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부 10층 창성아버지’, ‘토목 12층 우창현, 혈압약 꼭 전해주세요.’

오늘은 꼭 음식이 반입되기를 바라며 100여명의 가족들은 이른 아침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에는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적혀 있었지만, 20일 역시 경찰과 포스코의 식사반입 거부로 또다시 좌절됐다.

이날 오전 11시 삼삼오오 농성자들의 가족들이 포스코본사 앞으로 모였다.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이들은 “뭐 좀 먹었냐”며 안부부터 묻는다.

“우리 남편은 환자예요. 밥이 들어가야 약을 먹을텐데 밥도 약도 안 들어가니, 사람을 죽이려는 것 아니냐.”, “내 싸온 밥 우리 신랑 입에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저 놈들이 죽이려고 하나 봐요.”


건설노동자들을 남편으로 둔 아내들,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따뜻한 밥을 차리던 그들은 4일째 음식이 반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잔뜩 격앙돼 있었다. 밥을 넣어달라고 외치던 가족들의 분노는 이제 경찰이 아니라 이 사태를 수수방관, 아니 강제진압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정부로 향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해준 게 뭐 있다고 사람조차 굶어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정아무개씨는 “우리 남편들이 자진해서 내려오지 않으니까 정부가 고사작전을 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 남편이 살인자입니까? 감옥에 있는 죄수들한테도 음식은 주는 것 아니냐”며 “무슨 잘못을 했길래, 주5일 일하겠다고 우리도 좀 사람답게 살겠다고 하는 요구를 정부가 이해하고 다독이기는커녕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항의했다.

가족들의 애끓는 소리를 들었는지 포스코 본사 옥상위에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남편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아내는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이내 까마득히 보이는 점으로 보이는 신랑에게 아내가 크게 팔을 펼쳐 흔든다. 4일째 포스코 본사를 찾는 아내들, 비록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지만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마음을 담아 힘껏 팔을 젓는다.


포스코 단전에 이어 단수조치까지

포스코가 지난 18일 단전에 이어 20일 단수조치를 취했다. 포스코 본사 5~12층을 점거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에 대한 압박조치다. 이미 포스코는 농성자들에 대한 식사반입을 중단했다. 지난 15일 가족들이 항의에 한차례 식사가 반입된 이후 4일째 농성장에는 물과 음식물조차 공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규격화된 도시락 형태의 식사를 반입해주고 있으나 노조쪽에서 승강기를 막고 있어서 음식이 반입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건설노조 상황실은 도시락 주문은 경찰에서 하고 언론기관 입회 하에 도시락이 직접 반입되는지를 확인하자며 경찰쪽에 ‘진실게임’을 제안했다.

상황실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굶고 있는 사람이 도시락을 받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굶기려고 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넣지 않겠느냐”며 경찰의 입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식사가 4일째 반입되지 않고 있는데도 농성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우발적으로 점거한 상황에서 지금 농성장에는 1인당 한개씩 3일 정도 먹을 초코파이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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