집행부는 취임하자마자 “왜 빨리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싸움에 돌입하지 않느냐”는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해야 했다. 그만큼 현장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장 위원장은 그간 은행측과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여의치 않자 지난 20일 총력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국면으로 전환했다. 도대체 조합원들의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제일지부의 현 상황은 어떠하며, 장 위원장은 이번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들어봤다.


- '토착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SCB(스탠더드차더드은행)가 인수 당시 주장했던 토착경영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현장에 맞는 영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어를 공식 언어로 쓰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SCB가 제일은행을 인후한 이후의 영업행태, 경영행태는 토착경영과는 180도 달랐다. 내부적으로는 싱가폴 아시아 총괄본부 등지에서 이메일 보고서가 항상 영어로 첨부되어 날아온다. 또 구 제일은행 직원과 구 SCB 직원들이 함께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영어로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구 제일은행 직원들을 들러리 세워놓고 회의가 진행된다.
토착경영이 아니라 SCB 글로벌조직에서 운용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국내로 옮겨와 이를 답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은행내 공식언어로 영어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현장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 많이 있다고 건의해도 로컬(국내) 임원들이 건의를 해도 이들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고 글로벌 시스템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 글로벌 시스템이란 게 현실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나.
“대표적인 것이 4개로 나뉜 밸류센터란 것이다. 일종의 사업부제가 밸류센터다. 밸류센터의 총괄책임자는 은행 전체적인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업적에 치중한다. 하나의 SC제일은행이 3~4개 은행으로 쪼개져 버린 형국이다. 영업현장에서는 어느 쪽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조정능력이 전무한 것이다.
과거 종합기획부장이 경영기획, 평가 등 브레인 역할을 해 왔는데, 그런 사람이 다른 데 떠나면 정보가 유출된다고 현 경영진은 판단하고, 한사람이 빠져도 구멍이 나지 않도록 그물망 형태의 매트릭스조직을 운영한다. 인수 이후 50개 정도였던 조직이 196개 조직이 됐다. 부서는 많은데 실질적으로 그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부서를 촘촘히 잘게 쪼갠 것이다. 이런 조직구조는 업무 공유의 실패,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상황으로 현상화 된다.
또 업무부서가 잘 개 쪼개져 각 부서별로 방대한 문서를 하루에 쏟아낸다. 30~40개의 문서가 쏟아져 나와 실제 영업점 직원들은 이것을 다 읽어 볼 시간도 없다. 영업하기 바쁘고 외부영업이 많은 직원들의 경우 읽어 볼 시간이나 있겠냐. 이 조직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외국 임원들이 한국인 임원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되려 56개국 경영을 해 왔던 경험으로 실패가 없었다는 것을 주입시킨다. 독선과 자만에 빠져있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단기업적주의에 치중하는 경영행태의 대표적인 사례는 뭔가.
“예전 제일은행시절에는 점주(영업점 주변) 상황을 영업점에서 다 파악을 하고 있었다. 또 고객이 영업점에 오면 맞춤식 상품을 소개한다. 그러나 지금은 SCB가 사채 제일은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고금리 상품밖에는 없다. 국내 금융환경이 저금리시장이고 담보대출은 6%선에서 형성되고 있고, 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은 7~10%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세렉트론’의 경우 20%가 넘는 고금리 상품이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마진을 많이 챙기는 단기업적주의에 치중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상품인 ‘빌’ 상품의 경우에도 금리가 20% 정도 되는 고금리 상품이다. ‘빌’ 상품을 해당부서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제한된 기업고객 유치를 위해 20개 영업점에서 동시에 레터(상품 소개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은행 내부적으로 업무조정 없이 단기성과에 올인한 결과다.
SC제일은행이 이런 상품만 팔다보니 고객은 SC제일은행이 제1금융권인지 제2금융권인지 헷갈리고 있다. 1금융권 시장도 아니고 2금융권 시장도 아니고 중간에 끼어 있다는 것이다.”

- 영업세일즈 조직이 SCB의 주력부대인데.
“변동급여인 영업세일즈 조직에서 성과가 많이 나면 제일은행 내 고정급여를 받는 정규조직은 향후 성과가 떨어져 구조조정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된다. 기존 대출을 갱신하고 상담도 해야 되는 고정급여 정규조직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신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이 영업세일즈 위주의 경영방식이다. 특히, 정규직은 은행에서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으며, 밖에서 상품 홍보 등을 해야 되는데 영업직 직원들이 가져온 서류를 정규직은 정리만 하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규직이 오히려 영업세일즈 직원들의 눈치만 보는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세일즈 직원들을 노사간 680명 한도로 운영하는 것이 합의사항이었는데, 1,108명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사합의 사항을 파기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에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임원과 상무대우 이사에게 1차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로 400명을 더 채용해서 1108명까지 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에 대해서도 말이 끊이질 않는다.
“SCB가 인수한 시점부터 75명까지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제일은행에선 12명이었다. 그러나 직책도 없고 호봉도 없는 외부 임원이 4~5명 된다. 가끔 글로벌 조직에서 파견식으로 오는 임원이 10명 정도다. 주로 외부 임원들은 인도, 싱가폴, 중국계에서 온 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왜 이 사람들이 필요하느냐. 부서가 잘게 쪼개져 있다 보니 임원이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부서라는 게 생겼는데, 총괄적인 부행장이 1명 있고, 그밑에 기업, 소매 등을 전담하는 임원들이 한명씩 또 있다. 과거에는 1명이 총괄했던 업무다.
이들 임원들은 태국, 남아공,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생활했던 임원들이 굉장히 많다. SCB는 세계 56개국에 산재되어 있는 글로벌 조직이라고 자칭하지만, 실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OECD 국가군에 속한다. 우리나라보다 후진적인 금융환경에서 근무를 하다가 온 임원들이 대부분이란 것이다. 영업점망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만 경영을 해왔던 터라, 350개 넘는 국내 지점이 있어도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또한 이들 외국 임원들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이런 임원들은 월세 1,300만원, 헬스 회원권, 골프회원권, 출퇴근 차량, 레저용 차량 등을 요구해서 타고 다닌다. 어떤 임원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월세 1,500만원 주고 사는 임원도 있다. 노조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월말 기준으로 월세만 2억원 가량 지출되고 있다. 지금은 한 3억원 정도로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20평 정도의 공항동 지점이나 용인동백지점의 경우 여직원 탈의실도 없고, 쉴 자리도 없는 영업점이 있다. 월세가 채 200만원도 안 되는 점포다. 이런 것을 보면 답답하다는 게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원들이 노후된 PC의 교체를 요구했다. 소요 금액은 총 3억원 정도였다. 임원들의 한달 월세만 줄이면 기계를 모두 교체할 수 있다. 이런 것 생각하면 직원들의 불만이 분출되지 않겠냐.”

- 향후 투쟁 계획은.
“노사합의 사항을 파기한 책임자의 처벌과 10대 투쟁 출사표가 관철되지 않고, 이를 은행측에서 수용할 의지가 없다면 영국의 글로벌 조직을 상대로 투쟁을 하고 행장퇴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 은행 이사회 때 이사회 의장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노조 요구사항을 전달해 무엇이 해결해야 될 사안인지 분명히 할 것이다. 노조가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내용을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행장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우리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노조로선 은행 이사회나 글로벌 회장과 합의점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 또 올해 임단협 관련해서는 금융노조를 통해 교섭권을 위임받을 계획이다. 현재 집행부는 투옥을 각오로 이번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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