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통합 협정문 초안을 공개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사회경제 체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 올 한미FTA 협상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FTA 1차 본협상 저지에 나섰던 원정투쟁단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13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민의 민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는 국제적인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3년간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한미 양국의 약속은 국민들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1차 협상, 미국 요구 일방적 관철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범국본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협상을 제대로 못해보고 일방적 요구에 밀려 경제주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넘겨줬다”고 논평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번 협상 중 투자분야에서 이행의무강제금지, 투자분쟁해결절차, 금융서비스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이행의무강제금지 조항으로 인해 경제정책을 수립할 경우, 공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는 공적인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외국투자자(사기업) 대 국가간 분쟁해결절차를 수용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보듯이 공공정책이 다국적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대상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신금융서비스의 허용과 현지 주재가 없는 국경간 서비스 거래가 허용됨으로써 한미FTA의 고용창출 효과는 허구라는 것이 판명났다고 평가했다.

원정투쟁, 적은 수로 큰 성과 거둬

원정투쟁단에 참석한 전대석 사무연맹 수석부위원장은 40여명의 투쟁단이었으나, 국내의 절실한 사정을 알려 국제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800여만명의 비정규직과 론스타와 같은 투기펀드에 의한 금융의 투기화에 대해 현지에서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미국 노총도 멕시코, 캐나다 등에 적용된 나프타 방식의 FTA는 자본에게 이익만 안겨주고, 대중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제준 원정투쟁단 상황실장은 한미 양국의 국회의원들이 △향후 FTA에 반대하는 한미 양국 국회의원 규합 △7월12일 한국에서 예정된 한미FTA 2차 협상에서 양국 국회의원 공동성명 및 공동행동 모색 △9월 워싱턴에서 예정된 3차 협상에 맞춰 ‘한미FTA가 양국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토론회 개최 추진 등에 합의하는 공동발표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 실장은 이어 “미국 민주당의원들의 경우 조직적으로 반 FTA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대다수 미국 시민들도 나프타 방식의 FTA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미FTA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 노총의 교류 및 공동투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7월12일 한국에서 열리는 2차 협상 전에 미국 노총의 대표단이 방한하기로 합의했으며, 하반기에는 캐나다 노총의 초청으로 나프타(NAFTA) 체결 이후 캐나다의 실상을 보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 대표단도 하반기 미국 선거 시기에 맞춰 미국노총을 방문하기로 합의됐다고 허 부위원장은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