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능력개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포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12일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전국여성노조, 전교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최순영 의원, 이경숙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영양사, 사서, 과학실험보조원, 급식조리원, 조리사, 특수교육보조원 등 대표적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례 발표와, 빈순아 전국여성노조 조직국장의 주제 발표, 주제 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성삼제 교육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실 담당관, 권태성 노동부 비정규대책팀 서기관,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 교육위), 배일도 의원(한나라당 환경노동위), 박영미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태현 민주노총 장책실장, 박영삼 한국노총 홍보선전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공공부분 비정규직 대책, ‘인력·예산 확보와 상시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 핵심

주제 발표에 나선 빈순아 여성노조 조직국장은 △정규직 적정 인력과 필요 예산 확보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 활용을 강제하는 각종 정부지침의 시정 및 폐기 △직접고용의 원칙 확립과 무분별한 민간위탁의 규제 등이 학교 비정규직 대책의 기본 골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같은 기본 골격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교원 이외의 다양한 직무에 종사하는 학교 종사자들의 채용과 배치, 담당업무와 책임 및 권한에 관한 사항을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 △상시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정규직의 구체적인 형태는 교사,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정규직(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 △일시적인 업무나 결원대체 등 정당한 사유에 의해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 보장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인 방학기간 무급적용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방학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생계보조수당 지급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직급제와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 확대실시가 예정된 토요휴무일에 대해 전면적으로 동등한 유급적용 등을 제안했다.

빈순아 국장은 지난 2004년 발표된 1차 학교비정규직 대책인 ‘학교회계직원 계약관리 지침’에 대해 “일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 개선이 시급하다”며 위와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차 대책이 부분적으로 임금차별의 단계적 해소방안과 근로기준법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하달됐던 잘못된 기존의 지침 등을 바로잡는 등의 개선조치를 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사용 시 ‘사유’를 통한 규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2003년 ‘계약제 교원 운용지침’의 기본방향에서도 한참 뒤떨어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 원칙’으로 후퇴해 버렸다”며, “현재의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이 근본적인 보완대책이나 수정 없이 추진될 경우 오히려 학교 관련 종사자 내부에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2004년 7월 처음 시행돼 2006년 3월 현재 세차례에 걸쳐 시행된 ‘학교회계직원 계약관리 지침’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일까.

빈순아 국장은 현행 지침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직급별로 나눠 근무일수를 차등 지정해 일당을 곱한 방식의 연봉제(변형된 일급제) △계약 반복 갱신으로 인한 경력 불인정과 임금 동결 △대체인력 비용 부족으로 인한 휴가사용 어려움 △만성적 고용불안 △주5일제와 각종 휴가에서의 차별 등을 꼽으며, “그나마 교육부가 매년 1~2월 계약관리기준(안)을 마련해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에 권고사항으로 시달하는데, 일선 학교에서는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법, 규정 등으로 바꿔서 효력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화 방식, 노동부 ‘직업상담원 관련 특별법’ 참고해야”

때문에 새로 발표될 학교 비정규직 대책의 기본방향은 ‘정규직 적정 인력 및 필요 예산 확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빈순아 국장은 “공공부문의 경우 실제 필요인력은 많은데 예산 및 정원을 통제하는 중앙부처의 지침 및 평가제도로 인해 정원과 예산이 묶임으로써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책임 있는 인력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학교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정규직 고용의 기준으로서 ‘공무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 또는 ‘핵심업무와 주변업무’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더구나 고용형태의 기준은 될 수 없다”며 “학교에서의 고용관행을 바로잡는 기준은 2004년 국가인권위에서 제시한 대로 업무의 일시적 성격 여부를 중심으로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규직화의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서는 공무원화 이외의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방식은 노동부의 ‘직업상담원 관련 특별법’의 예를 참고해 ‘국공립학교의 공무원 이외 상근인력 채용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고, 급료와 제수당 등의 명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지방재정교부금 등 관련 법령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결원대체나 일시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법의 시행과 연동해 기간제 또는 시간제 근로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에도 기간제의 교체사용은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부담 학교비정규직 급여, 국가가 부담해야"

한편, △비정규직 활용을 강제하는 각종 정부지침의 시정 및 폐기 △직접고용의 원칙 확립 △무분별한 민간위탁의 규제 등도 새로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빈순아 국장은 “비정규직들이 담당하는 업무들은 상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보상수준을 달리하는 문제는 검토의 여지가 있으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하도록 한 정부의 관련 지침들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한 근거 없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들은 기존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안해 새로운 직제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정규직과 유사한 직급에 편입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빈순아 국장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지침은 공공부문에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을 양산했을 뿐 만 아니라, 외주, 용역과 민간위탁 등을 확산시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해 왔고, 학교 영역에서도 급식업무 등의 민간위탁은 물론 행정사무와 용역서비스, 교육활동 영역까지 외주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학교급식의 가격인상과 질적 저하, 학생개인정보의 외부유출과 상업적 유통은 물론 학교 교육의 시장화를 초래할 위험이 큰 만큼, 관련 법령에서부터 무분별한 민간위탁이나 아웃소싱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부분 학부모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차별적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 소속 최순영 의원은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상당수는 자녀가 유초중고를 다니고 있는 학부모이기도 하다”며 “학생의 부모에게 기본적인 생계도 힘이 든 급여를 지급하고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인 근무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리사, 조리원등 학교급식 종사원(급식비)과 구육성회 직원(학교운영지원비)의 급여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반드시 부담하도록 해 비정규직의 근무조건 향상이 학부모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교육 재정 확충(공약이행) 등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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