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체제는 발전돼야 합니다.” 20일 김금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지 3년3개월 만에 퇴임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김금수 위원장은 떠나면서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 보였다. 노사정위에 걸었던 기대와 실망, 그리고 희망 등이 그의 퇴임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금수 위원장은 이날 오후 퇴임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교적 자세한 소회를 밝혔다.<사진>

“사회적 대화 실험 단계는 이제 끝내야”


김금수 위원장은 아직도 사회적 대화 체제는 실험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대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노사정 주체들이 사회적 대화 체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원칙을 정립하지 못한 채, 편의에 따라 주장과 행위를 꾀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판을 깨려들거나 바깥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또는 상황 변화에 따라 대화 틀을 축소하려 시도하거나 기능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이런 형국은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금수 위원장의 노사정위를 둘러싼 노사정의 포지션에 대한 비판이다.

“사회적 대화는 과연 필요한가.”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먼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천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며 “긍정적 기능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각 주체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접근법’을 제시했다.

“노사정, 이해관계보다는 기본원칙 가져야”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노사정에 각각 다음과 같은 점을 주문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정책참가(사회적 대화)는 제도적 요구투쟁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정책참가에 대한 노동계의 적극적 자세를 요구했다.<상자기사 참조>

그는 “제도와 정책 개선은 기업과 권력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고 그것은 노동세력을 체제 안으로 편입시키는 기능을 함과 동시에 체제 개혁을 촉진하는 기능을 지닌다”며 “여기서 양보와 개량이 투쟁의 목표인가 아니면 과정의 문제인가 하는 전략적 선택이 제기된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는 정책참가의 시급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말이다.

경영계에도 주문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경영계가 사회적 대화에서 추구하는 것은 상생과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주요 방편인 사회적 대화 체제에 대한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지, 노동계가 제기하는 각종 의제나 주장들을 거부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영계도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에 따라 적극적 자세를 취하거나 아니면 소극적이거나 아예 거부해 왔던 태도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다.

“96년 노동계 총파업은 주요 정책과 제도 결정시 정부가 취하는 일방적 선택이 이해당사자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 예이다. 이후부터는 정부의 노동관련 정책과 제도의 결정은 노사 당사자와 공익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진행돼 왔다.” 이는 그동안 노사정위가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는 정부 일각의 주장에 대해 따끔한 충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는 사회적 대화를 배제한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오히려 큰 규모의 사회적 비용과 파국에 가까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문제는 정부의 정책·제도의 입안과 심의, 그리고 결정이 어느 정도로 충실한 사회적 협의와 주장의 수렴을 통해 이뤄지는가이다”라고 강조했다.

발전방안1…“사회적 대화 목적 아닌 수단”

김금수 위원장은 이날 “솔직히 (민주노총이 복귀하지 않는 데다) 지난해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를 탈퇴했을 때 개인적으로 ‘사회적 대화가 정말 필요한가’ 스스로 의문도 많이 들었다”며 “무엇보다도 노사정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사회적 대화 체제 발전 방안은 다음과 같다. 그는 “자율적이고 충실한 사회적 대화는 노사관계의 발전과 사회통합 그리고 참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필수적 요건”이라며 “사회적 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사회적 대화를 정의하고, “목적 설정이 정당한 것이라면 수단은 부차적일 수 있기에 사회적 대화 체제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각 주체들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관점을 바르게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95년 설치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98년 설치된 노사정위 활동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돼 왔으나 주체들의 관점과 인식은 정립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적 협의 또는 사회협약을 위한 기구는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자율성과 독립성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방안2…“의제 설정에 노조의 요구 비중이 크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사이의 사회적 대화는 노동정책을 중심으로 직·간접으로 관련되는 폭넓은 범위와 제도와 정책을 대상으로 한다”며 “의제 설정은 거대 담론부터 현안 해결을 위한 당면 과제까지 다양할 수 있으며 지역이나 산업 차원에서도 설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제설정은 제도와 정책적 요구들을 내포하되, 주체들 사이에 공통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거나 협의를 통해 이뤄지기는 하나, 의제 설정에 노동조합의 요구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성급한 합의보다는 충실한 협의가 사회적 대화를 정착시키는 열쇠로서 작용한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사회적 대화의 본래 기능을 왜곡화할 수 있다”며 “의제에 대한 충실한 협의는 사회적 합의와 타협을 위한 바탕 구실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축적돼 대타협을 낳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중앙 차원만이나 아니라 산업·업종 및 지역 차원에서 중층적 체계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국 차원에서 의제뿐만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구조변화에 대한 대응과 인적자원 개발, 지역 차원에서의 지역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 등이 주요 의제로 제기될 수 있다”며 “또한 논의 사안에 따라 노사의 대표성을 보완해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맺음했다.

김금수 위원장은 지난 2003년 3월 제6대 노사정위원장에 취임한 뒤 3년3개월간 노사정위를 이끌어 왔다. 후임 노사정 위원장에는 조성준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37년생으로 한국노총 정책연구실장(86년)을 거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99년), 민주노총 지도위원(2003),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2003), KBS 이사(2003) 등을 역임했다.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에서 돌파구 찾기를”
김금수 위원장은 취임 당시 노사정위를 정상화시킬 대안으로 기대를 받았다.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을 거친 그는 노동계에서 신망받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3개월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이루지 못한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 정상화란 목표도 아쉽게 접어야 했다. 그만큼 민주노총은 그에게 어쩌면 ‘애증’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그런 김 위원장이 퇴임식 날 민주노총에 한마디 했다. “사회적 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사회적 대화 체제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는 사회적 대화의 중요한 맥락은 ‘노동조합의 정책참여’라는 측면에서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정책참여를 통해 적극적 정책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 활성화를 위해서는 솔직히 노동조합의 정책역량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며 “사회적 대화 속에서 의제를 제시하고 충고와 비판, 수정, 그리고 저지하는 주체는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지금 노동조합은 정책참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는 지난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두고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을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지금 노동운동은 어느 때보다도 추락하고 있다며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돌파구는 사회적 대화, 정책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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