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신임위원장. 지난달 23일 취임한 이래 채 한달이 안 된 그이지만 노사정위의 장으로서 노-사-정을 두루 만나가며 누구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 홍보실장을 거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등을 거친 그는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또한 정치인 출신으로서, 노사정위원장을 맡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성준 위원장이 또 거쳐온 곳이 있다. 그는 오랜 세월을 ‘돌고돌아’ 왔지만 그가 8년 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의 ‘산파’의 역할을 한 사실은 이 ‘동네’ 사람이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가 다시 ‘또다른 친정’을 찾아온 것이다.

매일노동뉴스는 가급적 빨리 그를 만나고 싶었다. 노사정위가 오랜 기간의 ‘정적’을 깨고 노동문제 전문가이자 정치인 출신의 위원장을 맞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새 노사정위원장의 ‘미션’과 ‘역할’이 주목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조성준 위원장을 만났다.


“98년 대타협 노동계에 감사의 마음”

“대선이 끝나고 바로 IMF 외환위기를 맞았지요. 실업자가 증가하고 국가부도 위기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난을 타개할 것인가 걱정이 컸습니다. 당시 저와 조한천 전 의원이 당선자를 방문해 노사정위를 구성해서 경제주체들이 머리를 맞대 국난을 타개하기 위한 타결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노사정위 구성에 5~6일 걸리고 비교적 길지 않은 2주간 집중논의를 거쳐 100개 가까운 합의사항을 도출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대노총 지도자께서 국난극복을 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합의 도출에 이른 점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성준 위원장이 노사정위와 처음 맺은 인연이었고 그 기억은 매우 ‘강렬’했던가 보다. 그가 8년만에 결국은 그의 ‘또다른 친정’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8년 동안 간직해 온 반면 민주노총에게 당시의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홍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급박하게 대타협을 도출했지만 정작 실업자 초기업노조 가입 허용 등 노동계에 유리한 일부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못해 ‘불끄기’ 용이 아니었냐는 노동계의 비판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총의 어려움은 정리해고를 수용했다는 부분 때문입니다. 하지만 IMF는 노동유연성과 관련된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일체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나라를 살리기 위해 수용한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보다는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고 판단해주었으면 합니다.”

조 위원장은 당시 양대노총 지도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대한 노동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불참 이후 둘 사이는 서로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아직도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노사정위 폐지론은 너무 성급하다”

이같은 모습은 결과적으로 노사정위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노사정위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는 폐지론 혹은 무용론 등이 나오는 등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노사정위 폐지법안까지 제출하는 등 끊임없는 외풍에 바람잘 날 없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그같은 판단은 “너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가 출범한 지 8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시아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최초로 성공한 사례를 갖고 있고요.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은 엄두도 못내는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는 거죠. 민주노총이 불참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해도 존폐를 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왜 이런 제도가 어려움에 처했었는지 살펴보고 발전할 수 있도록 각계에서 노력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조 위원장은 대표자회의에서의 노사정위 개편안 합의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노사정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좀더 나은 대화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잊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사정위원장은 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한 사회에는 짚신과 나막신 장수가 함께 존재해요. 짚신 장수는 자기대로, 나막신 장수는 자기대로 각각 살려고 다른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양자가 다 필요한 사회에서 공존공영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자주 쓰는 비유이자,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노사 이해를 넘어선 취약계층,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노사 양 주체가 정부와 함께 권익·복지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공동선을 지향해야 하며 이는 사회적 대화틀에서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사정의 공동선 지향이란 의미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하다. 솔직히 공동선 실현을 위해서는 얼마나 큰 파이가 존재해야 하며 언제 그 파이를 분배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공동선 실현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 문제는 오래된 논쟁으로서 노사정위 입장에서 본다면 ‘실사구시’ 입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어진 사회적 과제들을 어떻게 합의해서 해결하느냐, 철저히 있는 그대로 보면서 앞으로 미칠 영향, 미래 전망치 등을 감안해서 해결방안을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합의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 위원장의 밝힌 '정답'이다.

“회사 담 밖 의제 끌어안은 사회적 대화틀 지향”

실사구시를 위해서는 노사정위처럼 중립적인 기구가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노사정위가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우리사회 공동체가 공동선을 추구하는 큰 관점에서 보면 노사가 양보 못하는 본질적 갈등에 대해 어떻게 방향을 잡는 게 좋을까, 이것이 ‘공익위원안’입니다.” ‘공동선’을 지향하는 노사정위의 역할에 대해 더 구체적인 대답이 이어졌다.

“그동안 노사정위는 갈등 요소가 있는 의제를 가지고 많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노사 경제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실업난, 고용불안, 사회양극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장애인고용 등 주류노동자 영역의 밖, 회사 담 밖의 의제를 안고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많이 수용해서 새로운 노사정 대화틀의 지향점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맘처럼 움직이자면 손발이 필요하다. 독립성과 예산의 확보가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사항임에도 노사정위법 개정안에선 ‘상임위원 정무직화’가 빠졌다. 정부관계부처협의에서 직제가 새롭게 늘어나는 것에 행정자치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상임위원의 역할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가운데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등 차관급 못지않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상임위원께서 그만한 영향력과 품성을 갖추셨지만 관공서 사회에서는 ‘영’이 안 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무직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 통과되는 마지막 시기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행자부, 노동부와 다시 협의하고 여야 의원에게도 합의정신을 지켜달라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는 노사정위 직원들에게 이미 약속한 사항입니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식에서 같은 취지에서 직원들의 신분안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사정위 내부의 직원 신분안정, 인건비 수준, 복지 등에 다수 문제가 있습니다.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직제를 보완해서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노사정위 개편방안에서는 본회의 공익위원에 시민사회단체의 추가 참여가 눈에 띈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자칫 기존의 노사정 교섭보다 교섭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사안별로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노사의 경우) 자기가 대표하는 직능집단의 이해관계만 주장하는 데 다른 참여자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조직 내부에 가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단체의 공감을 얻어낼 만한(또는 설득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산별노조 파트너로 인정해야 할 것”

이를 위해 조 위원장이 예로 든 게 산별교섭 보장 문제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새 의제로 추가시킨 것 중 하나가 산별교섭 보장 문제인데 반해 경제단체가 새로 추가시킨 의제는 노조설립 요건의 강화입니다.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저는 기존노조가 산별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지만 지금의 법체계가 용이하지 못해 전향적 전환의 필요성은 있지만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경영계는 산별전환이 헌법 기본권이라서 부정은 못하지만 노조설립 요건은 강화하자고 주장하나 저는 역시 그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이같이 노사간 합의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위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논리전개가 양쪽에 좋은 의미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내친 김에 산별교섭 제도화에 대한 조 위원장의 의견을 더 물었다.

“산별교섭 법제화를 했을 경우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연구·검토가 필요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산별체제가 눈앞에 닥치면서 노조가 기업별, 산업별 두 개의 양태로 나타나면서 이중교섭, 이중파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업을 위해 노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조가 파업 한번 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업은 노조가 이중교섭, 이중파업이 기업에 어려움을 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 노조 입장에선 산별을 만들었는데 경영계가 사용자단체도 만들지 않고 대각선교섭, 위임교섭 등으로 산별교섭을 피하게 되면 사용자단체를 만들라고 파업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산별체제는 눈앞에 닥친 시대적 흐름입니다. 경영계도 산별노조를 수용해서 자신있게 대화에 나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산별교섭체제가 조기에 안정돼 산업발전과 공동번영할 수 있도록 노사정위에서 장을 마련해 합의를 도출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조 위원장은 앞으로 노사정위가 사회양극화, 취약계층을 위한 의제를 더 많이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산별교섭의 역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역시 긍정적이었다.

“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귀 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회양극화가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분야로 극명히 나뉘는데 노사정위가 치중해야 할 게 양극화 문제를 어떤 분야에서건 좁혀가는 것일 겁니다. 조직이 안 된 수많은 근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주체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이는 산별교섭 시 많은 부분 해소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산별교섭의 긍정적 측면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로드맵 합의도출 위해 최선 다할 것”

노사정위와 미묘한 관계의 노사정대표자회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불참하면서 로드맵 논의와 관련해선 노사정위의 기능이 노사정대표자회의로 넘겨진 듯한 형국이다. 조 위원장의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처음 만들 때부터 노사관계 로드맵과 노사정위 개편방안을 정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주어진 의제를 다루도록 짜여진 것입니다. 이제 로드맵이 남았는데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등을 포함해 몇가지 의제가 추가돼 있는 상태죠. 노사정위법 개정안이 9월 통과되고 개편이 완료되면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임무를 종료하는 것이 현재의 원칙적인 방향입니다. 그 다음 개편된 노사정위에서 수렴된 의견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입니다.”

일단 현재의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시한을 두고 일정한 선을 긋고자 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해 로드맵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31개의 남은 과제에 대해 근접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늘리는 한편 오는 8월 중 논의시한을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문제 등으로 모아질 것입니다. 노동부 장관은 최대한 합의 도출에 노력하고 합의된 것을 반영해 입법예고를 하고, 미합의 과제는 계속 추가 논의해 합의된 것은 입법예고안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재로선 이 과정 이외에 더 좋은 방안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조 위원장이 로드맵 논의에서 취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솔직히 앞서 말씀드린대로 합의된 부분은 입법예고를 통해 하겠지만 핵심과제는 결국 국회에서 연말에 입법기관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많이들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노사정위는 매 과정 매 단계에서 끝까지 하나라도 합의사항을 도출해내는 것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논의시한을 박아두고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합의 도출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정위가 협상을 주도하는 등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란 설명이다. 지난해 비정규직법안의 경우 국회에서 노사정이 마주앉는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면서 노사정위 입장에선 조금은 곤혹스러웠을 법한 데도 말이다.

“결국 국회가 결정할 것입니다.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이지 않습니까. 최종 법개정 개폐에 관해서는 해당 상임위에서 공청회, 법안소위에서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논의토록 하겠지요. 이 과정에서 국회 환경노동위가 입법예고 이후 추가 논의된 것을 참고하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적극 논의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가끔 잠이 안 온다”

아마도, 조성준 위원장이 취임 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시간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책임이 주어지는 만큼 해결할 수 있는 그 시간 말이다. 로드맵 논의시한이 정해져 있고 노사정위 정상화는 내년 현 정권 마지막 연도를 거치면서 그가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만한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것.

그는 솔직한 답변을 했다.

“가끔 이 문제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는 충실히 하겠다는 게 그의 확고한 의지다.

“일단 노사정 각 주체가 어떤 자세로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산적으로 노력한다면 시간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로드맵 논의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논의해 온 가운데 각기 합의를 위한 결단을 내리는 시점으로 가고 있으나 각 주체의 내부에서 응집된 요구와 각기 관련된 조직의 입장차로 교착에 빠진 상태이고요. 입법예고 뒤 국회로 넘기기 전 주체들이 최선 아니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파국을 면하는 입장에서 합의 도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노사 주체의 역할이고요. 이를 위해 노사정위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 노사정위 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 중 하나가 민주노총의 복귀다. 그가 취임한 뒤 공교롭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했다. 비록 노사정위 복귀는 아니지만 장외에 남아 있던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에 나섰다는 것은 그에겐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가 이야기한 대로, 민주노총은 나라살리기 차원에서 노동계가 양보를 했고 조직에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런 민주노총이 어렵게, 어렵게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런 민주노총에 대한 배려가 가능할까.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 노동기본권 의제 채택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는 부담이 큰 상태에서 수용한 것입니다. 공무원노조법 시행 뒤 1년도 안 돼 다시 논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요. 그러나 공무원대표자회의에선 민주노총이 참여해서 요구하는 것인 만큼 논의해보자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죠. 물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혹자들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 여부를 두고 카드로 삼는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조 위원장의 생각은 민주노총의 자발적 참여 노력이라고 다른 평가를 내놨다.

“민주노총은 이수호 위원장 시절부터 사회적 대화 참여 노력을 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도 사회적 대화 참여의 노력을 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특수고용직 보호방안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도 민주노총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도 두 문제가 중요하다고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회적 대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지역별협의회 활성화 통해 고용문제 대응해야”

조 위원장은 인터뷰 대화 중 여러차례 ‘기업 담을 넘는’, 중소기업 문제까지 포함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강조했다. 노사 경제주체가, 특히 산별교섭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이같은 긍정적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사정위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 위원장은 산업별협의회, 업종별협의회, 특히 지역별노사정협의회 등 중층적 교섭체계를 강조했다.

“산업별·업종별협의회가 구성되면 산업의 발전과 노동자 권익 향상 등 폭넓은 논의가 가능하고 상대방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노사관계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책무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고, 이는 정책적 과제들이 정치파업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역노사정협의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조 위원장은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여러 지방정부가 각기 사업을 벌이며 각개약진하고 있어요. 하지만 서로 연관성이 없고 유기적으로 진행이 안 됩니다. 결국 고용문제를 중앙정부에서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장차 지역정부가 지역노사정협의회에 참여한다면 그 지역의 기업과 종사자, 산업육성을 통해 ‘지역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역노사정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한국노총이 제기하는 노사발전재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 답을 내놨다.

“노사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가 조합원과 실업자에게 최대한 줄 수 있는 복지는 고용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해가는 것보다는 고용, 복지, 교육, 훈련 사업 등의 영역에서 노사가 참여해 새로운 영역을 열어야 합니다.”

조성준 위원장은 정치인 출신답게 한마디, 한마디 매우 신중한 대답을 내놨다. 때문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닐지라도 일관성을 갖춘 대답이다.

그는 인터뷰는 일관되게 취약계층, 사회양극화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한 노사정 각 주체의 책임있는 사회적 대화로 요약된다. 그리고 노사정위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여기에서 ‘정상화 되는’ 노사정위의 새로운 진로가 보이는 것 같다. 9월 노사정위 개편을 통해 얼마나 새로운 그림을 펼쳐 보일 것인가. 그리고 노사정 각 주체가 그 ‘장’에 얼마나 책임감 있게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노동부-노사정위 보완적 관계 될 것”
조성준 노사정위원장과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알려진 대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개인적인 그들의 관계는 고려대 재학시절 동지이자 친구였다. 67학번인 그들은 박정희 정권 치하의 엄혹한 시절, 자발적으로 이념서클을 만들었고 동지들을 조직했다.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위한 그들의 투쟁의 역사다.


정치인으로는 이상수 장관이 선배로서 국회의원에 먼저 진출했고, 시기는 달랐지만 또한 환경노동위원회라는 공통된 상임위를 거쳤다. 그들이 역시 공교롭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노사정위원장과 노동부장관으로 다시 한 동네에서 만났다.


조성준 위원장은 “그때도 둘 사이는 서로 기대며 많은 대화를 나눴고 현재도 발전적인 좋은 대화들을 많이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개인적인 관계가 노사정위와 노동부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그동안 두 기관 간 사이가 좋았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불편한 관계를 맺어볼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조성준 위원장의 생각은?


“노동부와 노사정위의 관계는 보완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조직 구성과 운영, 내용과 방향이 다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두 기관의 관계를 정리하는 키워드는 ‘보완적 관계’이다.


“노사정위는 집행기관이 아닙니다.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인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정책에 반영되는 한편 참여 주체들의 이행토록 노력하는 ‘신사협정기구’의 역할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노동부와는 보완적 관계로 기능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