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완 민주노동당 7·26 재보선 성북을 국회의원 후보는 민주노동당 활동가들로부터 ‘꼬장꼬장’한 사람으로 통한다. 민주노동당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으면서, 그의 꼬장꼬장함은 당 안팎을 모두 놀라게 했다. 당 중앙위와 대의원대회가 있을 때쯤이면, 며칠씩 중앙당에서 밤을 새우면서 영수증과 예결산서를 비교·검토하며 당 재정 흐름을 잡아나간다.

“사실, 민주노동당 회계라는 게 초보적 수준이다. 물론 다른 정당의 돈 문제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주먹구구식을 많이 넘어선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결산위원장인 나까지 뚫리면 뒤는 아무도 없다. 꼬장꼬장하다고 욕먹더라도, 지적하고 또 지적하면서 예결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같은 편'이라고 용서는 없다. 오류가 있으면 칼같이 지적하고, 예결산안의 반려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민주노동당 사무총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국회로 입성한다면? 관료와 권력을 쥔 입장에 선 사람들은 고달픈 시절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2005년 10·26 재보궐 선거 때 보였듯, 민주노동당은 보궐선거를 유리하게 끌고가는 능력을 아직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기간 동안 열심히 지역활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보궐선거인 만큼 중앙당과 의원단의 집중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뛰고 있다.”

“나까지 뚫리면 뒤는 없다”

보궐선거에 나선 박창완 후보는 상대 후보들이 그리 ‘흡족’ 하지 않은 눈치다.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는 공천비리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데, 방송토론도 안 나온다. ‘공천비리 문제 거론하면 토론 안나온다’고 하더라. 검증받기 싫으면 후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좀 당황스럽다.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출신인 조재희 후보는 ‘분양가 공개를 추진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안 된다고 하는데, 비서관 출신 후보는 한다니, 먼저 조율했으면 한다. 보기 좀 민망하다.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이번 보궐에서 정치적 복권을 추진하는 것 같은데, 되살릴 걸 되살려야 한다.”

박 후보가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성북구의 뉴타운 계획이다. 먼저 개발된 성북구 길음동의 경우는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원주민의 10%만 재정착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다. 부자들에게 뉴타운은 재테크 수단이겠지만, 가난한 이에게 뉴타운은 이사짐 싸는 일을 의미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뉴타운 계획은 박정희 때 새마을운동보다 못하다. 그래도 새마을운동은 살던 사람 쫓아내진 않았다. 건설업자와 부동산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동안 주민들은 사실상 쫓겨나고 있다.”

박 후보는 “서울 부자의 절반이 산다는 성북에서 몇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선 ‘움막’같은 집에서 겨우 밥이나 끓여먹으며 사는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다”면서 “분양원가 공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민주노동당의 공약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뉴타운, 새마을운동보다 못해”

한국노총 소속 금융노조 출신. 민주노총 출신이 절대다수인 민주노동당의 주요 활동가 중 그는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였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첫 선거였던 2000년 4월 총선, 진보정당에 대한 시선이 ‘불신과 불안’으로 점철되던 때, 그는 금융노조의 민주노동당 지지를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평화군축운동본부장, 대외협력위원장, 17대 총선 권영길 후보 선대본 공동본부장을 거치며, 민주노동당의 주요 직책을 거쳐 왔다. 선거일이 코 앞이지만, 그가 생각하는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관계를 물었다.

“한국노총의 정치 입장은 한국노총이 정할 문제다. 단지, 지난 독자 정치실험이 이미 실패로 끝났다. 좀더 명확한 입장을 정할 때도 됐다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은 당답게 아우르고 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노동계는 민주노총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반이 한국노총이다. 함께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좀더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16살, 어렵게 중학교를 마치고 공사장 인부로, 양복점 점원으로, 안경공장 사원으로 고단한 삶을 보냈다. 선반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후, 주경야독하며 대학까지 마쳤다. 어렵게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논문 주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연구’. 경남은행에서 은행원 일을 시작해 IMF 시절 구조조정에 맞서 싸웠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의 부패와 독선에 맞서 싸웠다. 경남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2005년 2월, 경남은행측의 부당 발령에 항의해 같은해 3월 사표를 던지고, 정치일선에 나섰다.

새로 만난 사람, 새로 배우는 것

노동운동가로서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살았지만, 박 후보는 민주노동당 성북구위원회로 출근한 1년여 동안 ‘새로 만난’ 노동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듯했다.

“자식 대학공부까지 시켰는데, 취직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 쉬는 아주머니도 만났다. 빚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이혼까지 한 사연도 신용회복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들었다. 이게 비정규직이고 양극화며, 불평등이다. 빚진 사람의 도덕적 해이를 말하기에 앞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가 더 크다고 말해야 한다. 어렵게 키운 자식의 둘 중 하나가 비정규직인 현상은 이미 각 가정의 일상이다.”

박창완 위원장은 "솔직히" 노동조합 활동가보다는 진보정치인이 더 체질에 맞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부 조직에 힘을 쏟아야 하는 노동운동보다는 이상과 지향으로 유권자를 만나는 정치가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흔쾌히 후원회장을 맡아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에게도 고맙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세 지원을 하고 있는 9명 의원들에게도 고맙다. 새벽부터 찾아와 도움을 주는 문성현 대표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아내 경민씨께도 고맙다.”

인터뷰 말미 닫는 말을 해달라고 하니, 선거를 하며 고마웠던 사람들의 이름을 대는 그다.

박창완 후보는 5·31 지방선거(민주노동당 성북구청장 후보)부터, 6개월째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지칠 법도 한데, “고마운 사람”이 늘어간다고 한다. ‘꼬장스런 수문장’이 뉴타운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며칠이면 판가름 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