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노조추진위가 출범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운수산별을 만들지 못하면 운수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니까, 필요에 의해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구호를 전면에 걸고 활동해 온 ‘운수연대’가 지난 12일 5기 운수노동자 학교가 열린 충주호리조트에서 출범식을 갖고 ‘운수노조추진위원회(운노추)’로 공식전환 했다.

운수연대 상임의장에 이어 운노추의 공식적 대표자로 선출된 김연환 운노추 상임위원장<사진>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산별 건설이라는 오랜 운수노동자의 바램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에 한 걸음 더 내밀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절박하니까 필요하고, 필요하니까 가는 것”

운수조직 내 ‘운수산별’에 대한 논의는 10년 넘게 계속 돼 왔다. 독자적 연맹체를 구성한 버스, 택시, 화물은 물론, 공공연맹에 포함된 철도, 지하철, 항공 조직들은 ‘전체 운수노동자를 아우르는 단일대오’의 건설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지향점’은 같되, ‘건설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공공산별’과 ‘운수산별’을 둘러싼 공방이 바로 그것.

조직별·업종별 산술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리한 논쟁이 이어졌고, 4조직 대표자들은 지난 2월에야 ‘2007년말 이전까지 운수와 공공을 포괄하는 하나의 공공운수 산별노조를 건설한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2월, 4조직 대표자 합의에는 “4조직은 운수산업 노동자들의 산별건설 전망에 대한 자체 결정을 존중한다”는 단서가 붙었고, 이후 운수조직 내 산별논의는 ‘선 운수산별 건설 후 공공운수산별 건설’ 쪽으로 일단락 됐다.

이와 관련 김연환 운노추 상임위원장은 “의견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준비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운노추에게 맡겨진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내년 연말까지 공공운수노조를 띄운다는 4조직 합의사항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거고, 그에 앞서 늦어도 올 연말까지 운수노조를 띄운다는 목표가 설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목표와 계획대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올해말까지 운수노조를 건설하고, 내년말까지 공공운수노조를 건설한다는 조직적 목표를 각 조직 조합원들은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충분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설사 현장의 논의가 활성화 되지 않더라도, 운수산별 건설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산별이라는 부분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김 위원장.

그는 “한시라도 빨리 산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금도 어렵게 살고 있는 운수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정도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일단 테두리부터 만들어 놓고 내용을 채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조직의 통합·분할은 자연발생적 현상”

한편, 김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등은 사실상 중도 이탈한 것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 “‘이탈’이라는 말 자체가 도식적 틀에 끼워 맞추는 꽉 막힌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봤을 때, 서지나 도철이 함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예상은 해볼 수 있지만, 조직의 통합·분할은 자연발생적 현상”이라며 “궤도의 중심축인 두 조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현재 함께 하고 있는데 우려부터 하는 것은 우스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산별로 가기까지 조직별 준비정도에 큰 편차가 나기 때문에, 다 함께 일시에 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

때문에 김 위원장은 현재 조직 중인 ‘운수산별 실천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활동가그룹을 각 현장에 투입해 산별 조직에 대한 업종별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토대로 11월 ‘운수 대투쟁’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운수노동자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올바르게 활동하고, 평가는 대중적으로 받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올바른 지도력을 갖고, 100만 운수노동자를 결집시켜내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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