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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무차입경영의 허와 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 연초 현금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요즘 차입금이 전혀없는 이른바 ‘무차입경영’ 회사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둔화 기미가 뚜렷하고 기업의 영업실적 마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경색은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무차입 경영은 꽤 매력적인 재료.

하지만 무차입경영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주주입장에선 ‘문을 닫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튼튼한 회사’도 좋지만 ‘주가상승의 힘이 있는 회사’를 더 선호한다.

▽무차입경영의 양면성〓무차입경영은 경영주가 극히 보수적인(확장을 기피하는) 회사에서 많이 나타난다. 또 현재는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지만성장전망이 밝지않아 추가투자의 필요성이 없는 회사들일 수도 있다. 시장자금을 유인해 쓸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배당 등 주주에대한 대접도 소홀한 편이다.

반면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설비투자 등 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상당부분 조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사실상의 무차입경영이 가능하다. 양호한 현금흐름(캐쉬 플로우)을 바탕으로 빚을 갚아나가면서도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회사들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재벌들의 방만한 차입경영이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무차입경영이 경영전략의 한 방편으로 애용되고 있지만 무차입경영이 자산의 효율성 측면에선 적절치 못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차입금리보다 높은 기업(차입금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응당 남의 돈을 빌려 사세를 확장해야 주주가치가 높아진다는 것.

예컨대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벌어들인 수조원대의 돈으로 차입금을 모두 갚고 무차입경영을 선언한다면 이는 미래의 기대이익을 포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는게 장사장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건설업이라면 무차입경영이 투자종목 선택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무차입경영의 질을 따진다면〓한국담배인삼공사 신도리코 동아타이어공업 한국카프로락탐은 금융비용부담률이 ‘제로(0)’ 에 가까운 사실상의무차입경영 회사. 오히려 금융기관에 예치한 예금에서 이자수익이 수월찮게 나오는 회사들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어떨까. IMF 영향권에서 벗어난 96년과 99년의 영업이익 규모를 살펴보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알 수 있다(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의미. 반면 농심 금강고려화학 태평양 롯데칠성음료는 금융비용 부담률이 1%대에 그치면서 영업이익은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업계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치성장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6월말 이후 주가추이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른바 전형적인 무차입경영 회사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반면 가치성장주의 주가는 약세장(24일까지 35% 폭락)에서도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애셋 리서치센터 구자균이사는 “무차입경영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의외로 낮은 편이다”며 “차입금이 없는 기업보다 부채 등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성장기업에 주목하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강운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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