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이 모두 종료됐다. 이후 경찰에 의해 언론에 공개된 농성장 안에는 수백개의 라면박스와 생수 등을 근거로 이들의 농성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20일 오후 1,500여명의 무더기 이탈을 예로 들고 있다. 언론에 공개한 대로 라면도 충분하고 마실 물도 있었지만 이들이 이렇게 이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3일 오전 8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각 현장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포스코 통근버스를 이용해 대체인력이 투입되는 게 목격됐고, 이에 격분한 조합원들이 이를 항의하기 위해 포스코 본사 앞에 집결하기 시작해 오후 2시께 1천여명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막아선 경찰의 수는 조합원들보다 적은 상황. 본사 진입 및 점거는 이렇게 이루어졌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가 본사 로비와 1~2층을 점거했지만 당시 경찰은 FTA와 관련 서울에 밀집해 이들을 진압할 시도도 하지 못했고 노조 지도부는 이날 오후 라면과 생수를 대량으로 구입해 본격적인 농성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성에 참가했던 조합원들도 "예년처럼 포스코를 압박하면 최소한 이틀이나 삼일 안에 농성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해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사태는 악화됐다. 포스코쪽의 입장도 강경했고 정부의 입장은 더 강경했다.

이에 내부에서 지도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자진해산을 종용했고 지도부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며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16일 하중근 조합원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과 경찰의 강경대응 수위가 점차 올라가자 불만은 고조됐고 이탈자들이 점차 늘었다.

이에 지도부가 2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까지 기다려 보자고 재차 설득하면서, 한편에서는 자진해산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포스코의 강경한 입장을 예상하지 못한 지도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농성을 계속하다가 이처럼 무더기 이탈 사태를 맞은 것"이라면서 "우발적이었던 농성에 정부와 포스코의 강경한 입장이 불을 붙였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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