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0교시 보충수업과 두발제한 폐지, 체벌금지 등을 요구하며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던 한 학생이 최근 학교로부터 퇴학 다음가는 중징계인 ‘특별교육 이수’라는 징계를 받았다. 문제 학생을 외부기관에 위탁해 일정기간 교육받게 하는 ‘특별교육 이수’ 징계를 받은 장본인은 동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오병헌(19) 군<사진>.

‘제2의 강의석’(본인은 이같은 표현을 싫어하지만)으로도 불리며 학생인권운동을 벌여온 오 군은 “남들이 도와주지 않아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1인시위를 벌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오 군이 최근 인터넷 공간을 통해 자기학교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담은 글을 연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신들 좀 나와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1인시위에 나서면 전교조 선생님들이 같이 나서줄 줄 알았다”는 오군은 “전교조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특히 인터넷에 연재한 ‘전교조에게 외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학생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학교가 이 지경까지 왔으면 당신들 좀 나와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좀더 직설적인 어조로 전교조를 겨냥한다.

그렇다면 오군이 전교조로부터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교조에게 외침’이라는 글에서 오군은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그들은 나를 학생의 인권 '따위'를 이유로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배신자' 라고 불렀다. 체벌이 교권이라는 둥, 내가 어리니까 투쟁을 교사들에게 넘기고 조용히 있으라는 둥, 내가 피해망상에 빠져서 정당한 걸 잘못되었다고 말한다는 둥…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학교가 바뀌는 것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였고, 이 정도도 학교가 많이 바뀐 것이니 이쯤에서 투쟁을 멈춰야 한다는 협박조의 명령이었다.”

“참교육? 1인시위 필요 없는 학교 만들기”

지난 7일 저녁 동성고가 위치한 혜화동에서 기자와 만난 오군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도발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이 수줍음도 곧잘 타고 웃기도 잘 웃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우리 학교만 해도 20여명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계세요. 그중에는 진심으로 저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원해 주는 분도 있지만, 제가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오군은 지난 5월 1인시위를 벌인 후 교사들, 특히 전교조 교사들의 엇갈린 반응을 지켜보며 ‘전교조라는 집단의 입장과, 개인으로서 교사의 입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구나’하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3 남학생 오병헌군이 학교 생활을 통해 느끼는 전교조는 어떤 모습일까. 또,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참교육’은 같을까, 다를까?

“전교조 안에도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전교조가 어떠한 방향으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이 1인시위 나오기 전에 1인시위가 필요 없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 어쩔수 없이 학생이 1인시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학생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싸워주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참교육’이에요.”

“학교는 거짓과 굴종을 가르쳤다”

오군의 꿈은 ‘시민운동 활동가’다. 특히 청소년 인권을 포함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우리 아들 대견하다”고 말씀해주는 부모님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총 12년의 시간동안 오군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느꼈을까.

“일기를 쓰면서 거짓말하는 법을 배웠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때리는 걸 보면서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또, 부당한 게 있으면 조용히 참고 넘어가는 게 좋은 거라고 배웠고요.” 이런 오군이 최근 들어 한가지를 더 배웠다고 했다. 오군은 그것을 ‘저항권’이라고 이야기 한다.

“심하게 말하면 학교는 예비 노예 훈련소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제복 입고 일정 시간 동안 감금당해 있고,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고, 명령 불복종하면 매로 다스려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1인시위 하기 전에는 내가 나서면 뭐라도 바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한명은 세상을 설득할 수 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다수의 힘인 것 같아요. 저와 같이 싸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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