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들의 농성이 100일을 향하고 있다. 농성은 조합원들에게 온갖 병을 안겼지만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립은 오히려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KTX관광레저로의 이적시한 만료를 이유로 280여명의 여승무원들이 무더기로 계약해지를 당했다. 지난 3월 감사원에서 부실기업으로 지목받은 바 있는 이 철도공사 자회사는 29일부터 신입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낼 계획임을 사내게시판에 밝히고 있다.

급기야 24일에는 정혜인 부산지부장 등 2명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단식은 계속 확산될 예정이다. 지난 27일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현재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수배돼 쫓기고 있다. 그래도 그는 최근 단식을 시작한 동료들의 건강 걱정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흔들림 없는 투쟁을 자랑하며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외주용역 문제로 싸우고 있는 KTX 승무원들은 모든 노동자의 미래 모습”이라며 “함께 싸워야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면담, 나가겠다


- 노동부 장관이 승무지부 간부들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공공연맹 공공부문 비정규직TF팀이 노동부 장관과 가진 면담에서 노동부 장관이 ‘알아보겠다,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해당부처 장관이 이제야 알아보겠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나. 무책임하다. 그래도 만나줄 수 있다는데 당연히 만나겠다. 그간 우리는 한명숙 총리 등에게 면담을 계속 요구해 왔다. 면담을 차일피일 미룬 쪽은 정부다.”

- 노동부의 태도는 어떤가.
“사실 노동부 장관 면담에 거는 기대는 많지 않다. 노동부가 그간 너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노동부에 할 말이 많다. 진정을 수차례 했는데 그동안 한건도 제대로 판정하지 않았다. 임금체불 건은 아예 정반대 판정을 했다. 이런 사실도 변호사가 나중에 확인하는 과정에 알았다.
처음 남부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판정을 내렸는데 검찰에서 재조사 지시가 내려 왔고, 그사이 근로감독관이 바뀌면서 체불이 아니라는 판정이 다시 내려졌다. 근로감독관이 바뀌더라도 인수인계는 했을 텐데 첫 판정을 뒤집을 만한 것이 없다. 조사를 하거나 증거 수집 과정도 없었다. 어떻게 상반된 판결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불법파견 진정을 했는데 7개월만에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 부당노동행위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정부도 그렇고 법원도, 검찰도 모두 한통속이다.”

- 직접고용 문제는.
“KTX관광레저로 우선 이직하라고 하고 있다. 불법파견을 하거나 그러면 추후에 조사해서 고처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다. 관광레저로 가면 우리는 판매 승무원이 되는 것이고 예전 KTX 승무원 일은 못하게 된다. 또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다.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처럼 비쳐져서 나머지 하청이나 외주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생계비 문제가 심각하다. 노숙과 다름없는 농성으로 조합원들이 부인과 질환이나 피부질환이 많이 생겼다. 그래도 지금은 빨래도 할 수 있고 먼지도 심하지 않아 나아지고 있다. 연행으로 인해 받은 충격도 지금은 치료가 됐다.
그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KTX 외주위탁 반대투쟁은 단순한 비정규직 싸움이 아니다. 반드시 저지해야 하고,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철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노동자가 같이 해야 하는 이유를 인식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정규직들이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사용자와 같은 논리로 대한다. 지금 상황을 보면 철도 내 정규직들은 빠른 속도로 외주위탁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항공사 승무원들도 10년 이내에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KTX 투쟁이 실패하면 눈에 띄게 힘들어질 것이다.
정권은 다른 노동자들이 함께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는 KTX 혼자이고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승무원들만 잡들이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는 거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정규직들이 현쟁투쟁 않더라도 인식만 같이해서 동참해도 달라질 수 있다.”

- KTX관광레저에서 승무원을 모집한다는데.
“신규채용될 승무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정말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개통 때 우리가 그랬듯이 새로운 희생가일 뿐이다. (철도공사는) 위탁사업 통한 이윤창출이 먼저인 회사다. 승무원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들어온 것을 알고, 그들도 우리처럼 핍박받고 탄압받고 살 것을 알기 때문에 불쌍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에는 파업이나 노동운동 한다고 하면 집단이기주의자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대로 생각했다. 내 문제로 겪어보니까 알게 됐다. 다른 노동자들이 닥치고 나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따지고 근거를 대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우리를 점점 존중해준다는 것을 체험했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날씨가 더워서 활동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공권력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투쟁을 접길 바랄 것이다. 회유나 협박을 이기고 잘 해나갔으면 한다. 분명 대오가 무너질 때까지 회유, 협박은 있을 것이다. 공사뿐만 아니고 다른 곳에서도 협박은 들어온다. 임금체불이 명백한데도 아니라고 하고 아무 죄도 없는 조합원을 소환해서 으름장을 놓고 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대통령은 뜬금없이 한마디 툭 던지고 우리 스스로 포기하게끔 하는 작업은 많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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