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과 외환은행 불법매각 저지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세력과,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재매각하려는 세력 간에 팽팽한 힘의 대결이 연출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을 강행하려는 힘은 지방선거와 선거 이후의 정개개편 논의,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 국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 국면을 넘어서려고 하는 반면, 외환은행 매각을 저지하려는 힘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론스타게이트를 넘어서고, 이 여세를 몰아 한미FTA 저지 국면으로 이동을 시도하려는 형국이다. 여기서 꺾일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매각강행 세력과 불법매각과 론스타게이트를 확신하고 있는 매각저지 세력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안개 정국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자본 문제를 근원에서부터 고민해 오면서, 외환은행 불법매각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켜 온 투감센터의 정종남 국장으로부터 현 상황을 짚어본다.


-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실사가 끝나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외환은행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론은 노동조합 편이다.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국민 중 77.6%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 절반 이상이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은행으로의 재매각을 반대한다. 그런데도 재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사태가 빨리 종결되길 바라는 당국의 뜻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파업뿐이다.”

"재매각 막는 길, 노동조합 파업뿐"

- 국민은행이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둘러 본계약을 체결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는가.
“사실, 이 거래를 중단하고 ‘론스타게이트’에 대한 의혹을 명백히 밝힌 다음, 재처리 절차를 밟는다면 인수가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 측에도 불리할 게 없다. 아마도 국민은행은 우리 주장대로 론스타의 대주주자격 박탈이나, 2003년의 매입 자체가 원천무효 되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어려워진다고 여기는 듯하다.
어떤 경우든, 국민은행은 론스타의 ‘먹튀’를 돕고 있는 셈이며, 하루속히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을 ‘론스타게이트’ 관련자들에게는 한가닥 희망일 것이다. 우리는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검찰, 감사원, 청와대를 국민은행이 사실상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법비리가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야 무슨 상관이냐는 국민은행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 국민은행 조합원 중에서도 외환은행 인수를 우려하는 조합원이 있다. 현재까지 국민은행노조는 명시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통상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은 정리해고를 동반한다. 설령 인수은행측의 노동자들일지라도 감원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주택-국민은행,국민카드의 합병으로 덩치가 커질 대로 커져있지 않은가. 외환은행을 추가 인수하면, 중복점포 정리 등으로 정리해고의 사유가 발생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투기자본의 대명사인 론스타에 맞선 싸움을 위해서라도 국민은행노조가 이번 매각에 적극 반대하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투기자본 때문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는가! 빈곤화와 양극화의 주범인 투기자본에 맞선 싸움에 국민은행노조의 동참을 기대한다.”

- 지방선거 국면을 맞이하면서 국회의원들도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도 불법매각 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 차원에서 몇명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관심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론이 정해진 이후 열린우리당은 더이상 투기자본 문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몇차례 성명도 내고, 몇몇 의원이 지금도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투기자본을 양산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옹호하기 때문에 이들이 투기자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하여 개별 횡포를 문제 삼으며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그들은 결코, 투기자본 전체를 통제하거나 나아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민주노동당만이 진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법률정비를 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회 전체를 압박할 시민들의 대중적인 관심과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 외환은행 불법매각과 관련해 투감센터에서 2003년에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법원은 결정을 미루고 있고, 금감위 역시 론스타펀드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배블럭의 합의 하에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 결과는 전적으로 여론의 향배 즉, 국민들의 관심과 시민사회의 아래로부터의 압력 수위에 달려있다. ‘론스타게이트’에는 청와대와 전직 총리 3인, 국내 최대 로펌 그리고 지금도 요직에 있으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현직 관료들이 연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열린 우리당 정부의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 그러니 대충 ‘깃털’만 뽑고, 몸통은 놔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나아가 이같은 투기자본의 양산으로 이어질 게 뻔한 한미FTA 반대투쟁을 통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에 도전할 것이다.”

"론스타 투쟁은 한미FTA 저지투쟁의 전제"

- 론스타와 전현직 관료, 그리고 김&장의 이른바 '철의 3각동맹'을 지적했다. 이 동맹의 해체가 쉬울 것이라고 보나.
"만약 대중적 원성을 거스르지 못해서 이번에 그들 모두가 처벌되더라도, 다른 세력이 그 자리를 메우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국민의 힘을 의식해야만 할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도 구속되지 않았는가? 볼리비아에서는 다국적기업이 장악한 석유시설을 국유화 하기도 했다. 게다가 사실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90년대 초반 아랍계 펀드가 불법로비를 통해 매입한 BCCI은행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나서서 거래를 무효화하고, 재처리 했다. 외환은행도 그렇게 해야 한다.”

-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실금융기관에 준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져 결국 론스타에 매각됐다. 이때 동원된 것이 의문의 팩스 5장이다.
“(팩스 문제는) 관련자들의 사리사욕도 동기로 작용했겠지만, ‘외자유치’ 확대와 신자유주의적 금융개혁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정부 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청와대가 관여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DJ 시절부터 지금까지 ‘외자유치’ 하면 ‘구국공신’ 취급을 받지 않았는가! 현 정부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고 국정과제로 삼는 동북아금융허브나, 자산운용업 중심의 금융선진국화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런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만약 된다 해도 노동자와 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수 투자자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는 이헌재 전 부총리가 고문으로 있던 김&장 법률사무소를 법률대리인으로 뒀고, 회계는 삼정 KPMG에 맡겨 진념 부총리를 영입했다. 론스타 게이트의 이른바 ‘몸통’으로 언급되고 있는 ‘이헌재 사단’의 실체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들이 노동자·민중들에게 가하고 있는 고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가 볼 때 사기꾼에다 범법자들이지만,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관료집단의 입장에서는 ‘다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일 것이다. 법률대리인이나 회계법인도 국가 경제를 위한 일을 돕고, 돈 좀 벌었기로서니 뭐가 문제겠는가.
나는 도대체 국익이 뭔지 묻고 싶다. 김&장의 변호사들은 연봉 250억원을 받기도 한다. ‘론스타게이트’에 관련된 전직 관료들도 아예 독립해서 ‘토종’ 투기자본을 운용하고 있다. 그들은 투기자본을 돕거나, 스스로 투기자본이 돼 막대한 돈을 벌겠지만, 대다수 시민과 노동자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난 8년의 경험이 그것을 보여줬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